일반인들에겐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세계적으로 유명한 국산 제품들이 있다. 오토바이 헬멧, 손톱깎이, 텐트, 낚싯대, 평면TV 같은 제품들은 국내 소비자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을 뿐이지 세계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한국대표상품들이다.삼성전자 전자레인지도 한국대표 상품으로 손색이 없다. 지난 79년 말 제품이 출시된 이후 지금까지 해외시장에서 6천여만대가 팔렸다. 이 물량을 수직으로 쌓으면 에베레스트산보다 3천배 더 높다. 이처럼 전자레인지가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게 된데는 이 회사 리빙사업부 총괄사업부장 맹윤재 상무(51)의 저돌적인 마케팅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존폐기로에서 세계시장 점유율 1위 위업 달성맹상무가 전자레인지 사업부와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91년. 판매가 격감하면서 사업부 자체가 존폐기로에 놓였을 때였다. 사업부가 없어진다는 소문이 공공연히 나돌았고 결국에는 엄청난 인력구조조정을 단행해야 했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살아 남은 직원들의 사기 또한 땅에 뚝 떨어졌음은 물론이다.최악의 상황에서 사업부 책임자로 선임된 셈이다. 맹상무는 왜 전자레인지 사업이 기울어 가는지 원인부터 분석하기 시작했다.“당시 세계적으로 시장이 침체기에 들어서 삼성전자도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전자레인지로 음식을 조리하면 인체에 해로운 리스테리아 균이 죽지 않는다거나, 전자레인지로 데워진 음식을 먹으면 몸에 해롭다는 등의 악성 루머들이 끊임없이 돌았습니다.”맹상무는 앞이 캄캄하다는 것이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이구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암담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죽더라도 원인이나 알고 죽자는 생각으로 일본 레인지 제조업체 관계자들과 만나 조언을 구했다. 여기서 맹상무는 한줄기 빛을 발견했다. 일본업계 관계자들은 레인지산업이 침체기에 들기는 했지만 전망은 밝게 보고 있었던 것이다. 국내에서만 패배주의적인 시각으로 시장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안 맹상무는 매출 목표를 대폭 높여 잡는 역발상 경영에 나섰다. “목표를 크게 잡아야 도전 의식이 생기고, 성취감도 크다는 것”이 이유였다.이같은 맹상무의 저돌적 역발상 마케팅전략은 적중했다. 세계 경기가 회복세를 타면서 레인지 수출 또한 늘어났고 존폐기로에 놓였던 사업부는 흑자로 돌아섰다.성공이 있으면 실패도 있는 법. 맹상무가 주도한 제품이 유럽시장에서 처절히 외면당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 98년 맹상무는 여러 가지 색깔의 전자레인지를 유럽에 내놓았지만 웬일인지 잘 팔리지 않았다.반면 경쟁업체인 일본산 제품은 인기가 좋았다. 원인을 알 수 없었던 맹상무는 호랑이를 잡기 위해서는 호랑이굴에 찾아가야 하듯 일본업체에 가서 이것저것을 물어보았다. 경쟁업체의 일본 사업본부장은 맹상무와 술을 한잔 하면서 젓가락으로 색도(色度)라는 한자를 쓴뒤 휑하니 술집을 나가버렸다. “한자를 보는 순간 아차 싶었어요. 그 뜻은 일본 제품의 색깔은 유럽사람들이 좋아하는 색깔이었던 반면 국산 제품은 한국사람이 선호하는 색깔이었다는 지적이었던 것이었죠.” 철저히 현장에서 고객의 목소리를 듣지 않으면 실패할 수 있다는 중요한 교훈이었다.삼성전자 전자레인지 사업부의 올해 판매 목표는 8백50만대. 이 가운데 95%는 수출물량이다. 맹상무는 올 매출목표달성을 자신했다. 불가능한 것을 되게 하는 것이 맹상무의 특기고 이를 한번 해본 경험이 있는 역전의 용사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