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흐름 최적화 목표, 기업가치 제고나서 … 외자유치 등 다양한 방안 모색, 부채해소

“▶지난 4월초 사장으로 취임한 뒤 현금흐름 중시경영을 기치로 내걸고 경영혁신에 나서고 있는데 성과는 어떻습니까.평소에 개선해야 될 것이 몇가지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그중 하나가 국내와 국외를 총괄한 재무평가였어요. 지금까진 매출 상황보고가 국내 중심이어서 해외 매출액은 잡히지 않았습니다. 현금흐름 중시 경영이란 경상이익, 재고자산, 외상매입 등 모든 투자활동을 한 뒤 정말 프리하게 남는 현금이 얼마인지 그 흐름을 파악하는 것이죠. 쉬울 것 같지만 전에 해보지 않았던 일이어서인지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이젠 직원 모두가 몸에 밴 상태입니다. 개혁이란게 총체적으로 시간을 갖고 해야지 아이디어만 갖고 되는 것은 없더군요. 실제 4월부터 해외 현지법인과 국내를 포함해 총체적으로 현금 흐름을 점검했더니 흑자가 나왔어요. 반도체 사업이 흑자라는 막연한 추측을 정확하게 숫자로 확인한 셈이죠. 반도체 사업은 모든 비용을 제하고 8천7백억원 정도의 순이익을 남기는 것이 올해 목표입니다.▶ LG반도체를 인수한 뒤 통합작업은 잘 진행되고 있습니까.인수한 뒤 우려했던 부분은 3가지였어요. 우선 두 회사의 제품이 비슷한 것이 많아 간섭효과로 점유율이 다소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점이었습니다. 그러나 합병이후 점유율 추이를 분석해본 결과 다행히 합병 직전인 지난해 20%였던 점유율이 합병 뒤인 올해 23%가 될 것이라는 예상 전망이 나오더군요. 합병에 따른 점유율 하락을 우려했는데 다행히 그런 현상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된 데는 고객기업들에 다양한 제품을 공급했던 것이 주효한 것으로 보입니다.둘째는 10조원이나 되는 부채 문제입니다. 이것은 현금흐름경영을 통해 수익으로 남는 8천7백억원과 증자 대금 등으로 2조원 정도의 부채를 갚을 계획입니다. 셋째는 인재들이 회사를 나가지 않을까 하는 우려였어요. 실제 비메모리 분야 인력중 수십명이 떠나기는 했지만 우려할 만한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벤처붐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인력유출이 일어난 것으로 최근 들어서는 이런 움직임은 주춤해지고 있습니다. LG반도체와의 화학적 융합을 위해서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신규투자를 할 때 현대반도체의 경기도 이천공장에 하지 않고 LG의 청주 공장에 했더니 직원들의 인식이 달라지더군요.▶ 미국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전문경영인을 영입하는 등 조직개편 작업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는데 방향은 어디에 맞추고 계십니까.사실 회사내에도 인재는 많습니다. 그러나 회사의 분위기를 새롭게 하는데 촉매제가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외부에서 인재를 영입했습니다. 최근엔 통신사업부문에 송문섭 박사를, 재무부문에 현재문 전무를 각각 영입했는데 이 두분은 모두 자신들의 분야에서 자타가 알아주는 전문가들로 일련의 개혁작업을 추진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조직개편의 방향은 각 사업부별로 의사결정을 하고 중앙은 코치 역할만 하는 방향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경비, 출장비도 중앙본부의 승인을 받아야 했지만 이젠 실무부서에서 알아서 집행하도록 하는 등 결제권한을 대폭 실무부서로 넘겨주고 결제라인 또한 3단계로 줄였습니다. 비생산적인 부분에 너무 많은 인력이 투입될 필요가 없고 그렇게 돼야만이 생산성이 향상될 수 있는 것 아닙니까.통신, LCD(액정표시판) 등 산업전자와 반도체 사업 부문을 분리하겠다고 했다가 취임한 뒤 모두 핵심사업으로 추진하겠다고 해 혼선을 빚은 적이 있습니다. 어떻게 정리되고 있습니까.취임할 당시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LCD를 분사한다는 방침이 서있더군요. 하나하나 따져보니 분사가 최선책이냐는 회의가 들었습니다. LCD는 지난해 매출액이 2억6천만달러 정도였고 올해 목표 또한 8억1천만달러로 잘만 하면 효자사업이 될 가능성이 높아보였습니다. 투자 또한 막 시작하는 단계였습니다. 이걸 그냥 덮어놓고 분사하면 우리가 경영을 못해 판다는 인상을 줄 우려가 있었습니다. 팔더라도 밸류를 높여서 팔아야 회사에 도움이 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핵심사업으로 육성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정리했습니다. 통신사업은 작년에 10억달러 매출을 올렸고 올해에는 14억달러가 매출목표로 잡혀 있습니다. 통신도 여러 분야가 있어 어떤 회사에 뚝딱 넘기는 것은 힘듭니다. 나름대로 얼라이언스(Alliance, 협력)도 해서 LCD와 마찬가지로 가치를 한층 높일 생각입니다.올해는 통신과 LCD, 반도체 등 3가지 핵심 사업의 가치를 높이는데 혼신의 힘을 쏟을 생각입니다. 그러나 예정대로 모니터 부문은 분사합니다. 이것은 큰 기업이 안 해도 되는 사업입니다.▶ 부채를 줄이기 위한 외자유치는 잘 진행되고 있는지요.부채를 줄이기 위해서는 외자유치가 급선무로 다양한 방안을 동원하고 있습니다.구체적으로 이름을 밝힐 수는 없지만 외국 금융기관에 주식을 주고 저리로 자금을 유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1억달러 정도의 회사주식을 주고 3년간 의무보유를 시킨 다음 주가가 올라 남는 이익은 50대50으로 나누는 방식입니다. 이렇게 될 경우 저리로 외자를 유치할 수 있는 이점이 있습니다. 주식을 미리 파는 형식인데 이 방식을 통해 유치된 외자는 전액 부채를 갚는데 쓸 생각입니다.일부에서는 회사의 유동성에 문제가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으나 그럴 가능성은 없습니다. 이번에 계열에서 분리되는 인천제철주식 2백70억원, 현대캐피털주식 3백10억원 어치를 보유하고 있는데다 현대택배나 현대정보기술 등 비상장 주식등 회사가 당장 처분해 확보할 수 있는 현금만도 몇 천억원 정도는 됩니다.▶ 투자자들은 현대전자가 현대투신의 대주주로서 앞으로 어떻게 관계정립을 해나갈지 궁금해합니다.현재 현대투신 지분 27.6%를 갖고 있는데 대주주로서 이미 발표된 경영정상화 계획이 차질없이 진행되는데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장기적으로는 증자에 참여하지 않거나 현대투신지분을 외국에 팔아 전체 지분율을 20%이하로 낮출 생각입니다. 조금 시간은 걸리겠지만 이렇게 되면 현대전자와 현대투신의 관계는 자연스럽게 정리됩니다.▶ 현대전자의 적정주가는 얼마로 보십니까.글쎄요. 제 입으로는 말하기는 곤란하고 유명 증권사들은 4만~5만8천원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주식이 저평가되어 있는 것은 사실인데, 우리가 세워놓은 매출목표가 원활히 달성되고 현대를 둘러싼 이슈가 어떤 형태든 정리가 되면 주가는 가파르게 올라갈 것으로 봅니다. 앞으로 주가는 투명경영에 달려 있다는 판단 아래 이를 실천하는데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최근 직원들을 대상으로 1/4분기 경영성과를 소상히 보고했고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IR(기업설명회)도 개최했습니다. 경영성과가 좋든 나쁘든 분기별로 이를 공개해 나갈 계획입니다.▶ 현대전자의 e-비즈니스는 어떻게 추진할 계획입니까.e-비즈니스는 경쟁자, 협력자, 고객, 비즈니스 파트너 등을 고려해 공조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성공의 관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선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초점을 두고 ERP(전사적자원관리)를 10월부터 가동할 계획입니다. 이것이 끝나면 자재구매에서 제품판매까지 인터넷으로 가능하도록 할 것입니다. 마케팅 비용을 줄이고 신규판매 기회를 포착하기 위해서 해외 현지법인과의 유기적인 협력방안도 강구해나갈 계획입니다.◆ Profile in Mirror박종섭 현대전자 사장은 서구식 경영마인드에 합리적 사고를 갖춘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 박사장이 미국 맥스터사(현대전자 투자법인) 사장에서 미국 HEA사(현지법인)의 회장을 거쳐 현대전자 사령탑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뛰어난 기획력과 경영능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라고 주위 관계자들은 전한다.실례로 지난 95년 현대전자가 인수할 당시 맥스터사는 적자로 어려움을 겪었으나 박사장의 취임 2년 뒤인 97년부터 흑자 전환에 성공, 지난해까지 연속 흑자 행진을 기록했다. 또 금융시스템에도 정통해 현대전자가 해외에서 자금을 유치할 때면 박사장이 실무 책임을 맡았다. 지난해 2월 현대전자가 3억6백만달러의 외자를 유치했다고 발표했을 때도 박사장이 이끌고 있는 맥스터사가 전환사채를 발행해 가능했던 것. 그는 ‘준비된 경영자’란 소리를 들을 정도로 경영에 탁월한 식견을 갖추었다는게 주위의 시각이다.◆ 약력박종섭 사장은 1947년 서울에서 태어나 중앙고를 거쳐 71년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씨티은행에서 근무하다가 전경련 국제본부로 직장을 옮겨 83년 현대전자 창립멤버로 발탁됐다. 당시 박 사장의 탁월한 영어실력이 전경련 회장이었던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의 눈에 들었다는 후문이다. 82년엔 미국 시카고대학에서 경영학 석사를, 90년엔 미국 노바대학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현대전자 반도체 영업본부장 전무이사와 현대전자 투자법인인 미국 맥스터사 사장을 거쳐 지난 4월1일 현대전자 대표이사 사장으로 취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