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열 더치 셸·GE 등 사례 분석 … 성공 위한 ‘변신 10계명’ 제시

다국적 석유 메이저 회사인 로열 더치 셸과 미국의 기업금융 회사인 GE 캐피털, 에너지 업체인 엔론사, 핀란드의 통신 거함인 노키아. 국적과 업종이 제각각이지만 이들 기업에는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 기존의 발상을 깨는 과감한 ‘혁신’ 경영으로 해당 업계에서는 물론 세계적인 돌풍의 주역으로 떠올랐다는 점이다.요즘 미국에서는 경영학자 게리 해멀이 쓴 <당신의 기업을 재구축하라(Reinvent Your Company) designtimesp=19877>라는 책이 업계의 화두(話頭)다.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출판부에서 펴낸 이 책은 로열 더치 셸 등 성공적으로 혁신을 이뤄낸 기업들의 실제 사례를 중심으로 기업들에 미래 생존을 위한 변화의 지침을 제시하고 있다. 해멀은 이와 함께 기업들의 성공을 위한 ‘변신 10계명’도 아울러 제시하고 있다.이중에서도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오랜 전통의 로열 더치 셸이 ‘벤처 아닌 벤처 기업’으로 세계 석유업계를 휘젓게 되기까지의 ‘혁신 스토리’다. 이 회사가 벤처와는 거리가 멀 것 같은 대기업도 명실상부한 벤처정신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산 증거로 주목을 받게 된 것은 연구 및 기술서비스 부문인 E&P(Exploration & Production)를 통해 ‘게임 체인저’(Game Changer)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발진하면서부터다. 게임 체인저 프로그램은 조직 내부의 아이디어와 자본, 재능을 ‘자유롭게’ 유동하도록 지원, 로열 더치 셸을 대규모 벤처 집단으로 탈바꿈시킨 원동력이다.E&P가 새로운 혁신 방법으로서 게임 체인저 프로그램을 개발한 것은 지난 96년. 근본적으로 새로운 비즈니스가 아니면 수익목표를 달성할 수 없는 막다른 상황에 이르렀던 시점이었다. 부문장 팀 워런은 직원들을 대상으로 아이디어 공모를 실시했다. 이를 바탕으로 총 2천만달러를 배정하는 게임체인저 패널을 구성하고, E&P 부문은 물론 회사 전체에서 아이디어를 모집했다. 초창기 참여율 저조로 어려움을 겪던 게임 체인저 프로그램은 컨설팅업체의 조력으로 단 이틀만에 2백40개의 새로운 사업 및 기존사업 개선안을 제안받는 성과를 거뒀다.게임 체인저 프로그램은 예상 이상의 대수확을 회사측에 안겨줬다. 작년초 셸사가 상정한 5대 대형 성장 이니셔티브 프로젝트 중 4건이 게임 체인저를 통해 발굴된 것이었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게임 체인저 프로그램을 통해 이 회사의 고위 경영진들이 조직 내에 숨어 있는 벤처 정신을 발굴해내고 회사 자체를 하나의 ‘실리콘 밸리’로 만들 수 있었다는 사실이라고 해멀은 지적한다.해멀은 로열 더치 셸의 성공이 시사하는 ‘변신 10계명’을 그밖의 많은 다른 회사들의 경우를 곁들여 현대 기업인들에게 제시하고 있다. 첫째로 강조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이는(unreasonable) 목표를 세우라”는 것이다. 한 예로 GE 캐피털 경영진은 연간 수입 목표를 20% 이상으로 잡고 있다. 불가능한 목표를 설정하면,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전혀 색다른 발상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감한 목표만으로 색다른 전략 속출해멀에 따르면 목표 성장률을 각각 10%와 20%로 설정한 두 사람이 있다면, 새로운 시도를 하는 사람은 단연 후자쪽이다. 목표치를 넘어서는 일이란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구성원들이 예상하는 성장 목표가 5%나 10%에 불과하다면, 결과도 그 수치를 넘어설 수 없다. 기업 조직 내에서는 대체로 해당 사업 분야의 성장률에 대해 본질적인 한계가 있다는 믿음이 있다. 그러나 구성원들의 그런 믿음이 기업의 성장을 제한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해멀은 경고한다. 과감한 목표 자체만으로 색다른 전략들이 곧 쏟아져 나올 수는 없지만, 목표가 높지 않으면 안일하고 남과 다를 바 없는 전략만 나올 뿐이라는 얘기다.또한 새로 진입하기에 ‘너무 성숙한’ 시장이란 존재하지 않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일깨운다. 문제가 되는 것은 다른 사람들의 발상을 아무 생각없이 수용하는 굳은 사고라고 그는 주장한다. 다만 한가지 주의할 점은 불가능해 보이는 성장 목표를 제시할 때, 편법을 동원하려는 구성원이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그런 일은 결코 방치할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정공법을 따른 혁신만이 장기적인 성장과 그에 따른 열매를 가져다 줄 수 있기 때문이다.두번째 법칙은 “사업의 범위를 확장하라”는 것이다. 엔론사를 단순한 에너지 업체로 규정할 수 없는 것은 이 회사가 끝없이 신제품과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기업의 임직원들에게는 근본적으로 ‘우리가 누구인가?’하는 질문이 항상 따라다니게 마련이다. 그리고 그 질문에 어떻게 대답하느냐에 따라 그 기업이 의외의 기회를 잡을 수 있는지 여부가 결정된다고 해멀은 강조한다. 대부분 기업은 ‘알고 있는 것’(핵심역량)이나 ‘가지고 있는 것’(전략적 자산)보다는 현재 수행하는 업무에 의해 조직의 성격을 규정한다. 새로운 기회를 잡을 수 없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라고 한다.실제로 월트 디즈니그룹의 디즈니 어트랙션즈사도 사업 개념을 ‘테마파크 산업’이 아닌 ‘3차원 엔터테인먼트’로 규정함으로써 크루즈 여행과 브로드웨이 쇼, 미니 테마파크 등으로 사업을 확장해나갈 수 있었다. 사업 개념을 탄력있게 규정하는 것은 경영진의 보수적이고 수비적인 본능을 억제하는 효과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GE 캐피털의 경우 주력 사업부문 책임자는 근무 시간의 절반을 현사업 이외 부문에 대해 검토하는데 할애한다. 모든 경영진은 새로운 사업을 개발하는 임무를 함께 하고 있는 것이다. GE 캐피털이 업계 순위 1, 2위를 기록해야만 생존할 수 있다는 논리 대신 다양한 부문으로 확장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주장을 펴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라고 한다.한가지 분명히 해둬야 할 것은 탄력적인 사업 개념을 갖는다는 것과 무분별한 다각화는 다르다는 점이다. 역량을 발휘할 수 없는 사업 부문에 뛰어드는 것은 자해 행위나 다름없다. 디즈니 어트랙션즈사의 경우도 브랜드 이미지와 부합되는 사업 부문에서는 성공을 거뒀지만, 그렇지 않은 부문에서는 쓴 실패를 맛봐야 했다. 가장 선행돼야 할 것은 현재의 사업 내용이 아닌 핵심 역량과 자산에 근거해서 조직을 재정의하는 것이라는 얘기다.세번째 법칙은 “비즈니스가 아닌 명분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고상한 목표가 없이는 변화의 원칙을 실천할 수 없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사이버 증권회사인 찰스 슈왑이 온라인 뱅킹으로의 중심 이동을 결정할 당시, 데이비드 파트럭 사장이 내걸었던 명분은 ‘금융에 대한 고객들의 꿈을 실현시킬 보호자’의 역할이었다고 한다.◆ 투자보다 비용 적은 ‘실험’ 선택 충고네번째 법칙은 “새로운 주장에 귀를 기울이라”는 것이고, 다섯째는 “아이디어 시장을 개방하라”는 법칙이다. 많은 경영자들이 실리콘 밸리의 성공을 부러워하고 벤처기업 지원을 위해 막대한 투자를 망설이지 않는다. 그러나 정작 창의력을 중시하는 실리콘 밸리의 벤처 정신을 도입하려는 기업은 거의 없다고 해멀은 개탄한다.실리콘 밸리가 비즈니스 혁신의 중심지로 떠오르게 된 것은 ▷아이디어 ▷자금 ▷기술 등 3대 시장이 빈틈없이 맞물려 돌아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 대기업 조직에서는 아이디어와 자본과 기술이 모두 활기없고 타성에 젖어 굼뜨게 움직이고 있다고 그는 꼬집는다. 지시가 없으면 움직이지도 않는 대기업 조직은 실리콘 밸리의 활기찬 시장과 달리 ‘계획 경제’의 폐해를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해멀은 이밖에도 “자본 시장을 개방하라”, “인력 시장을 개방하라”, “사업 시행 과정의 리스크를 줄여라” 등 법칙을 제시하고 있다. 기업의 돈줄을 개방된 자본 시장에서 조달할 때 시장의 냉정한 평가에 귀를 기울이는 경쟁력있는 경영이 가능해지며, 회사 내에서도 누구든지 새로운 기회를 찾아 자유롭게 부서를 이동할 수 있도록 인력 시장을 개방할 때 경영 효율이 극대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해멀이 강조하는 것은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이다. 그에 따르면 ‘큰 거래’를 할 때 신중하게 상황을 살피고 소심하게 일을 진행하는 것이나, 무모하게 리스크를 감수하는 것은 둘다 바람직한 태도가 아니다.통신장비 회사인 모토로라의 경우가 살아 있는 예다. 이 회사는 디지털 휴대전화 시장에서 머뭇거리다 노키아사에 패배하는 대가를 치렀으며, 이리듐 사업에 무모하게 투자했다가 막대한 손실을 기록하고 말았다. 정말 중요한 것은 이같은 두 극단 사이에서 적절한 중용을 찾는 일이다. 현명하고 혁신적인 기업가라면 신중한 동시에 과감하고 조심스러우면서도 신속하게 행동해야 한다. 회사 전체의 운명을 거는 투자보다는 비용이 적게 드는 ‘실험’을 선택해야 한다는 충고다.◆ 기업 성공 ‘변신 10계명’게리 해멀은 <당신의 기업을 재구축하라 designtimesp=19914>는 책에서 로열 더치 셸 등 성공적으로 혁신을 이뤄낸 기업들의 실제 사례를 중심으로 기업들에 미래 생존을 위한 변화의 지침을 제시하고 있다.첫째, 불가능해 보이는 목표를 세우라, 둘째, 사업의 범위를 확장하라, 셋째, 비즈니스가 아닌 명분이 중요하다, 넷째, 새로운 주장에 귀를 기울이라, 다섯째, 아이디어 시장을 개방하라는 법칙이다. 이밖에도 자본 시장을 개방하라, 인력 시장을 개방하라, 사업 시행 과정의 리스크를 줄여라 등 법칙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