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발굴 안목 일본서도 정평 … 인터넷·TV프로덕션 사업 발판 ‘아시아 음반왕국’ 건설 야심

국내 증시에서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하나의 테마주로 엮이게 된데는 SM엔터테인먼트의 역할이 컸다는게 전문가들의 평가다.“오락이 돈이 된다.”‘오락의 경제’ 라는 책을 펴낸 마이클 울프는 “미국의 개인 저축률이 2.1%인 반면 오락비용은 전체 소비지출의 8.4%를 차지한다. 특히 Y세대로 불리는 멀티미디어 세대가 주 소비계층이 되면 오락 산업은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놀고 싶어하는 욕구를 채워주는 기업이 미래의 소비자는 물론 투자자들까지 사로잡을 것이란 얘기다. 실제 미국 주식시장에선 디즈니, 타임워너, 비아콤B 등이 엔터테인먼트 주식군으로 묶여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이렇듯 오락산업의 성장 가능성 여부는 국내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최근 코스닥 시장에서 이른바 ‘에이스’ 주식으로 대접받고 있는 기업들 가운데 엔터테인먼트 주식군으로 분류되는 기업들이 많다. 애니메이션 업체인 한신코퍼레이션, 코코엔터프라이즈, 게임업체인 비테크놀러지, 음반기획사인 SM엔터테인먼트(이하SM), 대영에이브이 등은 지난 5월 약세장 속에서도 투자자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았다. 이렇듯 국내 증시에서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하나의 테마주로 엮이게 된데는 4월27일 코스닥에서 거래된 이후 13일간이나 상한가를 쳤던 SM의 역할이 컸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SM은 지난 89년부터 신인가수들을 발굴해 음반을 기획, 제작하는 업체다. 이곳에 전속 계약된 가수들은 H.O.T, S.E.S, 신화, FLY TO THE SKY 등 중고생들의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댄스그룹들이다. 특히 남성 댄스그룹인 H.O.T와 여성 3인조 그룹인 S.E.S의 음반들은 평균 1백만장 이상이 팔려 음반업계의 밀리언 셀러 시대를 열었다.SM이 주목받고 있는 또 다른 이유는 70년대부터 가수, MC, 음반기획자로 잘 알려진 이수만(48)씨가 있기 때문이다. SM의 대주주이자 이사인 이수만씨는 “한번만 보면 스타감을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안목이 좋은 스타 제조기로 불리고 있다. 최근엔 중학교 1학년 여자아이인 ‘보아’라는 신인을 발굴해 벌써부터 일본 최대 음반제작사인 아벡스(AVEX)사가 “일본 음반 판매권을 달라”고 애원을 할 정도. 이이사는 “앞으로 발굴되는 신인들은 일본시장은 물론 아시아 주요지역의 음반시장에 동시 데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 찍고 할리우드로 뜬다”이이사가 계획하고 있는 SM의 미래는 아시아 지역의 음반시장을 장악하고, 미국 시장으로 진출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SM은 인터넷 사업과 TV프로덕션 사업 등 두 가지에 당분간 주력할 방침이다.인터넷 사업은 SMtown.com, ilikepop.com의 사이트를 통해 음반 홍보, 스타 소장품 경매, 스타와 실시간 채팅, MP3 다운로드 등 전자상거래 분야까지 확장할 계획이다. 또 일본 댄스그룹의 음반은 물론 미국, 유럽의 팝 음반도 국내에 판매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유럽, 미국음반의 아시아 판권을 보유하고 있는 일본 아벡스사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이뿐만이 아니다. 일본의 대표적인 쇼, 코미디 제작업체인 요시모토 그룹, TV아사히 그리고 아벡스사와 손잡고 SM재팬이라는 독립법인을 설립할 계획도 갖고 있다. SM에서 발굴한 신인이 한국과 일본 시장에서 동시에 활동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된 셈이다.SM은 일본 프로그램 제작사업뿐 아니라 국내 TV프로그램 제작업에도 뛰어들 예정이다. ‘마지막 승부’ ‘보고 또 보고’ 등 유명 TV드라마를 제작한 장두익씨와 함께 SM프로덕션이라는 법인을 설립, 프로그램 제작업에 진출한다.한편 SM의 매출구조는 신인들의 성공여부에 의해 영업실적이 좌우되는 특징이 있어 투자의 유의사항으로 지적되고 있다. 증권사의 애널리스트들은 “SM의 매출이 신인가수들의 인기도에 크게 좌우돼 신인발굴에 실패하거나 기획, 제작한 음반이 방송 심의를 통과하지 못하거나 표절시비에 휘말릴 경우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SM 석영준 관리부장은 “이 사업은 브랜드 파워와 콘텐츠 기획력에 달려 있다”며 “SM은 단연 이 분야에 선두이기 때문에 걱정 없다”고 말했다. SM의 지분은 이수만이사 외 특수관계인 59.45%, 아시아벤처금융이 4.46%를 보유하고 있다. 우리사주는 없다.★ 인터뷰 / 이수만 이사“청소년 주주들에 모범보일 것”“경영자라기 보다는 기획자다.” 대표이사라는 직함을 갖고 있지 않은 이유에 대해 이수만(48) 이사는 이렇게 대답했다. 그의 눈에 찍(?)히면 평범한 애들도 최고의 스타가 되는 비범한 안목을 갖고 있는 이이사는 “기획자로서 더 행복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래서 스타를 꿈꾸는 수많은 청소년들로부터 그는 “선생님”으로 불린다.그러나 이젠 단순히 스타를 발굴하는 ‘선생님’의 역할만 하기엔 SM이 너무 커져버렸다. 시가총액이 6월5일 기준으로 1천8백억원대, 5백원짜리 주식이 1백20배나 커져 최근 6만원대에 이르렀다. 이이사 본인은 “나도 놀랐다. 일종의 마술같다”며 기쁜 속내를 감추진 않지만 “주식엔 관심이 없다. 앞으로 내 지분을 시장에 팔 계획도 없다”고 단호히 얘기했다.코스닥에 등록하면서 이이사에게 생긴 또 하나의 일은 주주관리. 특히 SM은 일반투자자뿐 아니라 H.O.T, S.E.S의 팬들인 중고생들까지 SM의 주주가 돼 주식시장에 새로운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청소년들을 본격적으로 주식 시장에 끌어들인 방아쇠 역할을 한 셈이 됐다.이이사는 “미국에선 고등학생들도 주식에 투자한다. 방학 때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을 가지고 투자하다보면 회사 공부도 하고, 금융시스템도 이해하게 된다. 이젠 국내 청소년들에게도 주식시장을 통해 자본주의를 자연스럽게 가르쳐야 한다”며 SM의 코스닥등록에 대해 의미를 부여했다. 이이사는 “앞으로 H.O.T나 S.E.S 공연에 주주들을 초청하는 행사를 마련해 나이 어린 주주들에게도 신경을 쓰겠다”고 말했다. 이는 H.O.T를 모르는 어른들에게도 자녀들의 손을 잡고 공연장에 나올 수 있는 기회를 줘 SM의 인지도를 높이는 또 다른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앞으로 SM의 미래를 그려달라는 질문에 이 이사는 “베이징, 대만 등 중국과 국내, 일본을 연결하는 아시아 기반의 음반 기획사가 될 것이며 차후엔 미국 할리우드를 겨냥하는 엔터테인먼트 업체가 되겠다”고 장담했다.★ 애널리스트 시각 / 신규사업진출 손익 따져봐야SM엔터테인먼트는 국내 음반시장의 주고객층인 10대(전체 수요의 48%)의 인기를 모으고 있는 H.O.T, S.E.S, 신화, FLY TO THE SKY 등의 인기그룹을 전속가수로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이를 기반으로 음반판매 및 캐릭터, 라이선스 사업 등으로 사업다각화가 가능하고 공모에 따른 72억원의 자금유입으로 향후 안정적인 시장지위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그러나 전속가수들의 계약기간(2001~2003년) 만료 후 현재의 지명도를 유지할 수 있을지와 기존 주력가수의 음반판매가 성숙기에 진입했다는 점, MP3 등 음반시장의 새로운 유통방식 도입에 따른 변동성 그리고 인터넷방송, TV프로덕션 설립, 학원사업과 같은 신규사업진출로 순익이 증가하는지 여부가 에스엠의 투자판단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특히 수익모델을 중시하는 최근의 코스닥 흐름을 기준으로 할 때 최근 동사의 PER가 54를 기록하고 2001년의 예상 PER도 50(최근 가격)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돼 다소 고평가돼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미국의 음반업체인 EMI가 42를 기록하고 있고 코스닥 벤처업종의 평균 PER가 36 수준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