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자부·정통부·재경부 출신이 대부분 … 일부는 퇴직뒤 직접 창업

‘공무원들의 벤처행, 가봐야 얼굴마담 정도겠지’라고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다. 관료출신들의 탈선(?)은 대부분 치밀한 계산에서 나온 것이다. 특히 스스로 회사를 차렸거나 특정 벤처회사 CEO로 갔다면 그들만의 경영노하우를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짧게는 2년에서 길게는 25년 이상 머물렀던 관료생활을 과감히 접고 ‘제 2의 인생’을 시작할 정도로 각오가 대단한 사람들인 것이다.정부부처 가운데 가장 많은 직원들이 벤처행을 택한 곳은 산업자원부. 광고마케팅회사 온앤오프의 구본룡회장(산업기술국장)을 비롯해 박용찬 인터젠 사장(전자상거래과장) 권용운 다우기술 부사장(산업기술개발과장) 등 산자부출신 ‘e-경영인’은 20여명에 달한다.온앤오프의 구회장은 ‘신나는’ 일을 찾아 나온 케이스다. 따분하기만 하던 25년의 공직생활을 마감하던 99년12월이 그렇게 홀가분할 수 없었다는 구회장은 치열한 광고마케팅 시장에 뛰어들어 혼신의 힘을 쏟고 있다. 기업 경험이 일천해 초창기에는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다. 그러나 설립 6개월만에 광고대행 시장의 다크호스로 떠오를 정도로 성장했다. 올해 광고업계 랭킹 20위를 목표로 하고 있고 예상 매출은 3백억원.투자전문 컨설팅회사인 인터젠(www.intergen.co.kr)의 박용찬(40)사장은 잘 나가던 전자상거래과장이라는 요직을 미련 없이 던진 인물. 올 4월1일 퇴직한 박사장은 헤드헌터로부터 들어오는 CEO 제의를 고사하고 지난 5월20일 벤처회사를 차렸다. “모든 것이 준비된 밥상보다 내가 차려 먹는 것이 훨씬 맛있을 것”이라는게 박사장의 각오다.배순훈 전정보통신부 장관의 벤처행으로 관심을 모았던 정보통신부에는 공종렬 인터넷전자신문 사장(정책국장)을 비롯해 윤재홍 퍼시픽위성통신 부사장(전파방송기획과장), 강문석 삼보차이나 사장(지식정보산업과장) 등이 있다.올 4월1일 정통부에서 나온 퍼시픽위성통신 윤재홍(46)부사장은 지난 80년 체신부에 입사, 최근까지 20년간 몸담았던 정보통이다. 그는 부가통신, 통신기획, 전파관리 등 주요부서장을 맡으면서 능력을 인정받았지만 결국 선택한 것은 민간기업의 위성통신 사업. 타이틀은 부사장이지만 자금부문을 제외하고 사업계획부터 조직운영까지 총괄하고 있다.재정경제부에서도 벤처전문경영인으로 자리를 옮긴 관료가 많다. 그중에서 키움닷컴증권의 김범석(43)사장(금융감독위원회 구조개혁기획단 은행팀장)이 대표적인 성공사례다. 공직생활 18년만에 그가 선택한 곳은 증권사. IMF 시기에 금융감독위원회로 파견된 게 벤처설립의 계기가 됐다고 김사장은 말했다. 김사장은 관료출신들의 약점이라 할 수 있는 자금관리와 인사관리 업무 등을 직접 챙기며 무리없이 처리, 전문경영인으로서 수완을 맘껏 발휘하고 있다. 지난해 말 자본금 5백억원으로 설립된 키움닷컴증권의 올해 매출목표는 3백50억원.이외 눈에 띄는 관료출신 벤처CEO는 충남도청 통상관으로 근무했던 서플러스글로벌닷컴(www.surplusglobal.com) 김정웅(40)사장이다. 통상관 시절 전자상거래 등에 관심을 가져오다 지난해 말 창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