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지하수 부존량·광물질 풍부, ‘물 수출국’ 가능 … 효율적 자원 관리 전제돼야

많은 과학자들이 21세기에 ‘물전쟁’이 일어날 것을 예언하고 있다. 이는 수요를 공급이 따르지 못하는데에서 비롯된다. 산업발전으로 대량의 물이 필요해지고 생활수준의 향상으로 인간은 보다 양질의 음용수를 요구하고 있으나, 지구상에 분포하는 물은 그 수요를 충족하지 못하기 때문이다.지구상의 물은 해수가 97.2%를 차지하고 그 나머지인 2.8%(2.14%는 빙하, 0.61%가 지하수, 0.009%가 지표수, 0.005%가 토양층내 수분)가 담수로 이루어져 있다. 따라서 인간이 마실 수 있는 물의 양은 빙하를 제외하면 담수 가운데 지하수와 지표수를 합친 약 0.62%에 불과하다. 이처럼 제한된 물을 확보하기위한 수권싸움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예고하는 것이다.따라서 선진국의 경우 지표수자원이 풍부하고 수질이 깨끗할지라도, 음용수(상수도) 및 비상용수 시설은 지표수와 지하수 이용 시설과 겸비하고 있다. 유럽국가들의 경우 지하수의 음용의존도가 70.95%에까지 달하고 있다.(표1 참조) 그만큼 지하수를 아주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관리하는 것이다.◆ 지하수, 관리 잘하면 ‘먹을 수 있다’대부분의 사람들은 도심지내 지하수는 오염이 심해 음용수로서 부적합하다는 생각과 함께 세차나 화장실 세척수 등의 허드렛물로만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 대구지역을 대상으로 연구 조사한 바에 의하면 결과는 전혀 다르다. 해당지역내 지하수가 음용수 기준에 부적합한 경우가 60∼80%에 달하고 있지만 이 불량한 지하수를 한강이나 낙동강과 비교할 경우 1급수 또는 그 이상의 맑은 물에 해당되는 수준으로 밝혀졌다. 극히 일부지역(매립지, 공장지대 등)을 제외하고는 오염상태가 일반세균, 대장균, 질산성질소 등이 음용수 수질기준을 초과할 뿐 다른 성분에서는 음용수 기준을 충족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이러한 오염요인들은 간단한 수처리만으로도 해결이 가능하다. 결국 활용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작정 하수구로 버려져서 하수처리장의 처리비만 높이고 있는 실정인 셈이다. 맑은 물 정책으로 지난 5년간 17조원이 쓰였으나 지하수에 투자된 예산은 고작 연간 40억원(2000년 기준)으로 지표수 관련예산의 0.1%에 불과하다. 정부의 지하수 수질 개선에 대한 무관심을 말해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대강의 수질은 2∼3급수로 악화된 상태다.이같이 간단한 수처리 기술만 적용하여도 음용화할 수 있는 지하수 자원을 보존하고 치유하기 위해선 △과학적인 방법에 의한 수질 불량 원인 규명 △하수누출 및 폐공을 통한 오염원 유입경로 차단 △오염원별 수질개선을 위한 치유방안 강구 등을 통해 지하수를 음용화하고 재활용해야 한다.그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지하수공관리다. 현재 전국적으로 신고된 지하수공수는 약 98만개공. 미신고됐거나 신고를 기피한 폐공들을 합치면 2백만개소 이상으로 추산되고 있다.서울만도 ‘97년 현재 신고한 폐공숫자가 7천여개나 된다. 이러한 문제는 서울뿐만 아니라 인구 10만 이상의 도시에는 모두 해당된다. 이런 폐공을 무작정 폐기처분 하는 것이 아니라 전문연구기관에 의뢰하여 관측정으로 재설비ㆍ개선해 향후 지하수의 수질, 수위, 수량관측을 위한 관측망으로 재활용하는게 필요하다. 다행히 지난 97년7월15일부터 시행된 지하수법 개정안에 폐공폐기처분의 의무화 규정을 개정해 관측정으로 재활용할 수 있는 법적근거를 마련한 상태에 있다.지하 수자원 관리가 필요한 또 다른 배경으로 지표 수원 확보, 관리의 취약성도 한몫을 한다. 정부에서는 보다 많은 수자원 확보를 위한 대규모 다목적댐 건설을 계획하고 있으나 이는 입지 선정, 수몰지역 확산, 생태계 파괴 등 많은 현실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 설령 대규모 댐이 건설돼도 날로 심화되는 지표수 오염이나 녹조발생 등으로 인한 수돗물의 불신은 날로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저수의 한계점, 오염 취약성, 화생방이나 핵사고 등과 같은 비상사태의 우려, 엘니뇨현상과 같은 지구 환경 변화 등으로 지표수자원의 활용에는 한계가 있다.◆ 먹는물시장 50조원, 수출 가능성 높은 ‘돈줄’전세계 먹는샘물시장은 어림잡아 50조원 규모. 이러한 시장을 일부 기업들이 장악하고 있으며, 이들은 국내 먹는샘물시장에 진출해 주도면밀하게 공략중이다. 대표적인 기업이 바로 프랑스의 에비앙. 지난 91년 기준으로 연간 14억ℓ를 생산, 이 가운데 30%를 수출해 연간 5천억원 이상의 수출실적을 자랑하는 기업이다. 우리나라에는 지난 97년에 진출했다. 비단 에비앙만이 아니다. 네슬레도 역시 물장사로 큰 이익을 남기는 기업이다.그러나 이러한 다국적 생수업체들을 부러워만 할 일은 아니다. 우리나라에도 얼마든지 에비앙이나 네슬레와 같은 기업이 나올 수 있다. 현재 국내 지하수부존량이 1조5천억t에 이르며 연간 이용가능한 지하수만 1백35억t에 이른다.게다가 산악지대가 70% 이상을 차지하는 지형적인 특성상 오랜 세월을 통해 지하의 암반과 지층을 거치면서 많은 광물질을 함유한 훌륭한 수질의 물로서 세계시장에서의 경쟁력이 충분하다.실제로 많은 먹는샘물업체들이 일본 미국 동남아 등으로 먹는물을 수출하고 있다.(표2 참조) 현지에서의 반응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 98년5월 APEC회원국간 수자원 전문가회의에서 한국의 물수출 가능성이 거론되기도 했다. ‘물=에너지, 즉 물은 돈’이라고 정의한 전문가들은 앞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물부족 문제를 심도있게 의논했다.태국의 경우 물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빙하를 끌어오는 방안에서부터 컨테이너를 이용한 물수입을 위한 전용항구개설 등을 제안할 정도였다. 비단 태국만이 아니다. 중국 및 동남아국가 대부분은 먹는물을 수입해야 할 상황에 대비해 국가간 물공급 파이프 연결공사에 회원국간에 의지를 모아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하기도 했다.이런 상황에서 참석 회원국중에 물 때문에 고통받고 있는 이웃나라를 위해 물을 공급해줄 수 있고, 수출까지 할 수 있는 나라를 꼽았다. 캐나다를 위시해서 불과 몇개국에 불과했다. 그 몇개국 안에 우리나라가 포함됐다. 기름을 수입하는 대신 물을 수출하는 나라. 충분히 가능한 일이고 바람직한 모습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여기에는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지하 수자원 관리가 전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