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우습게 보지마! 다쳐!’정수기 먹는샘물 등 물비즈니스가 넘실대고 있다. 최근 태창에서 북한의 금강산샘물을 들여오고 코카콜라가 먹는샘물시장에 진출하는 등 먹는샘물업체간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정수기업체들도 임대용·중가형 제품을 내놓고 물시장 경쟁에 가담하고 있다. 게다가 한여름 성수기라는 계절적 요인과 경기가 회복되면서 깨끗한 물을 찾는 수요까지 더해져 업체들간 경쟁은 더위를 무색케하고 있다.◆ 물비즈니스 ‘나쁠수록 돈 된다?’물비즈니스가 이처럼 다시 활기를 띠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듯 우리나라의 물사정이 좋지 않다는 점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환경부가 지난 4월에 낸 ‘4대강 수질오염 자료’에 따르면 2천만 서울·수도권 주민의 식수원인 팔당호의 수질과 낙동강의 수질이 3급수 수준으로 오염된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최근에는 한강에서 무균성 뇌수막염을 유발하는 바이러스가 검출됐다는 보고마저 있었다. 지하수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환경부가 국회 환경노동위 권철현의원에게 제출한 ‘4대지방환경청별 지하수 수질검사결과’에서도 서울경인지역의 지하수 가운데 발암물질이 포함돼 있을 정도로 오염돼 있다는 심각한 결과가 밝혀지기도 했었다. 이래저래 안심하고 마실 수 있는 물을 돈을 주고서라도 찾게끔 만드는 환경인 것이다.소득의 증가도 깨끗한 물에 대한 수요를 부추기고 있다. 지난해 7월 서울시에서 20세 이상의 서울시민 5백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민의 0.2%만이 수돗물을 그대로 마시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대부분 끓여먹거나 먹는샘물, 약수 등을 먹는다는 것이다. 특히 이 조사에서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지만 소득이 높을수록 먹는샘물을 많이 마시는 것으로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이런 점 때문에 먹는샘물업체들과 정수기업체들은 물오염뉴스가 나올 때마다 이를 광고나 판촉에 적극 활용하는 기민함을 발휘하면서 부지런히 영역확장에 나서고 있다.◆ 샘물·정수기업체 ‘입맛잡기’ 경쟁물비즈니스가 국내에 본격적으로 자리를 잡은 것은 지난 88년 서울올림픽을 전후한 시점이라는 것이 업계에서 나오는 일치된 지적. 소득이 증가한데 가장 큰 영향을 받았다. 낙동강 페놀사태를 비롯한 각종 물오염사건이 자주 발생하면서 먹는 물에 대한 불신을 키운 점도 크게 작용했다. 이러한 분위기를 좇아 이미 70년대부터 영업을 해왔던 먹는샘물업계와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대중화에 나선 정수기업체들은 본격적인 영업확장에 나섰다.이 가운데 가장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보인 곳은 정수기업계. 1백30여개로 추산되는 정수기업체들이 4천억∼5천억원대로 추산되는 시장을 놓고 치열한 경쟁중이다. 냉온수기에 필터를 부착한 사제품을 생산하는 업체들까지 포함하면 한때 2백여개 이상의 업체들이 경쟁했었지만 그나마 IMF로 정리된 업체 숫자가 1백30여개다.코오롱 효성 등 정수기 대중화를 겨냥해 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기업들이거나 웅진 청호 등 정수기사업으로 덩치를 키운 기업들의 ‘성공신화’를 꿈꾸는 업체들이다. 대부분은 중소기업들이다. “정수기 제작이 용이한데다 마진율도 짭짤해 너도나도 뛰어들고 있다”는 것이 업계에서 나오는 말이다.게다가 외국업체들도 다단계 판매회사들을 중심으로 분주히 발길을 한국시장으로 옮기고 있다.다단계 판매조직이라는 탄탄한 유통망을 적극 활용하면 승산이 있다는 계산에서다. “지난해를 기점으로 정수기 수요층이 상류층에서 중산층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으며, 시장규모도 급속히 커지고 있어 국내외 업체들간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주)코오롱 생수기팀장인 권상오부장의 전망이다. 갈수록 점입가경의 경쟁이 예상된다는 것이다.지난 70년대 미군부대 납품을 했던 몇몇업체들을 중심으로 짜였던 먹는샘물시장의 판도도 비슷하다. 현재 78개 업체(환경부 허가업체 기준)가 2천억원에 이르는 시장을 놓고 정수기업체들에 뒤질세라 영업에 한창이다. 대기업 지자체 등은 물론 수입업체들도 가세하고 있다. 최근에는 신덕산샘물 금강산샘물 등 북한산 샘물과 코카콜라와 같은 거대공룡의 시장 진출설로 먹는샘물시장의 판세가 뒤바뀌는 것 아니냐는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수출 전략 상품 가능성 크다이처럼 정수기, 먹는샘물 등 물비즈니스업체들의 국내 시장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국내 업체들이 적극적으로 시선을 외국으로 돌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 정수기의 기술 수준이나, 먹는샘물의 뛰어난 수질이 중국 동남아 등을 수출 대상국으로 삼기에 충분하다는 것이다. 비록 지금 웅진 등의 정수기업체나 15개의 먹는샘물업체 등에서 동남아 일본 중국으로 수출을 하고 있지만 보다 적극적인 시장 개척을 하면 에비앙이나 페리에와 같은 브랜드의 먹는샘물을 만들어내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다는 것이다.제주도지방개발공사의 김승제사장은 “그동안 국내 업체들이 내수에 치중하다 보니 해외시장개척을 소흘히 했다”면서 수출쪽으로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제주도지방개발공사는 ‘삼다수’라는 브랜드로 국내 페트병 먹는샘물시장에서 점유율 1위업체. 지난해 일본에 12억6천여만원어치의 물을 수출해 현지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요즘도 미국 홍콩 중국 중동 등지에의 수출 문의가 몰리고 있다”는 김사장은 “물류비 등 다소 어려움이 있더라도 국내 샘물에 대한 외국에서의 호평을 바탕으로 적극 진출하면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