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운동권·연예인 출신 속속 창업 … 마당발 인맥·유연한 사고 ‘강점’

서울벤처밸리에서 벤처 CEO로 제 2의 인생을 시작하는 사람들의 전직은 다양하다. 기자 운동권 연예인 등 나름대로 독특한 인생역정과 이력을 가진 사람들도 적지 않다.요즘 부쩍 눈길을 끌고 있는 그룹이 바로 기자출신 CEO들. 이규창 한국소프트중심 사장, 김강호 사이젠텍 사장, 최창환 이데일리 사장, 예병일 코리아인터넷닷컴 사장, 홍선근 머니투데이 사장, 유상연 이하우 사장, 유형오 게임브릿지 사장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대부분 기자시절 취재경험을 창업에 연결했다.이규창 사장은 조선일보 기자출신. 10년 넘게 정보통신 전문기자로 일하다 소프트웨어 유통질서를 확립하고 보다 일선에서 정보화의 새로운 트렌드를 알려주고 싶다는 생각에서 창업했다. 이사장은 단순한 소프트웨어 유통을 뛰어넘어 “정보화의 전도사가 되고 싶다”는 본인의 희망에 따라 정보통신인들의 모임장소인 ‘벤처클럽@소프라노’를 운영,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선후배 기자까지 가세 ‘언론사 인력 대이동’머니투데이 홍선근 사장은 한국일보 기자출신으로 오랫동안 금융담당 기자로 일하다 금융정보 전문사이트를 운영하게 됐다. 또 이창호 아이뉴스24 사장은 전자신문에서 14년동안 IT전문 기자로 일하다 IT뉴스제공 전문회사를 창업했다.이들은 동업계 동료 및 선후배 기자들을 대거 포섭, 기자들 자리이동의 ‘주범’으로 몰리기도 했다.최근에는 중앙일보 사회부 출신의 유상연 기자가 생활정보제공 전문사이트 ‘이하우’(www.ehow.co.kr)를, 전자신문 유형오 기자가 게임전문 컨설팅업체인 ‘게임브릿지’를 선보이는 등 기자출신 경영인들의 숫자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이들은 기자출신 경영인의 장점으로 기자시절의 인맥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꼽는다. 그러나 여기에 의존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따끔한 지적도 잊지 않는다.이규창 한국소프트중심 사장은 “기자경험이 최고경영자로서의 역할에 보탬이 되는 것은 일단 시장 흐름을 좀더 빨리 읽을 수 있고 자기 동기부여가 강한 기자직의 특성상 경영인으로서도 열심히 뛰게 만드는 특징이 있다”고 전했다. 이사장은 그러나 “이해관계의 밖에서 가치중립적으로 일하던 기자시절과는 달리 얽히고설킨 이해관계를 다루려다 보면 가치판단이 어려울 때도 있다”고 털어놨다.서울벤처밸리에서 잘나가는 CEO들 중에는 속칭 ‘운동권’ 출신들도 적지 않다. 알짜마트의 박성현 사장이 대표적인 예. 서울대 정치학과 77학번인 박사장은 대학입학 후 몇년간 학림, 깃발, 제헌의회 등 한국 학생운동사에서 큰 획을 그은 사건들을 몸소 겪으며 학생운동을 대표하는 인물로 기억되고 있다. 물론 수감된 것도 여러번이다. 예일대 경제학과 대학원을 중퇴하고 한국일보에서 3년 동안 기자생활을 하기도 했다.그런 그가 창업전선에 뛰어든 것은 90년 기업간 네트워킹 장비업체인 동성정보통신을 차리면서부터. 고가의 네트워킹 장비를 팔기 위해 전문 세일즈맨이 되어야 했던 시절이다. 이후 93년 나우누리를 창업해 한국 PC통신 시장에 바람을 일으키기도 했던 그는 집안의 다른 사업이 부도를 내는 바람에 나우누리를 포기하고, (주)알짜마트닷컴를 차렸다.알짜마트는 일종의 올라인(All-line) 도매상. 온라인에서 주문하고 오프라인에서도 주문과 배달이 동시에 이뤄져 이른바 전천후 쇼핑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주문은 인터넷을 통해 받고 단돈 5천원 짜리라도 무료로 배달한다는 원칙. 주문받은지 하룻만에 배달, 물건을 배달한 다음 요금을 나중에 받는 ‘요금후불제’도 알짜마트의 독특한 점. 덕분에 소비자들의 인기를 끌면서 2백개(4월말)의 가맹점을 확보하고 매일 1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올 연말까지 전국에 1천여개의 가맹점을 확보할 방침. 4/4분기 매출목표는 2백60억원이다.시국사건을 통해 변화의 핵심에 서 있었던 박사장은 이제 인터넷 전자상거래를 통해 디지털시대의 핵심에 서 있다. 더 좋은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그의 열정이 ‘인터넷혁명’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왕년 스타들도 벤처창업 가세벤처창업에는 연예인들도 예외가 아니다. 그러나 이수만씨 등 대부분의 연예인들이 자신들의 경험을 살려 엔터테인먼트 등 연예 및 오락관련 벤처에 뛰어들고 있는데 비해 돌아온 ‘꼬마신랑’ 김정훈씨(40, 본명 김일명)는 코팅기술개발이라는 이색 벤처사업에 투신하고 있다.4살 때 <이 세상 끝까지(64년작) designtimesp=19947>란 영화로 데뷔, 전국을 눈물바다로 만든 영화 <미워도 다시한번(67년작) designtimesp=19948>을 비롯해 <꼬마신랑(68년) designtimesp=19949>, <고교얄개(78년) designtimesp=19950> 등에 출연했던 김사장은 21세 때인 81년 대만으로 유학, 8년 동안 국립대만대에서 역사학을 전공했다. 이후 중국어 강사를 포함, 16년 동안 각국을 넘나들며 국제감각을 익혔다.비교적 일찌감치 연예계를 떠났던 김사장이 국내에서 풀어낸 사업보따리는 환경산업. 99년7월에 메이(주)라는 환경벤처기업을 설립, 평판디스플레이를 내놓은데 이어 최근에는 아주대 재료공학과 팀과 산학협동으로 환경관련 코팅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김사장은 “연예인 출신이라는 이유로 사람들이 호기심과 친밀감을 갖고 대하기 때문에 비즈니스에 유리한 점도 많지만, 일부에선 ‘연예인이 무슨 사장’이라는 식의 편견을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기술력을 바탕으로 투명경영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벤처 CEO '인맥만들기'정보 목마름, 친목모임에서 푼다벤처 CEO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네트워크 형성, 즉 ‘인맥만들기’다. 이에 따라 서울벤처밸리의 CEO들은 너도나도 자신의 출신지, 출신학교, 전직장, 취미 등에 따라 모임을 결성하고 운영해 나간다. 이들에게 모임은 단순한 친목일 수도 있지만 각종 정보를 교류하고 업무 파트너를 찾기 위한 중요한 자리. 따라서 한 CEO가 한개의 모임에만 가입하는 것이 아니라 관심사에 따라 여러개의 모임에서 활동하기도 한다. 현재 10여개의 벤처 CEO모임이 비교적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대표적인 것이 ‘시작닷컴’. 완전히 다른 비즈니스모델을 가진 CEO들의 모임으로 처음에는 친목모임의 성격이 강했으나 회원이 늘면서 사업내용에 대한 토론, 공동마케팅 등으로 관심사가 넓혀지고 있다. 회원으론 팍스넷의 박창기 사장, 네이버컴의 이해진 사장, 인츠닷컴의 이진성 사장, 에이메일의 백동훈 사장 등이 있다. 모임은 매주 화요일 아침 8시 르네상스 호텔.‘EB클럽’은 아이네트의 허진호 전사장이 주축이 돼 만든 모임. 회원이 되기 위해선 다른 회원의 추천을 받아야 하는 까다로운 과정 때문에 ‘검증된 사람들의 모임’으로 통한다. 덕분에 인터넷업계에서 저마다 한몫하는 인물들이 모여 최대의 맨파워를 자랑한다. 팍스넷의 박창기 사장, 시큐어소프트 김홍선 사장, 인츠닷컴의 이진성 사장, 네이버컴의 이해진 사장, 네띠앙의 홍윤선 사장, 옥션의 이금룡 사장, 한글과컴퓨터 전하진 사장 등이 주력 멤버들이다.‘IB리그’는 인터넷분야 벤처기업인과 대학교수 등이 중심이 된 모임. 이코퍼레이션의 김이숙 사장을 핵심으로 한글과컴퓨터 전하진 사장, 지오이네트 전성영 사장, 이경전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등이 참석하고 있다. 또 이코퍼레이션에서 CEO 모닝클래스를 수강한 CEO들의 모임인 ‘e-CEO’모임, 정문술 미래산업 사장, 이민화 메디슨 회장 등 벤처 1세대들이 주도하는 ‘벤처리더스클럽’도 잘 알려진 모임이다.최근에는 학연끼리 뭉치는 경우가 부쩍 많아졌다. 지난 3월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출신 CEO들이 모임을 결성한데 이어 6월17일에는 고려대 출신 벤처인들이 ‘고대벤처클럽’을 발족시켰고, 카이스트출신 벤처인들은 ‘맨플러스’란 이름의 카이스트 클럽 겸용 카페를 만들었다.한편 ‘벤처클럽@소프라노’는 한국소프트중심 이규창 사장이 만든 공간. 2호선 선릉역 근처에 위치한 소프라노는 벤처기업인들의 모임장소이자 종합컨설팅 서비스센터로 운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