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회복 수요급증, ‘조단위 시대’ 전망 … 코카콜라 진출설, 업계 ‘긴장’

먹는샘물(생수)시장이 한여름 성수기를 맞아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예년보다 무더위가 일찍 찾아온데다 경기가 나아지면서 IMF로 위축됐던 수요가 다시 살아나, 생수를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고 있는 것이다. 롯데칠성음료에 ‘아이시스’라는 주문자상표부착방식으로 먹는샘물을 생산·납품하는 창대통상(주) 정명원과장은 “지난달만 20만상자를 판매했으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0% 정도 판매량이 늘어난 양”이라는 말로 제철을 만난 먹는샘물업계를 전했다. 다른 업체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정부의 허가를 받은 먹는샘물업체들로 구성된 한국샘물협회의 임병진사무국장은 “일부 샘물업체의 경우 밀려드는 주문량을 맞추지 못할 정도라는 말을 하고 있다”는 말로 먹는샘물업계의 요즘 분위기를 설명했다.◆ 95년 대비 47% 시장 성장"먹는샘물을 생산해내는 업체들이 많은데다 드러나지 않은 거래가 적잖아 시장규모를 추정하기 어렵습니다.” 제주개발공사 김방원 영업팀장의 말이다. 현재 우리나라 먹는샘물시장의 규모는 기관이나 업체마다 내놓는 숫자가 제각각이다. 업체수도 마찬가지다. 한국샘물협회에서는 먹는샘물업체로 정부의 허가를 받은 곳이 78개라고 밝히고 있지만 실제 수는 그보다 많을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시장규모의 경우도 일부 시장조사업체에서는 1천억원 규모라고 파악하고 있는데 반해 한국샘물협회에서는 2천억원정도라고 설명하고 있다. 지난해 47개 먹는샘물업체에서 모두 1백10만여t을 팔아 1천3백억원 가량의 판매실적을 올린 것을 토대로 대략 1천5백억원에서 2천억원대의 시장규모라는 것이다.먹는샘물 판매량에 대해 20%(지난 4월1일부터 7.5%로 조정)씩 일정하게 부과되는 수질개선부담금을 기준으로 역으로 산출한 금액이다. “이는 지난 IMF이전의 시장 규모”라는 것이 임국장의 설명이다. 먹는샘물업체들은 여기에 한술 더 떠 2천억원 이상이라는 견해다. 음성적으로 이뤄지는 거래, 판매실적 축소 등 드러나지 않은 숫자가 더 있다는 것이다.이처럼 시장규모나 업체수 등에 대해서 의견이 분분하지만 모두가 확실하게 일치된 목소리로 지적하는 내용이 있다. 경기회복에 힘입어 먹는샘물시장이 급속히 호전되고 있다는 점이다. 시장조사 전문업체인 AC닐슨 코리아측은 “최근 5년간 매년 15∼25%의 성장을 해오던 먹는샘물시장이 IMF로 잠시 위축됐지만, 지난해에는 약 20%의 성장세로 회복세를 보였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 95년과 비교해 47% 정도 성장한 숫자라는 것이 AC닐슨 코리아측의 설명이다.게다가 소득증가와 환경오염 등을 감안하면 앞으로의 성장성은 더욱 밝다는 것이 관련업계와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한국자원연구소의 성익환박사는 “세계 먹는샘물시장이 52조원 규모에 이른다”며 “조만간 우리나라의 먹는샘물시장도 조단위 시대로 접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먹는샘물업계의 시각도 낙관적이다. 북한의 금강산샘물사업을 총괄하는 태창의 오병권 식품사업본부장은 “OECD국가중 우리나라의 수질이 우수한 편에 속하지만 무분별한 개발과 관리미숙으로 오염이 심각해 먹는물은 사정이 좋지 않은 상황”이라며 “앞으로 3∼5년 후면 먹는샘물사업이 전성기를 맞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돈 된다’ 대기업 진출 활발 … 과당경쟁 부작용시장전망이 좋다는 것은 곧 경쟁을 시사하는 말이다. 먹는샘물업계도 마찬가지다. “3년만에 78개로 업체수가 늘어나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 한국자원연구소 성박사의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요즘 눈에 두드러진 현상이 있다. 규모의 경쟁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한 먹는샘물업자는 “자본싸움이 시작됐다”는 말로 이를 설명했다. 최근 생수시장에 진출한 대기업들에 맞서 영업난 자금난 등을 겪는 중소기업들이 힘든 싸움을 하고 있으며, 결국에는 대기업 중심으로 먹는샘물업계의 판도가 다시 짜여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아닌게 아니라 몇년전부터 먹는샘물사업에 진출한 대기업들이 오래전부터 영업을 해온 중소업체들을 밀어내고 모두 앞자리에 자리잡고 있는 실정이다. 자체 생산공장을 갖고 있는 동원식품(동원샘물) 제일제당(스파클) 진로(석수) 풀무원(풀무원샘물) 일화(초정수) 하이트맥주(퓨리스) 건영식품(가야샘물) 무학(화이트) 한국공항(제주광천수) 해태음료(평창샘물) 등이 그 예다.자체적으로 샘물공장을 갖지 않고 주문자상표부착방식으로 샘물을 판매하는 대기업도 있다. 한국야쿠르트(샘물나라), 롯데칠성음료(아이시스) 등이다. 지자체들의 신규진입을 환경부에서 막았지만 제주도지방개발공사(제주 삼다수), 청양군청(칠갑산 맑은물) 등 이미 진출한 지방자치단체들의 먹는샘물사업도 만만찮다. 특히 제주 삼다수의 경우 페트병 먹는샘물시장에서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끼워팔기 덤핑 등의 과당경쟁도 빚어지고 있다. 샘물협회에서 끼워팔기 등에 따른 시장혼탁을 우려해 공정위에 이의신청을 내기도 했을 정도다. 최근 급부상한 H·N·C사 등이 모두 끼워팔기나 덤핑 등으로 시장에서 판매량을 늘린 대표적인 업체들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러한 과당경쟁도 7월부터는 사라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7월부터 병뚜껑에 수질개선부담금 납부필증을 의무적으로 부착하게 돼있어 덤핑이나 무자료거래가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는게 풀무원샘물 서석원 사장의 말이다.국내업체를 중심으로 한 먹는샘물시장이 다시 활기를 띠고 있지만 의욕적으로 우리나라에 진출했던 외국음료들의 상황은 딴판이다. 현재 환경부에 등록된 외국샘물수입판매업체는 모두 16개. 북한 프랑스 캐나다 벨기에 터키 중국 미국 에콰도르 등에서 수입하는 것으로 신고돼 있다. 북한의 신덕산샘물이나 금강산샘물, 프랑스의 에비앙과 볼빅, 벨기에의 스파 등 유명샘물부터 잘 알려지지 않은 것까지 종류도 여럿이다.그러나 이 가운데 실제 영업을 하는 곳은 에비앙, 신덕산샘물, 금강산샘물 등에 불과하다는 것이 업계에서 나오는 말이다. 많은 업체들이 사업을 포기했거나 휴업중이라는 것이다. 프랑스에서 볼빅광천수를 수입했던 선인종합상사의 경우 2년반 이상을 해왔던 샘물수입·판매를 지난해에 중단했으며, 벨기에의 발베어광천샘물을 수입했던 드래곤해운도 1년전에 판매를 중단했다. 다른 업체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유통기한 운반료 환율 등 전반적인 사업성이 좋지 않았다”는게 한 수입업자의 말이다.이러한 상황은 올 들어서도 여전하다. 수질개선부담금 물류비 등 제반비용을 고려한 영업수지를 맞추기 어렵다는 것이다. 현재 수질개선부담금은 평균단가를 기준으로 하는데 “수입샘물의 평균단가가 시중에서 유통되는 가격이나 국내샘물(0.5ℓ당 1백21원)보다 훨씬 비싼 9백58원에 책정돼 있어 소비자 가격으로 했을 때 판매금액의 70% 정도가 세금으로 나간다”는 것이 북한에서 고려신덕산샘물을 들여와 판매하는 (주)동북교역 옥영필과장의 말이다.이처럼 외국 먹는샘물들이 국내시장에서 고전을 면치못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중단됐던 샘물수입을 재개하는 것을 고려중이거나 새롭게 시장진출을 준비하는 업체도 있다. 네슬레의 페리에 탄산수가 할인점을 중심으로 판매되고 있으며, 코카콜라의 시장 진출설도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청량음료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코카콜라의 먹는샘물시장 진출에 업계에서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자금 마케팅 판매망 등 모든 면에서 앞선 코카콜라의 진출로 시장판도가 뒤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이에 대해 코카콜라측은 “확인된 사실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경기도 양주의 P사와 주문자상표부착방식으로 생산·판매하기로 계약이 됐다는 말이 정설처럼 나돌고 있다. 그 중에는 7월중에 생산이 시작될 것이며, 상품명은 코카콜라가 미국내에서 판매하는 ‘다사니’라는 브랜드대신 한국명으로 런칭할 것이라는 구체적인 내용들도 포함돼 있다.★ 인터뷰 / 오병권 (주)태창 식품사업본부장'물장사’부터 식품사업으로까지 확대분단후 최초의 남북정상회담으로 새삼스레 북한관련붐이 일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곳의 하나가 의류전문업체인 (주)태창이다. 금강산에서 채수한 먹는샘물을 들여와 7월초부터 시판에 들어간다."지난 95년 일본수질학회장인 도쿄 릿쇼대 다카무라교수로부터 금강산의 물이 매우 뛰어나다는 말과 먹는샘물사업의 전망이 좋다는 말을 듣고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태창의 금강산샘물사업을 총괄하는 오병권 식품사업본부장이 밝힌 먹는샘물사업 진출 배경이다. 수질·수량 분석을 거쳐 사업성을 확인했으며, 수차례의 방북을 통해 조선릉라888무역총회사와 합영계약을 맺었다. 유명한 용성맥주 평양소주 등을 생산·판매하는 회사다. 태창이 합작사의 지분 60%를 갖고 있다.태창에서 들여오는 금강산샘물은 금강산에서도 물맛이 뛰어난 곳으로 알려진 동석동에서 채수한 물. 금강산의 지하수자원은 한반도 전체에 공급가능할 정도. 연간 34억t의 정수매장량과 1백20억t의 취수매장량을 갖고 있다. 이 가운데 동석동의 암반 사이에서 자연적으로 용출되는 물을 사용한다. 양은 하루 평균 5천t 가량. “암반층을 뚫고 나오는 약알칼리성 용출수로 항상 일정한 수온(8℃)을 유지하며, 경도가 높고 전기전도도가 낮아 깨끗한 맛이 그대로 느껴진다”는 것이 오본부장의 자랑이다.동석동의 호정에서 끌어온 물을 온정리에 자리잡은 공장에서 병에 넣어 장전항을 통해 들여 온다. 판매는 동원산업에서 대행한다. 매달 3천t(15만상자)씩 들여올 예정이며, 지난 15일 1차분 5백t을 들여 왔다. 북한의 빼어난 샘물이라는 점을 살려 판매 가격은 다소 비싸게 잡았다. “소매가 기준으로 0.5ℓ 6백원, 1.8ℓ 1천2백원에 판매될 예정”이라는 것이 오본부장의 말이다. 현재 시판되는 샘물에 비해 20% 정도가 비싸지만 원하는 수요층만을 대상으로 하기에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수출도 추진중이다. 일본 홍콩 등에서 수입을 타진하고 있다."샘물이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물이 있어야만 뛰어난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장류 음료 주류 등으로 사업을 확대한다는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이미 확보한 9만평의 부지에 세계적인 식품업체들을 유치하는 것도 고려중입니다.” 오본부장이 밝힌 금강산샘물사업의 비전이다. ‘물장사’에만 승부를 걸지 않고 앞으로 식품사업전반으로 확대하는 쪽으로 비중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