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바다건너 미국의 경우 일반 주식투자자의 77%가 해당기업의 CEO를 보고 투자를 결정한다는 보고서가 나와 있다. 국내도 예외가 아니다. 삼성그룹은 CEO성과평가에서 주가관련 항목을 30%이상 책정했다. CEO가 주가관리를 해야 한다는 것이지만, 바꿔 말하면 투자유치를 위해 CEO가 그만큼 자신의 ‘브랜드’ 관리를 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전경련은 최근 ‘중소기업종합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지원대상 벤처기업을 선정하면서 가장 핵심적인 선정기준으로 CEO의 역량에 초점을 맞췄다.전경련 국제산업협력재단 이우열 부장은 “벤처기업의 경우 기술력보다 더 중요한 것이 CEO의 역량”이라며 “특히 CEO의 경력과 사업에 대한 비전 및 캐릭터를 중요시하되, 이를 사업내용과 결부시켜 파악한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정부관료 출신 CEO의 경우 정부관련 업무는 밝은 대신 해외마케팅이나 해외IR에는 약할 수도 있다. 또 대기업이나 종합상사 출신 CEO의 경우 기획 및 마케팅 능력이 탁월하기 때문에 마케팅 능력이 중요시되는 벤처기업에 유리하다. 또 외국기업이나 외국컨설팅업체 출신의 CEO들은 기업의 해외진출 및 해외자원조달, 기업의 경영프로세스를 원활하게 추진하는데 ‘특기’를 발휘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이부장의 설명이다.이는 물론 일반적인 얘기다. 현재 국내 벤처기업을 이끌고 있는 CEO들은 그들의 과거의 경험, 경력에 따라 약간씩 다른 경영스타일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성공한 CEO들은 그들의 ‘출신성분’과는 별개로 공통적인 특징, 즉 벤처경영인으로 갖춰야 할 기본자질을 어느 정도는 갖추고 있다. 탄탄한 기술력과 한발 앞선 판단력, 뚝심에 가까운 추진력과 불굴의 의지, 무아지경에 가까운 집중력 등이다.◆ 기술력은 기본, 판단력·뚝심 공통점미래산업 정문술 사장(62)과 넥스텔의 김성현 사장(51)의 경우 사업실패와 이로 인한 ‘자살유혹’을 딛고 일어나 주목받는 기업인으로 성장한 국내 1세대 벤처인. 기술에 대한 신념과 불굴의 의지가 이들의 재산이었다. 정부의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척박한 풍토에서 살아 남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었던 것이다.비트컴퓨터 조현정 사장(43)은 무아지경에 가까운 집중력으로 유명하다. 조사장의 경우 창업 초창기 일에 몰두한 나머지 계절을 잊고 한여름에 한겨울 외투를 입고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한동안 이를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일에 집중해 있었다. 이는 세계 2위의 컴퓨터업체인 델컴퓨터의 창업자 마이클 델이 업무구상에 열중한 나머지 바로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데모대의 폭력시위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그 앞을 유유히 지나갔다는 일화와도 닮아 있다. 너무도 자연스러운 그의 모습에 문신을 한 우락부락한 데모대가 오히려 그를 구경할 정도였다고 한다.현재 빠르게 변하고 있는 디지털시대의 벤처기업인들, 특히 인터넷 관련기업을 중심으로 한 벤처 2세대들은 기술력과 뚝심 중심의 벤처 1세대들과는 또 다른 역량을 요구받고 있다. 관리에 충실한 CEO보다 끊임없는 아이디어 및 비전제시와 더불어 난관을 돌파하는 리더가 각광을 받고 있는가 하면, 공동CEO체제, 네트워크 형성을 위한 모임결성 등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공동CEO체제·모임결성 새 트렌드공동CEO체제의 경우, 인터넷 경매업체인 옥션이 지난해 9월 삼성물산 이금룡 이사를 공동대표로 전격 영입, ‘오혁(해외)-이금룡(국내)’ 투톱(Two-Top)체제로 주력분야를 나눴는가 하면, 나모인터렉티브가 올해 1월 창업자이면서도 회사를 떠나 있던 김흥준대표이사를 컴백시켜 ‘박흥호-김흥준’체제를 성립시켰다. 최근엔 이코퍼레이션 김이숙 사장이 아더앤드슨 컨설턴트였던 이충노씨를 공동대표로 영입했다. ‘투톱’체제의 경우 기존의 창업자가 회사를 키우는 과정에서 자신이 부족한 부분을 메우기 위해 영입하는 것이 대부분. 그러나 인티즌의 박태웅 사장이 오프라인 인맥강화 및 대기업과의 전략적 제휴를 위해 공병호 자유기업센터 소장을 영입한 뒤 오히려 밀려나는 등 부작용도 적지 않다.네트워크 형성은 벤처기업 CEO들이 살아남기 위한 필수요소로 인식되고 있다. 네트워크 형성의 대표적인 형태가 각종 모임결성. 벤처기업들이 몰려 있는 서울벤처밸리에는 현재 출신회사나 출신학교 취미 이해관계 등에 따라 수십개의 CEO모임이 운영되고 있다. 서로 상대방회사의 부사장이나 이사로 활약하는 등 직책교류도 네트워크 형성 및 인맥관리의 또 다른 형태다.여기에다 국내 및 해외 투자자를 설득할 수 있는 탁월한 프리젠테이션 능력과 자기연출 능력도 디지털시대 CEO들에게 요구되는 역량이다. 이 때문에 요즘 서울벤처밸리에 불고 있는 주된 바람중의 하나가 외국계 기업이나 외국 컨설턴트 출신의 CEO영입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디지털시대 벤처기업의 CEO들이 필연적으로 기존기업과 다른 새로운 질서, 참신한 아이디어를 요구한다는 점에서 20대의 신세대 CEO들의 모습도 부각되고 있다. 여성 CEO가 늘어나고 있는 것도 디지털시대 벤처기업의 특징중의 하나다. 현재 여성 CEO는 정부에 등록된 6천여개의 벤처기업중 3백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성공하는 CEO 10가지 특징‘훌륭한 CEO가 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최고로 검증된 CEO들로부터 그들의 리더쉽과 전략, 사고방식을 공부하십시오’최근 이란 책에 나온 첫마디다. ‘탑 비즈니스 리더 50인이 주는 교훈’이란 부제가 붙은 이 책은 미국 CEO 연구전문가인 토머스 J.네프와 제임스 M. 시트린이 좀 챔버스 시스코시스템즈 회장 등 미국의 성공적인 CEO 50명의 리더십을 총체적으로 연구한 결과. 저자는 50인의 톱리더 연구를 통해 ‘성공한 CEO의 10가지 특징’을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1. 일에 대한 열정: 대부분이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즐기고, 사랑한 사람들이다.2. 지성과 명료한 사고: 복잡한 것을 단순하게 만드는 능력, 미래를 내다볼 줄 아는 혜안이 필요하다.3. 훌륭한 화술: 직원들에게나 투자자들에게 비즈니스의 기본요소, 전략, 대안, 행동과정 등을 효과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4. 높은 에너지: 일주일에 평균 65시간 이상씩 일하는 CEO가 대부분. 따라서 엄청난 체력, 왕성한 에너지는 필수요건.5. 억제된 자아: 한마디로 잘난척하지 않고 겸손하다는 것이다.6. 내적인 평화: 사교적, 내성적 또는 카리스마와 상관없이 조화와 관대함을 유지하는 사람에겐 사람이 몰려들게 마련.7. 유년시절의 경험활용: 가족이나 학창시절의 행복, 불행 등 경험을 자신의 사업영역으로 이끌어 낸 경우가 많다.8. 화목한 가족: 유난히 이혼율이 높은 미국이지만 성공한 CEO들은 비교적 안정적인 가정을 유지하고 있다( 50명중 7명만이 이혼 또는 사별). 가족의 충고를 경영에 적절히 활용하는 것도 특징.9. 긍정적인 태도: 도전을 기회로, 실수를 배움의 기회로 활용하는 능력.10. 옳은 일을 올바르게 하기: 청렴한 생활, 훌륭한 아이디어 등 ‘옳은 일’에 초점을 맞춘 경영이야말로 최선의 경영이다.★ 인터뷰 / 이기열 I&C연구소장투명경영 실천 확인 … 벤처미래 낙관“벤처기업 CEO들을 만나 보면서 우리 나라의 미래가 참 밝다고 느꼈습니다. 다른 여러 가지 특징과 공통점이 있지만, 무엇보다 제가 만나본 벤처경영인들은 깨끗한 경영, 즉 외국인들이 좋아하는 투명경영과 인재양성에 주력하고 있는 분들이었습니다.”최근 벤처기업가 21명의 인생역정 및 성공스토리를 <내가 간 길은 내가 처음 간 길이었다 designtimesp=19969>는 책으로 엮어낸 이기열 I&C연구소 소장(61)은 “벤처기업인은 곧 우리경제의 미래”라고 강조했다.그가 책에서 소개한 21명의 벤처기업인은 몇년 사이 코스닥에 등록해 ‘대박’을 터뜨리는 등 한마디로 성공한 벤처기업인들이다. 로커스 김형순 사장(39), 팬택 박병엽 사장(38) 등 벤처 2세대로 불릴만한 비교적 젊은 세대도 있지만, 대체로 어렵게 벤처를 일궈온 1세대 벤처인들이 주류를 이룬다.월간 <정보와 통신 designtimesp=19974> 편집장을 역임하는 등 30년 가까이 정보통신업계를 지켜봐 온 이소장은 이들 벤처기업인들을 창업배경에 따라 크게 3부류로 나눴다. 꼭 사업을 해야겠다고 다짐하고 창업한 ‘의지형’과 나말고는 할만한 사람이 없어서 창업한 ‘사명감형’, 또 어쩔 수 없이 생존을 위해 또는 주변상황 때문에 창업한 ‘운명형’ 등이 그것이다.의지형의 대표적인 인물은 로커스 김사장. 박사학위를 포기하고 꼭 사업을 해야겠다는 의지로 창업에 나선 준비된 CEO다. 사명감형의 대표적 CEO는 안철수씨. 의사라는 직업이 있었지만 아무도 컴퓨터 바이러스 및 백신개발에 관심이 없던 시절, ‘나만이라도’라는 사명감으로 창업에 나섰다. 운명형에는 미래산업 정문술사장이 대표적. 직장에서 강제퇴직당한 뒤 창업만이 유일한 대안이었다는 뜻에서다.“창업동기는 각각 다르지만 성공한 벤처인들은 몇가지 공통적인 성공비결을 갖고 있더군요. 첫 번째가 탄탄한 기술력, 두 번째가 한발 앞선 판단력, 세 번째가 추진력입니다. 특히 판단력의 경우 복잡한 문제를 단순화시키는 능력과 미래의 흐름을 내다볼 수 있는 예지력도 포함됩니다. 또 하나의 특징은 경영학 교과서에 가까운 투명경영 및 원칙경영입니다. 회사돈은 한푼도 개인용도로 쓰지 않고, 자신의 가족을 일체 회사 일에 연루시키지 않는 식이죠.”이소장은 또 “인재를 소중히 여기면서 뇌물, 어음남발과 같은 잘못된 상거래 관행을 바꿔 나간다는 점에서 무한한 가능성과 희망을 느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