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는 발행비용 절감, 고객은 요금 실시간 조회·체계적 관리 ‘이점’ … 데이콤·한국통신 등 도입

경기도 일산에 사는 주부 신씨는 매월 날아오는 고지서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일부는 자동이체시켜 은행가는 수고는 덜었지만 고지서를 챙기는 일은 과거와 별반 차이가 없다. 현재 신씨가 받는 고지서는 전기 전화 카드 증권 신문 우유 관리비 등 10여종. 기억하기도 힘들 정도다. 한번은 몇 달 전에 납부한 영수증을 잃어버려 곤혹을 치른 일도 있다.그러나 요즘 신씨는 이런 일로 고민하는 일이 없다. 바로 인터넷 고지 및 지불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씨처럼 우편으로 배달되는 각종 요금 고지서 내용을 인터넷으로 조회하고 안방에서 지불할 수 있는 ‘EBPP(Electronic Bill Presentment & Payment)’ 서비스가 최근 급부상하고 있다.◆ 요금 징수 방법 혁명 예고먼저 EBPP 서비스는 빌러들에게 요금 징수 방법의 혁명을 예고하고 있다. 고지서 발행에 소요되는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현행 종이 형태의 고지서를 인쇄하고 우편으로 배달하는데 드는 비용은 건당 3백원에서 4백원 정도. 이를 EBPP 서비스로 바꿀 경우 건당 1백원으로 줄일 수 있다. 관련업계에서는 올해 국내에서 발행되는 종이 고지서는 15억건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한국전력 한국통신 등 공공기관에서 발행되는 고지서 10억건에 기타 금융기관 수요까지 합친 규모다. 15억건을 종이로 발행하면 건당 3백원씩만 잡아도 연간 4천5백억원의 비용이 필요하다. 그러나 EBPP 서비스로 전환하면 건당 1백원씩 1천5백억원으로 줄어들어 연간 3천억원 정도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객 입장에서는 EBPP서비스로 언제 어디서든 요금을 인터넷으로 조회하고 지불할 수 있다. 또 인터넷의 요금정보를 이용해 지출과 수입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고지서 관리부담도 사라진다. 요금청구서를 인터넷 메일로 전송받기 때문에 분실이나 훼손될 우려도 없다.이에 따라 이 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업체들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인터넷 사용자의 폭발적 증가와 함께 EBPP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앞으로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서다.대표적인 곳이 데이콤과 한국통신의 경쟁이다. 데이콤이 지난 5월9일 EBPP 서비스인 마이빌서비스(www.mybill.net)를 먼저 오픈하면서 스타트를 끊었다. 이에 그동안 자체시스템을 구축할 것인지 전문업체에 맡길 것인지 고민하던 한국통신도 뒤늦게 EBPP 서비스를 자체적으로 한다고 나섰다.데이콤 마이빌 서비스는 6월초 현재 천리안 가입자 3백4만명(자체 집계)을 비롯해 시외전화 국제전화 등 사용자를 대상으로 영업에 나섰다. 데이콤 빌링센터 빌링팀 김신철 대리는 “데이콤 사용자 가운데 요금내역을 e-메일로 요청한 고객을 중심으로 올해말까지 10만명을 유치할 계획”이라며 “이정도 고객이면 월 2천5백만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데이콤은 마이빌서비스를 위해 자사의 전자지불 시스템인 eCredit 서비스와 연동해 고객이 신용카드로 각종 요금을 납부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와 함께 일반고객이 은행 계좌이체를 통한 요금 납부가 가능하도록 외환 주택 조흥은행 등과 업무 제휴를 맺었다.한국통신도 9월 서비스 오픈을 목표로 국민카드 삼성카드 외환은행 조흥은행 한미은행 한국통신프리텔 한국통신하이텔과 제휴를 맺고 EBPP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지난 6월22일 발표했다. 한국통신 EBPP 서비스는 전화요금, 이동통신요금(016), 하이텔 PC통신요금 및 카드요금과 세금, 연금, 보험, 전기 등 각종 요금의 조회와 지불이 가능하다.한국통신은 EBPP 서비스 고객으로 2천2백만 유선 가입자, 016 이동통신 가입자(5백만명), 최근 인수한 한솔엠닷컴 고객(3백만), 한통 하이텔 가입자(3천2백만명) 등을 1차 타깃으로 삼고 영업에 들어갔다. 한국통신 금융거래사업부 노명규 과장은 “자체 고객을 EBPP서비스로 돌리면 비용 절감효과는 클 것”이라며 “무엇보다 고객정보 보호 차원에서 개인정보가 누출되지 않도록 시스템 보안에 신경 쓰겠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공공기관으로는 금융결제원이 지난 3월말 PC통신업체인 유니텔 현대캐피탈 등과 손잡고 ‘인터넷 지로(www.giro.or.kr)’를 열고 인터넷을 통한 요금 수납 업무에 들어가 있다.데이콤이나 한국통신과는 달리 통신사업자, 공공기관, 금융기관, 일반 사용자 등을 타깃으로 EBPP 서비스에 나선 전문업체들도 등장하고 있다. 지난 5월말 신한은행 주택은행 미래산업 소프트포럼 조이닷컴 등과 함께 설립한 네오빌(www.neobill.co,kr)은 9월 서비스 개시를 목표로 시스템 개발에 한창이다. 또 한국인터넷빌링(www.hanbill.com)도 7월 서비스 오픈을 앞두고 한국전력, 서울도시가스 등을 포함한 3개 도시가스 업체와 EBPP 서비스 대행 계약을 맺었다.◆ 관련기관 EBPP 서비스 도입 박차네오빌은 금융기관을 주주로 확보했다는 것을 강조한다. 이 회사 김태윤 상무는 빌링서비스는 금융기관과 손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며 현재 주택, 신한은행을 주주로 확보했고 농협 국민은행 삼성생명 삼성화재 등과 협의중이라고 밝혔다. 네오빌은 또 일반 사용자 대상 영업도 강화하고 있다. 김상무는 “EBPP사업의 초기 사용자는 인터넷을 사용하는 주부들이 될 것”이라며 “주부를 포함한 일반 사용자들이 네오빌 서비스를 선택하면 빌러들도 자연스럽게 네오빌을 찾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네오빌은 사용자 유인을 위해 팍스넷 다음커뮤니케이션 야후 등 CSP(콘텐츠 서비스 제공업체)들과 제휴를 추진중이다.한편 관련업계는 인터넷 빌링의 핵심인 EBPP 서비스 시장전망을 밝게 보고 있다. 이는 올초 기획예산처가 7월부터 전기요금 대학수업료 교통범칙금 서울시 상수도요금등을, 내년 1월부터는 지방세 국세 중고등학교 수업료 의료보험료 국민연금 등을 인터넷을 통해 납부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발표해 관련기관들이 EBPP 서비스 도입을 서두르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