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프 게이츠 지음/ 김용범외 옮김/푸른길/564쪽/2000년/1만6천원

“회사의 목적은 수익 추구다. 벤처캐피털 역시 기업 생존을 위해 수익 창출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타고났다. 이들의 본질적인 목적이 바로 `돈될 만한` 벤처기업을 발굴해 몇배 뻥튀기를 해서 이익을 내는 것이다. 가장 먼저 코스닥에 등록하는 회사를 고르는 것은 당연한 이치며, 벤처캐피털이 벤처기업 주식을 사고 파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다.”“벤처 시장에 워낙 돈이 넘쳐나다 보니, 벤처캐피털들은 ‘어떻게 하면 좋은 기업을 발굴해 장기간 투자할까’ 보다 ‘이 좋은 장에서 투자를 한 뒤, 단기간 내에 많은 투자 수익을 거둘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벤처캐피털에는 장기적인 안목이, 벤처기업에는 투자자의 돈이 소중함을 깨닫고 세계적인 기업으로 만들겠다는 책임감이 요구되는 시점이다.”최근 한 온라인 게시판에서 진행된 벤처캐피털 논쟁은 시대의 변화와 이로 인한 고민을 고스란히 대변하는 듯하다. ‘최고의 수익이 최고의 선이다’. 경제적 의사 결정이 공동체에 미칠 영향을 충분히 감안해 이루어지던 때는 가고, 수익만이 판단의 잣대가 되는 냉혹한 효율성의 시대가 도래했다. <오너쉽 솔루션 designtimesp=19937>은 이같은 현대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해부하면서 동시에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는 책이다.현대 자본주의는 전통 경제학이 묘사했던 것과 아주 다른 모습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중이다. 금융 자본이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거대 다국적 기업이 일반적인 기업 형태로 자리잡았으며, 기관투자가가 주식의 대부분을 소유하고 있다. 이같은 변화의 와중에 대두되는 부의 편중, 환경 파괴와 같은 문제를 저자 제프 게이츠는 ‘소유의 패턴’이라는 일관된 주제를 통해서 이해하고 해결하려고 시도했다.책의 앞부분은 현대 금융시스템이 본질적으로 소유 패턴의 문제를 악화시키는 부작용을 내재하고 있다고 단정하고, 이 명제를 뒷받침하기 위한 실증적 증거를 나열하는데 할애됐다. 뒤를 잇는 것은 이를 개선하기 위한 해법들이다. 왜곡된 소유 패턴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자본주의의 핵심 주체인 기업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선행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출발점이다. 구체적으로는 종업원 주식 소유 제도의 활용, 기관투자가의 주주권 행사 등이 아이디어로 제시된다. 미국 상원의 재무위원회 위원으로 일하면서 종업원 주식 소유 제도, 연금제도 등에 관한 법률을 만들었던 저자의 경력에서 짐작이 가는 대목이다.제프 게이츠의 관심은 ‘시민사회의 복원’이라든가 ‘사회 계약의 활성화’와 같은 대단히 추상적인 주제에서부터 ‘경제 지표로서 GDP가 갖고 있는 문제점’과 같은 지극히 구체적인 것에 이르기까지 넓은 범위에 걸쳐 있다. 저자의 주장이 공허하게 들리지 않는 것은 이처럼 책속에 철학과 실용적인 아이디어가 공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섯명이 공동번역했는데, 전체적으로 번역이 매끄럽지 못한 것이 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