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대적 M&A를 시도하는 '기업사냥꾼'을 다룬 영화 <월스트리트 designtimesp=19995>.● 적대적 M&A 투자 유의사항사모펀드 규모 작으면 M&A성공 힘들어 / 대주주 지분 낮아도 현혹 금물 … 지분경쟁 끝나면 주가 제자리, 팔 시점 잘 잡아야지난 6월 오레오쿠키로 유명한 미국 나비스코홀딩스에 대해 인수합병전쟁이 벌어졌다. 왕년의 유명한 기업사냥꾼 칼 아이칸을 비롯, 프랑스의 다농, 식품 및 담배회사 필립모리스 등이 뛰어들었다. 결국은 필립 모리스가 최종 인수자로 낙찰이 됐다.인수합병전쟁은 나비스코홀딩스의 2대 주주였던 칼 아이칸이 4월에 회사의 경영실적도 부진하고 주가가 떨어지자 차라리 회사를 자신에게 팔라면서 시작됐다. 아이칸에게 팔기 싫었던 나비스코는 이를 공개했고 이때부터 외국의 식품업체까지 뛰어드는 M&A전쟁이 시작됐다.이 과정에서 나비스코홀딩스의 주가는 M&A 시도전 주당 25달러 정도이던 것이 62달러까지 올랐다. 모회사인 나비스코그룹 홀딩스의 주가 역시 3월에 9달러도 안되던 것이 주당 31달러까지 뛰었다. 이 회사 소액주주들이 칼 아이칸에 대해 내심 고마워했던 것도 당연하다고 하겠다.미국의 경우 통상 M&A가 진행되면 피인수기업의 주가는 공시시점 전후 20일간 평균 20%이상의 초과수익을 얻고 공개매수는 평균 30%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분석됐다. 우리 나라의 경우는 더하다.지난 93년에 증권거래법에서 대량소유제한조항의 폐지를 계기로 성창기업 만호제강 등의 업체가 M&A설을 등에 업고 거의 두달간 상한가행진을 벌인 적이 있다. 96년 12월에 한화종금에 대한 적대적 M&A 시도가 밝혀졌을 때에도 1만8천원하던 주가가 열흘만에 4만1천원까지 급등했었다.최근 정부가 동일주식 편입한도를 늘린 주식형사모펀드에 이어 적대적 M&A전용 공모펀드까지 허용한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증시에 M&A 테마열풍이 불고 있다.사모 주식형펀드는 동일주식 편입한도가 50%에 달해 대주주와의 지분확보경쟁을 벌일 수도 있다. 물론 증시여건이 달라진 만큼 성창기업이나 만호제강과 같은 93년의 대박사례가 또다시 재현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럼에도 M&A 테마가 증시에서 갖는 흡인력은 테마로서는 가장 강력하다고 하겠다.특히 지분확보 경쟁이 따르는 적대적 M&A가 우호적 M&A에 비해 더 강력한 주가상승효과가 있다고 애널리스트들은 지적한다.이에 따라 각종 증권사들이 자산가치나 실적대비 저평가된 우량종목을 중심으로 M&A 예상종목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이 가운데 대주주지분율이 낮은 종목은 사모펀드가 관심을 가질만한 종목인데다 이것을 의식하는 경영자의 추가적인 지분확보도 기대된다.그러나 투자자로서는 M&A 테마주 혹은 사모펀드나 공모펀드에 투자할 때 여러가지 점을 고려해야 한다.◆ 주가상승효과 강력해우선 M&A 사모펀드의 경우 펀드규모가 크지 않으면 시가총액이 큰 기업은 M&A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특히 “주식형 사모펀드가 다른 뮤추얼펀드처럼 만기 1년구조일 경우 M&A의 실효성이 없을 가능성이 있다”고 맥킨지의 이상훈파트너는 지적한다. 즉 펀드가 조성된 후 1년 후에는 해산하면서 수익을 투자자에게 분배해줘야 하기 때문에 경영권취득이라는 당초목적이 달성되기 힘들다는 것이다. 적대적 M&A에 실패할 경우 가장 큰 피해는 사모펀드에 투자한 소액투자자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또 대주주의 지분이 낮다는 점에 너무 현혹돼서는 안된다. 국내의 M&A전문가들이 한결같이 말하는 것은 대부분 기업이 표면상 대주주지분외에 우호지분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특히 코스닥기업은 등록직후 대주주들이 지분을 처분하는 경우가 많지만 거래소 상장기업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아 위장된 우호지분이 많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대주주지분이 낮은 경우에도 한화종금의 예에서 보듯 사모전환사채를 발행해 우호지분으로 만들고 공격측의 지분을 희석하는 수단도 흔히 쓰이기 때문이다.지분경쟁이 끝나는대로 주가가 원래 자리로 돌아온다는 사실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지난해 이탈리아의 패션업체 구치가 대표적인 사례. 구치에 대해 프랑스의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가 적대적 M&A를 시도하자 구치의 주가는 치솟았다.구치가 백기사로 프랑스의 유통업체 피노프렝탕리두뜨(PPR)를 끌어들여 신주를 발행,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하고 이것이 합법판결을 받자 구치의 주가는 다시 떨어졌다. 적대적M&A 가능성이 사라지자마자 주가가 제자리를 찾은 것이었다. 다른 주식도 그렇지만 M&A 관련주는 팔 시점을 잘 잡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M&A 대상 업종 어디가 실속 있나?실적 좋고 주가 저평가된 기업 물망 / PBR 1보다 낮고 자산가치 우량해도 M&A대상 거론 … 거래량 추이 보며 투자를어떤 기업이 M&A의 대상이 될까. 적대적 인수합병이라는 테마는 대상업체들로서는 언짢은 일이겠지만 투자자로선 투자하기에 좋은 재료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증권가에서 거론되고 있는 M&A 관련 리스트들은 “과연 이런 곳도 M&A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광범위하게 선정되어 있는 것이 사실. 이중 비교적 구체적인 방법으로 M&A 대상 업체를 선정한 보고서들이 나와 있어 참고하기에 적당하다.그래도 대상업체를 선별하는 포인트중의 포인트는 “상반기 우수한 실적에도 주가가 저평가된 업체로 시각을 좁히되 거래량 추이를 지켜보면서 투자하는 것이 좋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HSBC는 앞으로 적대적 M&A의 대상이 될 업체로 제일제당 등 16개 업체를 꼽았다. 조건은 PBR(주가순자산비율)가 1보다 낮은 기업, ROA(총자본이익률)가 3% 이상인 기업, 대주주 지분율이 30% 미만인 곳, 시가총액 1천억원 이상인 기업 등 네가지.◆ ROA 3% 이상인 기업도 대상PBR가 1보다 낮은 기업은 현재 주가가 현저히 낮게 평가됐다는 것을 뜻한다. 또 ROA가 3% 이상인 곳은 기업의 수익성이 뒷받침된다는 것을 말한다. 이런 조건뿐 아니라 적대적 M&A가 용이하도록 대주주의 지분이 30% 이하이고, 펀드매니저들이 주식을 매입할 수 있도록 시가총액이 적어도 1천억원은 넘어서는 기업이어야 한다. 이 네가지 조건을 만족한 기업으로는 제일제당, 한화석유화학, 유한양행, 동양제과, 삼성정밀화학, 한화, 신한증권, LG건설, 대덕, 풍산, 신영증권, 흥창, LG투자증권, 메디슨, 대신증권, 대림산업 등이다.종목별로 살펴보면 대림산업의 경우 대주주 지분율이 제일 낮고(9%), 제일제당은 대주주 지분율이 제일 높은 것(29%)으로 나타났다. 또 LG투자증권은 시가총액이 1조4천5백억원으로 제일 높았고, PBR는 0.99로 또 제일 높다.메디슨은 HSBC뿐 아니라 삼성증권에서 선정한 M&A 유망종목에 포함돼 있다. 두 증권사에서 공통으로 추천한 이유는 대주주 지분율(15%)이 낮다는 것 때문.삼성증권은 또 “메디슨이 다수의 벤처기업에 투자한 지주회사이고, 자산가치가 우량해 적대적 M&A하려는 자들을 유혹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제일제당의 경우도 마찬가지인데 특히 “부동산과 유가증권 등을 많이 보유하고 있어 자산가치가 우량한 종목”으로 분류돼 유망 M&A 리스트에 올려 놓았다.이밖에 삼성증권과 HSBC가 추천한 종목중 겹치는 업체는 동양제과다. HSBC는 동양제과의 주가가 저평가돼 있고 대주주 지분율도 30% 미만이라는 점을 꼽았다. 반면 삼성증권의 경우 지주회사란 점을 들어 M&A유망 종목에 포함시켰다.삼성증권 투자전략팀 윤용선 애널리스트는 “부동산과 유가증권을 많이 갖고 있어 자산가치가 우량한 종목중 주가가 저평가되어 있는 기업들을 눈여겨 봐야 한다”며 “가입자를 많이 확보한 통신업체나 네트워크를 보유한 태영, 대한통운 등 업체는 항상 M&A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삼성증권은 자산가치 우량주, 시장지배적 업체, 네트워크 보유기업, 지주회사, 대주주 지분율이 낮은 기업, 현금창출능력이 우수한 기업 등 6가지 기준으로 M&A관련 유망종목을 추렸다.◆ 대주주 지분율 30% 미만 업체도 유망최근 동원경제연구소에서 펴내 사내용으로 돌린 M&A 유망종목 리스트도 해당 기업을 판별하는데 도움을 준다. 경제연구소는 “주식형펀드, 뮤추얼펀드 및 사모주식형 펀드 등을 통한 적대적 인수합병이 본격 허용될 경우 자산가치 우량주, 시장지배적인 업체, 네트워크 보유기업 등이 M&A 테마를 형성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경제연구소가 제시하는 유망 종목 고르는 방법은 두가지. 첫째는 절대 저평가 종목군. 자본총계(99년말 기준)가 시가총액(올 5월말 현재)보다 큰 종목이면서 PBR가 1보다 낮고, 시가총액이 1천억원 미만인 종목이 여기에 속한다. 해당기업은 대한페인트, 동아타이어, 케이아이씨, 동남합성, 조광페인트, 화승인더스트리, 신촌사료, 풍산 등 8개다.둘째는 지분 경쟁이 가능한 종목군. 이는 99년말 당기순이익이 시가총액(올 5월말)보다 큰 종목이면서 올 1/4분기중 대규모 순이익이 난 업체가 여기에 속한다. 또 대주주 지분율이 30% 이하인 기업까지 조건에 포함시키면 성도, 성문전자, 신성기업, 신화실업, 한국석유, 한익스프레스 등 6개 업체다. 이중 한국석유와 한익스프레스는 1/4분기 자산매각으로 대규모 당기순이익이 난 것으로 분석됐다.동원경제연구소 정훈석 책임연구원은 “M&A 종목을 선정하는데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며 “대규모 이익이 났다고 공시한 기업들 중 자산매각으로 이익이 난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또 정연구원은 “기관이나 투자자들이 시세차익을 노리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거래량 추이를 지켜보면서 M&A 대상 종목에 투자하는 것이 좋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