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캐피털 지원받을 확률 1천분의 1 불과 … 시장 니즈 예측하고 창출해야 ‘성공’

“인터넷은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는 마법의 신기술인가. 벤처 캐피털은 인터넷 등 정보통신 혁명을 앞서 이끄는 전지전능한 존재인가.” 미국의 e-비즈니스 회사인 개라지닷컴사의 빌 라이처트 사장은 벤처 창업자 자금유치를 지원하며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벤처 캐피털에 대한 10가지 오해와 진실 designtimesp=19979>을 정리, 기술 전문지인 <레드헤링지 designtimesp=19980> 최근호를 통해 공개했다. 한편의 잘 정리된 논문을 방불케 하는 이 글에서 라이처트 사장이 강조하는 메시지는 “현실을 직시해야 성공적인 경영인이 될 수 있다”는 것. 세계를 휩쓸고 있는 ‘정보통신 혁명’의 와중에서 적지 않은 경영인들이 냉철하게 현실을 직시하기 보다는 ‘대세’라는 허상에 편승, 막연한 관념과 환상을 갖고 사업에 뛰어듦으로써 ‘예정된 실패’의 길을 자초하고 있다는 게 그의 경고다. 벤처 사업가로서 그 자신이 시행착오를 겪은 가운데 라이처트 사장이 엮은 ‘육필(肉筆) 메시지’는 한국의 관련 기업인들에게도 많은 참고가 될 것 같다.▶오해: 인터넷이 모든 것을 바꾼다.▷진실: 인터넷이 모든 것에 관련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반드시 변화와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인터넷이 인류 테크놀로지 역사상 최대의 발명품이라는 일반의 믿음과는 달리, 최대 발명품은 라디오였다. 도입 초기 7년 동안 미국 시장에서 라디오 보급률은 45%였으나, 같은 기간 인터넷 보급률은 25%일 뿐이다. 벤처 창업자들은 인터넷이 만능의 열쇠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정말 중요한 것은 현실적인 사업성 여부이며, 인터넷 관련 사업이라고해서 일반 경제법칙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다. 인터넷은 사업방식에 극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이는 단지 수단일 뿐이다. 사업에서 중요한 것은 어디까지나 가치와 이익을 창출하는 것이다.▶오해: 벤처 캐피털은 신생 벤처기업을 지원한다.▷진실: 벤처 캐피털은 기존 기업들을 지원하며, 신생업체에 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주로 앤젤 투자자들이다.벤처 캐피털은 창업초기 단계에 있는 벤처 기업들을 지원한다고 말하고 있지만, 실제 신생 벤처업체들은 벤처 캐피털보다 앤젤 투자자들에게 의존하는 비율이 높다. ‘대학을 졸업한 후 얼마 안된 젊은이 두어명이 산뜻한 아이디어로 무장하고 벤치마크 캐피털로부터 1천5백만달러의 자금을 끌어들인다’는 식의 신화는 그야말로 신화일 뿐이다. 벤처 창업가들은 대부분 주변 친지들로부터 자금을 모으며, 그 후에야 외부 자금에 눈을 돌린다. 신생 벤처업체가 벤처 캐피털의 지원을 받을 확률은 1천분의 1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벤처 업체들이 외부 자금지원에 대해 비현실적인 기대를 하고 있는 만큼, 현시점에서 누가 가장 적절한 투자자인지를 구별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오해: 완벽한 사업계획서를 작성해야 한다.▷진실: 아무도 사업계획서를 읽지 않는다. 투자자들의 관심을 끄는 것은 단 몇초라도 충분하다.사업설명회의 핵심은 설명을 듣는 이들에 대해 이해하고 그들이 듣기 원하는 것을 들려주는 것이다. 벤처 창업가들은 앤젤 투자자나 벤처 캐피털리스트들이 물을 가능성이 큰 4~5개의 핵심 질문들에 초점을 맞춰야 하며, 인터넷과 소프트웨어의 역사에 대한 지루하고 일반적인 내용은 생략하는 것이 좋다. 가장 좋은 방법은 자기 회사의 특징 두세가지를 집중 부각시키는 것이며 기업 조직, 테크놀로지, 시장 규모, 경쟁업체 현황, 재무 계획 등에 대한 질문에는 간결하게 대답해야 한다. 반드시 기억해야 할 점은, 해당 사업분야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투자자들을 감동시키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오해: 벤처 캐피털은 지원대상 기업과 확실한 팀을 이룬다.▷진실: 벤처 캐피털은 미래의 수익을 중시할 뿐이다.벤처 캐피털은 투자자이지 친구나 부모가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많은 벤처 경영인들이 벤처 캐피털의 확고부동한 지원을 믿고 있다가 첫번째 이사회에서부터 약속을 번복하는 바람에 배신감을 느끼곤 한다. 벤처 캐피털과 기업 경영인은 모두 기업의 수익창출과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을 뿐이며, 벤처 캐피털은 기업의 경제적 능력에 투자한 것이지 기업의 경영철학에까지 동의한 것은 아니다. 벤처 캐피털은 투자기업의 지분을 돈으로 산 것이지, 기업에 돈을 준 것은 아니다.▶오해: 시중에는 훌륭한 사업 아이디어보다도 투자자금이 더 많이 넘쳐난다.▷진실: 훌륭한 아이디어가 자금보다 훨씬 많다.벤처 캐피털들은 훌륭한 사업 아이디어에 투자하려는 자금이 시중에 널려 있다고 주장하지만, 실제 자금을 확보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훌륭한 사업 아이디어를 갖고서도 자금을 확보하지 못한 기업인들이 수도 없이 많은 만큼, 벤처 캐피털을 끌어들이지 못했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처음부터 벤처 캐피털의 지원으로 사업을 시작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는 점을 고려하고 상황에 대처할 필요가 있다.▶오해: 시장의 니즈를 찾아내 이를 상품화하라.▷진실: 시장의 니즈를 예측하고 시장을 창출하라.축구를 하려면 공이 움직일 방향으로 미리 가 있어야 한다. 경영대학원 수업에서 배운 내용들이 막상 실전에서는 무용지물이 되는 예가 허다한데, 이는 사업구상 단계와 실제 시장진입 단계 사이의 시간적 괴리에서 생기는 문제다. 시장조사를 통해 현재 고객의 니즈와 시중상품 사이의 괴리를 분석하는 MBA(경영학 석사과정)식 방법은 잘못된 것이다. 초스피드 인터넷 시대에는 이같은 분석만으로 고객들을 잡을 수 없다. 분석이 끝났을 때, 시장상황은 이미 달라져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런 문제점들은 사업계획 작성 단계가 아닌 실제 시장진입 이후에나 드러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오해: 아이디어와 기술만 있으면 자금과 고객을 확보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다.▷진실: 아이디어와 기술은 누구든지 제시할 수 있지만, 구체적인 사업수행 능력을 갖추기는 쉽지 않다.아이디어와 기술이 최고라는 엔지니어 중심의 사업 모델은 적절하지 않으며, 기술만으로 사업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빼어난 아이디어와 기술이라도 그것을 투자자, 고객, 사업 파트너, 신입직원들에게 ‘팔 수 있는’ 능력이 없다면, 성공은 요원한 꿈이다. 누군가 지적했듯 ‘더 좋은 쥐덫을 만드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쥐를 잡는 것이 더 중요하다.’▶오해:누 군가 내 사업 아이디어를 도용할 수도 있다.▷진실: 아이디어는 이미 그들 손에 있다.사업가들은 벤처 캐피털이 ‘아이디어 노출금지 계약’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자신의 사업 아이디어를 어떻게 지켜야 할지 고민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런 리스크는 감수할 수밖에 없다. 벤처 캐피털에 사업 아이디어를 들고 간다면 해당 정보가 유출되거나 아이디어가 도용당할 위험에 이미 노출된 것이다. 하지만 아이디어를 들고 찾아가지 않는다면 영원히 자금을 구하지 못한 채 사업 아이디어만 계속 끄적이는 신세가 되고 말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유일하게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란 불공정한 현실을 받아들이고 최선을 다해 사업계획을 설명하는 것뿐이다.▶오해: 벤처 캐피털은 사업계획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진실: 불행한 일이지만, 그럴 수도 있다.그렇다면, 벤처 캐피털의 반응을 이해하도록 노력하라. 벤처 캐피털도 생각할 수 있는 머리가 있지만 자금확보에 실패한 기업인들은 대개 벤처 캐피털이 사업계획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고 투덜댄다. 사실이 그렇다고 해도 기업은 설득대상이 누구인지 명백히 해야 할 책임이 있다. 자금확보에 실패했다면 해당 벤처 캐피털이 보인 반응과 관련 정보에 대해 자세히 분석하고 그 결과를 다음 벤처 캐피털과의 접촉에 응용할 수 있어야 한다.▶오해: “우리가 제시한 예측은 실제 전망을 상당히 낮춰 잡은 보수적인 것입니다."▷진실: 순전한 거짓말투자자들의 신뢰를 잃고 싶지 않다면, “우리가 제시한 예측은 실제 전망을 상당히 낮춰 잡은 보수적인 것입니다” “경쟁업체는 전혀 없습니다” “모모 회사와 다음주중 계약을 체결할 예정입니다” “경쟁업체는 우리만큼 빨리 움직일 수 없을 것입니다” 등과 같은 말들을 삼가야 한다. 벤처 캐피털들은 기업인들로부터 이런 말들을 질리도록 들어왔으며, 이는 그 기업에 대한 투자 전망에 적신호로 작용한다. 기업의 펀더멘탈과 사업 성공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집중 설명해야 하며 확신도 없는 사실은 언급하지 말아야 한다. 아직 계약이 체결되지 않은 상태라면 “모모 업체와의 계약이 거의 확실시됩니다”와 같은 말을 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