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독식 종신보험시장, 저가할인전략으로 대응… 신상품 개발·자본제휴 열올려

‘영토를 사수하라’.외국계 보험사의 파상적인 공세에 국내 보험사들도 반격에 나서고 있다. 외국계 보험사들은 막강한 자본과 뛰어난 상품개발 능력을 갖추고 있다. 초기 대응을 소홀히 했다간 자칫 시장판도가 완전히 달라질 수도 있다는게 국내 보험사들의 상황인식이다.국내 보험사들은 우선 맞대응 전략을 펴고 있다. 대표적인게 종신보험 시장에서의 ‘결투’다. 종신보험은 핵가족화 고령화가 진전될수록 인기를 끄는 상품. 보험은 종신보험으로 통한다는 말도 있다. 일본에선 종신보험이 전체 보험시장의 30%를 차지하고 있다.그러나 한국의 종신보험 시장은 그동안 외국계의 텃밭이나 다름없었다. 푸르덴셜은 35%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외국계 보험사, 울며겨자먹기로 인하 동참국내 보험사들은 올들어 저가할인 정책으로 이 시장을 파고 들고 있다. 삼성생명이 지난 4월 종신보험 상품의 보험료를 18% 내린데 이어 교보 대한 흥국 동부 대신 생명 등이 보험료를 내렸거나 인하할 예정이다. 그동안 종신보험을 판매하지 않았던 중소형 생보사들도 이 상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가격경쟁의 성과는 현재까지 상당히 양호하다. 이는 국내 생보사들이 종신보험 판매에 생활설계사들을 대량으로 동원하고 있는데 힘입은 바도 크다. 대한생명의 경우 지난 5월 한달 동안 7천3백5건의 종신보험 판매실적을 올렸다.보험가입후 첫번째로 내는 월납초회보험료도 8억2천만원에 이르렀다. 지난 3월과 4월중 각각 80건 4백62건 정도의 종신보험을 판매하는데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일취월장이다.삼성생명도 지난 5월중 3천8백30건을 팔았다. 삼성생명의 종신보험 판매건수는 △2월 1천5백73건 △3월 1천6백64건 △4월 2천1백81건 등으로 급증하는 추세다.이에 외국계 보험사들은 상당한 위기를 느낀 것 같다. 푸르덴셜은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지난 6월 보험료를 10% 인하했다.국내 보험사들은 ‘영토싸움’에 외국계 모방전략도 구사하고 있다. 일종의 벤치마킹이다. 작년 이후 국내 생보사들은 대부분 남성설계사 조직을 만들었다. 흥국 신한생명은 남자로만 이뤄진 전문판매 조직을 개설했고 현대 SK생명 등도 남성 보험영업 전문가 채용에 나서고 있다. 이같은 유형의 조직은 그동안 외국계 보험사의 전유물로 여겨져왔던게 사실. 맞춤금융 서비스를 원하는 수요가 갈수록 늘고 있어 이를 위해서도 재무설계사 조직이 필요하다는게 국내사들의 생각이다.자산운용회사 설립도 확산되고 있다. 미국 독일 등 선진보험사들은 요즘 보험료를 거둬들이기 보다 자산운용 능력을 확대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국내에 진출해 있는 외국계 보험사도 마찬가지다. 알리안츠제일생명은 하나은행과 조만간 자산운용회사를 신설할 예정이다. 푸르덴셜 생명의 경우 푸르덴셜 증권이 50% 지분참여하는 제일투자신탁운용을 통해 자산운용 능력을 높인다는 방침이다.국내 보험사들은 특히 그동안의 투자수익률로는 격화되는 경쟁환경을 배겨내기가 어렵다고 보고 취약한 자산운용 부문을 강화하고 있다.흥국생명은 이미 지난 2월 자본금 1백억원 규모의 태광투신운용이라는 자산운용회사를 설립, 채권과 주식 운용을 맡기고 있다.현대해상 LG화재 쌍용화재 동부화재 등은 투자자문회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해상과 쌍용화재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투자자문회사 설립에 관한 인가도 받아놓았다. 뿐만 아니라 자산운용 전문가 채용도 늘리고 있다. 고액연봉 주는걸 두려워하지 않는다. 교보생명은 임원급 전문가를 영입하기도 했다.전략목표를 새로 설정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동부생명은 아예 고액상품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특화보험사로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몸집 키우기 위주의 외형 성장전략으로는 새로운 경쟁환경하에서 수익을 창출하기 힘들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동부생명은 특화보험사의 모형으로 푸르덴셜 ING 메트라이프 등 외국계 생보사의 판매조직과 영업전략을 벤치마킹한다는 전략이다. 영풍생명은 고소득 계층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최근 내놓은 저축성 보험, 종신보험도 이들 고소득층의 니즈에 맞게끔 설계한 보험이다.◆ 사이버 영업 특화 등 대응전략 다양자본제휴를 통해 생존능력을 강화하려는 시도도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한일생명의 경우 의료기업체인 메디슨을 대주주로 끌어들인데 이어 은행으로부터의 자본유치도 추진하고 있다. 한빛은행과 접촉하고 있다. 기왕의 이미지로는 더이상 생존하기가 곤란하다는 자체 진단에 따라 서둘러 활로모색에 나선 것이다.대한화재 현대생명 금호생명 등은 외국자본을 대주주로 맞이하기 위해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자본확충에다 이미지 쇄신까지 노리고 있는 셈이다.일부 회사들은 사이버 영업에 특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기도 한다. 현대해상 금호생명 현대생명 등은 사이버 자회사를 설립하는 문제를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심지어 현대해상은 대우증권과 공동으로 e뱅크를 만드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손보사들의 경우 외국 보험사들에 비해 신상품 개발이나 보험인수 측면에서 경쟁력이 뒤진다고 보고 이 부문을 강화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삼성화재 현대해상 동부화재 등은 3년짜리 자동차보험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이 상품은 적립식 상품이어서 자동차보험 시장을 크게 뒤흔들기에 충분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또 삼성화재는 대물사고(현재 보장한도 1억원)를 무한 보장하는 상품을 만들고 금감원에 인가신청을 했다.외국계 보험사의 진출에 대응하기 위한 국내 보험사들의 노력은 이처럼 다양하다. 덕분에 아직까진 선전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외국계와 토종 보험사간의 싸움은 이제 1라운드를 치른 것에 불과하다. 앞으로 진행될 전투는 더욱 흥미로울 것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