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 등 변칙거래 지역 세금부과 모색 … 미국, 인터넷 돈세탁 대책마련도 추진

7월21일 일본에서 열릴 G8회담에서는 조세회피지역 규제에 대한 구체적인 감독방안이 모색될 예정이다. 99년 G8회담.최근 들어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조세회피(tax-haven)지역에 대한 규제 움직임이 활발하다. 이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금융안정포럼(FSF) 차원에서 규제방안이 논의됐다. 7월21일 일본 오키나와에서 열릴 주요 8개국(G8) 정상회담에서는 구체적인 감독방안이 모색될 예정이다.조세회피 지역은 역외금융센터의 일종으로 비거주자가 외화표시 금융업무를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규제완화와 조세감면 등과 같은 특혜가 제공되는 곳이다. 이런 혜택으로 조세회피 지역에 유령회사(paper company)만 세워 놓을 경우 원칙적으로 모든 금융거래를 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현재 세계 3대 조세회피 지역으로는 카리브해 연안과 말레이시아 북동부 지역, 아일랜드를 꼽고 있다. 가장 활발히 거래되는 지역은 역시 카리브해 연안지역이다. 최근 들어서는 이들 지역이 인접 지역으로 확산되고 있고 인터넷과 같은 온라인상으로도 이동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이들 지역의 자금공급은 돈세탁 명목으로 들어오는 각종 리베이트성 자금(특히 개도국의 군수물자관련)과 정치자금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물론 마약과 같은 불법자금도 없어서는 안될 자금이다. 최근 들어서는 대외신용 유지차원에서 개도국 기업들의 변칙성 외화거래 창구로도 자주 활용되고 있다.이 지역에 공급되는 자금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돈세탁을 목적으로 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다. 다시 말하면 자전(自轉)거래 성격이 짙다. 동시에 조세회피 지역은 일종의 국제사채시장이기 때문에 대외신용이 받쳐주지 못해 정상적인 국제기채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없는 기업들이 마지막으로 활용하는 창구이다.따라서 조세회피 지역과 이 지역에서 거래되는 자금의 특성상 정확한 규모 파악은 어렵다. 관련 기관의 자료에 따르면 조세회피 지역을 통한 금융거래 규모는 전세계 금융거래 규모의 최대 25%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눈에 띄는 것은 시간이 갈수록 이 지역에서 거래되는 금융규모가 커지고 있는 점이다.◆ 정치자금 등이 주류 … 갈수록 증가추세그만큼 국제금융 감시망으로부터 벗어난 지역이 확산되고 있고 세계적으로 지하경제 규모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음을 시사해 준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추정방법에 따라 차이가 많이 나고 있으나 현재 세계경제의 지하경제 규모가 공교롭게도 25∼30%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이에 따라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국제금융시스템을 안정시키기 위한 다양한 방안이 모색돼 왔으나 제대로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이런 연유다. 특히 달러라이제이션, 대안(代案)경제론 구상처럼 국제통화기금(IMF)과 같은 국제기구가 주도가 돼 전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규제방안 일수록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최근 들어 국지적인 금융안정망이 강조되는 것도 이런 시각에서 보면 쉽게 이해가 될 수 있는 대목이다. 각 지역마다 외화공동전산망을 확보한다든가, 통화기금을 마련한다든가, 좀 더 발전된 모습으로는 단일통화(예: 아시아 단일통화, Asian Single Currency) 구상이 거론되고 있다. 아직까지는 논의차원에 그치고 있으나 각 지역에 속한 국가들이 필요성은 충분히 공감하고 있는 상태이다.결국 국제금융시장을 안정시키고 IMF와 같은 국제기구들이 제 역할을 찾기 위해서는 조세회피 지역을 국제금융감시망에 편입시켜야 한다. 그동안 OECD와 FSF 차원에서 다양한 규제방안이 논의돼 왔으나 이 지역과의 정보교류를 차단한다든가 금융거래의 투명성을 제고하는 지극히 원론수준에 그치고 있다.물론 조세회피 지역에 대한 규제는 그 지역의 특성상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무엇보다 비밀이 철저히 지켜지는 상태에서 모든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자금 포착이 어렵다. 그 결과 그동안 많은 규제방안이 논의돼 왔으나 아직까지 실효성이 있는 방안이 마련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이런 연유다.현시점에서 조세회피 지역을 규제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안은 이들 지역에서 거래되는 금융거래에도 세금을 올리는 방안이다. 즉 모든 금융거래에 부과되는 세율을 전세계적으로 평준화시키는 방안이다. 7월21일에 열릴 G8 정상회담에서도 이 방안이 검토될 것으로 알려져 있다.문제는 세금을 부과할 경우 조세회피 국가의 권한을 침해할 소지가 있어 반발이 예상된다는 점이다. 세금을 부과하는 문제는 각국의 고유권한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섣불리 규제하다간 이 지역에서 거래되는 자금의 성격상 통화가 퇴장(hoarding)되면서 국제신용 경색현상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최근 들어 미국경제가 연착륙될 조짐을 보이고 있고 일본경제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에 세계경제의 성장세가 ‘부(富)의 효과’의 성격이 강한 점을 감안하면 현시점에서 국제유동성이 위축될 경우 세계경제가 급속히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98년8월 러시아 모라토리엄이 발생할 당시에도 롱텀매니지먼트 펀드를 비롯한 각종 헤지펀드들이 투자손실보전을 위해 국제금융시장에서 자금을 끌어들이는 과정에서 신용경색 현상이 발생됐다. 이 과정에서 세계 디플레 혹은 제2의 대공황에 대한 우려가 높아진 적이 있다.더욱 우려되는 것은 최근 들어서는 이러한 조세회피 지역이 인터넷 공간상으로 이동되고 있는 점이다. 미국의 경우 일부 대형금융기관들까지 연루되면서 인터넷을 통한 돈세탁 규모가 하루가 다르게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클린턴 행정부는 돈세탁과의 전쟁을 주요 정책으로 추진하면서 포괄적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이미 미국 재무부내에는 온라인상의 불법자금 송금방지를 위한 ‘금융범죄 대책위원회’를 설치했다. 최근에는 △금융범죄 다발지역에 대한 단속강화 △돈세탁 수사관 대상 교육강화 △국제적인 돈세탁 방지를 위한 지원확대를 골자로 한 ‘2000년 국가돈세탁 대책반’을 마련한 바 있다.우리나라는 어떤가. 그동안 우리는 조세회피 지역에서 무시할 수 없는 고객으로 대접을 받아왔다. 과거 정부의 경우 리베이트성 자금들의 돈세탁 창구로 자주 거론돼 사회적으로 지탄대상이 된 적도 있다. 물론 이때 우리 국민들에게 조세회피 지역에 대한 실체가 알려지기 시작했다.최근 들어서는 말레이시아, 아일랜드를 통한 이른바 ‘검은 머리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이나 국내기업들의 ‘변칙성 외자도입’이 문제가 되고 있다. 자금의 성격 여부와 관계없이 외자가 많이 들어오면 들어올수록 해당기업에 대해 좋게 평가되는 시대에 있어서 웃지 못할 촌극이 발생되고 있는 셈이다. 아무튼 국내기업들의 이 지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특히 내년 들어서는 개인의 외화거래까지 완전자유화되는‘제2단계 외화자유화 계획’이 실시된다. 이 경우 외화거래에서 개인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인터넷의 활용속도도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결코 우리나라도 조세회피 지역의 안정지대가 아님을 감안할 때 돈세탁 방지를 위한 관련 금융망이나 외화감시체계를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특히 돈세탁과 같은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관련국가간에 공조체제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정책당국은 인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