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방학이다. 학교공부에 지친 학생들은 틀에 박힌 일상을 벗어나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겠지만, 떠나는 것만이 능사일까. 모든 사람들이 도심을 벗어날 때 오히려 시내 중심지 쪽으로 발길을 돌려보는 것도 색다른 휴가 및 방학 보내기 지혜가 아닐까 싶다. 다행히 서울시내에는 농업박물관, 궁중유물전시관, 우정박물관, 조흥금융박물관 등 조상들의 삶의 자취가 녹아 있는 각종 박물관이 4대문을 중심으로 곳곳에 산재해 있다.이들 박물관은 대개 전철역 주변에 있어 교통이 편리한데다, 주변에 공원 영화관 쇼핑센터 등도 밀집해 있어 하루코스 나들이 장소로 손색이 없다. 이들 박물관은 또 서울시청을 중심으로 반경 2km 이내에 몰려 있어 코스를 정해 하나씩 차례로 둘러보기에도 적합하다.●농업박물관=시대별 농업문화를 살펴볼 수 있는 농업역사관(1층), 농가월령실·농기구분포실(2층), 농업생활관·김치홍보관·농협사료실(3층) 등으로 구성돼 있다. 방앗간의 디딜방아, 아궁이에 걸린 시루, 따비로 땅을 파는 모습 등 이제는 산간벽지에서조차 찾아보기 힘든 생생한 옛 농업모습을 둘러볼 수 있다. 박물관이 위치한 곳이 조선 단종 때 영의정을 지낸 절재 김종서의 집터라는 것도 되새겨 볼만. 지하철 5호선 서대문역 5번출구로 나오면 된다. 관람료는 무료.(02-397-5673)●궁중유물전시관=조선왕조 궁중유물중 회화, 복식 등 20여종 2만여점을 10개의 전시실에서 보여준다. 수라상과 장신구 등을 통해 궁중법도와 생활상을 엿볼 수 있고 종묘제례, 궁중의례 등을 통해 조선왕실의 정신세계를 가늠해 볼 수도 있다. 덕수궁 안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유물구경이 싫증나면 시원한 분수와 잔디, 나무 등이 어우러진 궁궐 뜰이나 덕수궁 돌담길을 산책할 수도 있고, 매주 토·일요일에 펼쳐지는 수문장 교대식도 볼거리. 관람료는 18세 이하 어린이·청소년은 무료, 어른은 7백원. 지하철 1, 2호선 모두 시청역을 이용하면 된다.(02-771-9951)●우정박물관=우정제도를 처음 도입한 우정총국시절부터 현대까지의 우체국 관련 용품을 모아 놓은 곳. 긴 장죽을 물고 우편물을 배달하던 1910년대 우체부의 모습을 비롯해 집배원 복장의 변천, 세계 1백86개국 3만여점의 우표, 각국의 우체통 모습, 편지봉투 및 편지지의 변천사 등이 전시돼 있다. 서울 명동 중앙우체국 신관 4~5층에 위치하고 있고 관람료는 없다. 지하철 2호선 을지로입구역이나 4호선 회현역에 내리면 된다.(02-756-2858)●조흥금융박물관=97년 조흥은행이 설립한 금융전문박물관. 서민들간의 대차거래, 각종 계모임 등 전통적인 금융제도에서 90년대 금융실명제 등에 이르기까지 금융환경 및 정책의 발달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또 화폐전시실에선 우리나라 최초의 화폐인 상평통보에서 해방이후의 통화조치, 화폐개혁 등 통화관련 변천사와 시대별 대표화폐를 전시해 놓고 있다. 서울 중구 태평로 코리아나호텔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으며, 지하철 1호선 시청역이나 5호선 광화문역을 이용하면 편리하다. 관람료는 무료.(02-738-68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