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트레이더 총기난사사건 후 규제책 마련 … 신용거래 문턱 높이고 세금감면 혜택도 없어

온라인주식거래의 종주국 미국증시는 데이트레이딩의 종주국이기도 하다. 미국의 데이트레이더는 대개 데이트레이딩 전문업체의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매매를 한다. 데이트레이딩 전문업체들은 90년대 후반 미국증시 활황에 힘입어 대폭 생겨났다. 이들 회사들은 대개 트레이딩프로그램이나 비디오 책자 등을 제공하면서 데이트레이더들에게 소액의 수수료를 받는다.메릴린치의 직원이 데이트레이더로 전업하는 사례가 나타나는 등 늘고는 있지만 전업데이트레이더는 약 5천명 정도(미국 데이트레이딩단체 ETA집계)로 그다지 많지않다.직접투자보다는 뮤추얼펀드 등 간접투자가 많고 장기투자가 많은 미국에서는 단타에 대한 비판적 여론은 크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같은 분위기는 많이 바뀌었다. 데이트레이딩을 비판하고 규제해야 한다는 여론이 강해졌다.◆ “데이트레이딩은 도박” 노골적 비난도계기가 된 것은 지난해 7월 미국 전역을 흔든 애틀랜타 총기난사사건. 데이트레이더인 마크 바톤이라는 44세의 가장이 아내와 두 아이를 죽이고 데이트레이딩 업체에 뛰어들어가 총을 난사, 9명을 죽인 사건이었다. 그는 사건 전 한달간 데이트레이딩으로 10만5천달러를 날린 것으로 알려졌다. 연봉 8만5천달러로 평균보다 높은 수입의 화학자에서 전업한 데이트레이더의 비극적 인생을 통해 미국인들은 데이트레이딩의 위험성을 느꼈을 것이다.“투기(speculation)를 하는 데도 시장정보가 필요하다. 데이트레이딩은 투기도 아니고 도박(gambling)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아더 래빗위원장같은 사람은 데이트레이딩에 대해 ‘투기’라는 표현도 아깝다고 생각할 정도로 월가의 시각은 비판적이다.이와 관련, SEC는 지난 6월에 데이트레이딩 관련 규정을 별도로 만들었다. 내용은 데이트레이딩 회사들이 데이트레이딩의 위험성을 고객에게 알리도록 의무화한 것이다. 또 유치고객에게 데이트레이딩이 적당하다고 믿을만한 ‘타당한 근거’(reasonable grounds)를 제시하도록 했다.우리로 치면 미수에 해당하는 신용거래(margin trading)도 일반투자자와 데이트레이더 사이에 차별을 두었다. 일반 투자자는 잔고 2천달러만 있으면 신용거래를 할 수 있으나 데이트레이더는 최소 2만5천달러를 보유하도록 한 것이다. 미국에서는 신용거래후 5일 이내에 결제하도록 하고 있는데 5일 내로 계좌에 대금이 입금되지 않으면 반대매매(margin call)를 당한다. 미국증시에서 데이트레이더들의 신용거래와 공매도(short selling)가 빈번해지면서 마진콜 때문에 나스닥이 급락하는 경우가 가끔 발생한다.결국 데이트레이딩을 규제하는 방향이라며 데이트레이딩 업체들이 반발했지만 소용없었다. 이밖에도 미국에서는 장기 주식투자자에게 주는 감세혜택을 데이트레이더에게는 주지 않는다. 이 때문에 데이트레이딩으로 어느 정도 수익을 올려도 세금을 제외하고 나면 실제수익이 크게 줄어드는 것도 데이트레이딩을 억제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미국이 이렇게 규제하려고 하는 데이트레이딩은 그러나 한국에 비하면 새발의 피이다. 지난 1년간 미국증시의 매매회전율은 1백25% 수준( 영국 이코노미스트지 통계)으로 한국(3백47%)에 한참 못미치는 5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