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여가지 호기심 자극 용품 진열, 회원카드 발급·선물 제도로 ‘신세대 단골’ 확보

“몸이 두개였으면 할 정도로 바빠요. 점포 두군데 관리하랴, 하루종일 어린 학생들 상대하랴 몸도 마음도 피곤하죠. 하지만 언제나 밝은 기분에 돈 버는 재미까지 쏠쏠해 힘든 줄 모르고 삽니다.”서울 길동과 용산동에서 문구·팬시 복합점 ‘통큰 딱따구리’ 체인을 운영하고 있는 김태현 사장(31)의 창업기는 ‘코 묻은 돈’의 위력을 여실히 보여준다. 주로 초·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몇 백원, 몇 천원짜리 상품을 판매하는 일이지만 총 매출규모는 일반인의 상상을 넘어선다. ‘티끌모아 태산’이라는 진리가 김사장의 점포에서 그대로 실현되고 있다.김사장은 지난해 9월 서울 강동구 지하철5호선 길동역 인근에서 15평짜리 문구·팬시점을 창업했다. 아들 둘을 낳고 나서 ‘나도 돈을 벌어야겠다’는 결심을 굳힌 직후였다. 유행을 타지 않으면서도 백화점 판매사원 경력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업종이라는 게 문구·팬시점을 선택한 동기.“고객 응대가 중심이 되는 판매업종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그 분야만큼은 자신 있었거든요. 문구류와 팬시상품을 함께 판매한다는 것이 새롭고, 고객층 또한 꾸준할 것이라는 믿음이 생기더군요.”예상대로 어린 고객들의 호응이 대단했다. 노트 볼펜 같은 기본 문구류에서 머리핀 헤어밴드 같은 액세서리, 캐릭터 인형 등에 이르는 1만여 가지 상품들이 하루종일 아이들의 호기심을 끌었다. 등교 시간, 쉬는 시간, 하교 시간마다 작은 점포가 아이들로 북적거렸다. 50원짜리 수첩 고리, 5백원짜리 스티커, 3천원짜리 필통 등을 고른 고객들이 줄을 서서 계산을 했다. ‘푼돈’들이 모여 하루 평균 매출이 50만원 선에 이를 정도다.창업 첫 달 김사장이 올린 매출은 1천5백만원. 물품 구입비와 월 임대료, 유지비 등을 제외한 순수익만 5백만원 정도 거둬들였다. 이 후에도 매출은 이 수준을 유지, 7개월 남짓만인 지난 4월에는 임대보증금을 제외한 창업 비용 3천7백만원을 회수할 수 있었다.수익 구조가 만족할 만한 수준이 되자 김사장은 또 다른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자신의 2호점을 내기로 한 것이다. 점포 운영에 자신이 생기자 그동안 쌓은 노하우를 발휘해 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밝고 쾌적한 매장에 싸고 튀는 상품 경쟁력적당한 입지를 찾아 나섰다가 선택한 곳은 서울시 용산구 용산동2가의 주택가. 10평 남짓한 주점을 개조해 지난 7월3일 ‘2호점’ 문을 열었다. 용산점이 있는 곳은 겉보기엔 전형적인 서민 주거지이지만 인근에 여중·여고와 입시학원이 있는 목 좋은 곳이다. 게다가 일요일이면 점포 앞의 대형 교회를 찾는 어린이들이 고스란히 고객이 되는 효과까지 누리고 있다.“요즘 아이들 눈이 얼마나 높은지 몰라요. 디자인이나 품질이 조금이라도 뒤떨어지는 상품은 쳐다보지도 않죠. 요즘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상품이 무엇인지 간파하는 것은 물론 언니, 누나 같은 자세로 편안함을 심어줘야 합니다.”이미 두 아들을 둔 엄마이지만 김사장은 스스로를 ‘언니’ 또는 ‘누나’라고 지칭한다. 고객들에게 친밀감을 줘 언제나 찾아올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서다.한편으론 회원카드를 발급, 총 구매금액 3만원이 되면 선물을 주는 제도를 운영중이다. 현재 회원은 1백명 정도. 굳이 회원제도가 아니라도 처음 온 고객이나 단골 고객에겐 예쁜 열쇠고리 등을 증정, 다시 찾아오도록 유도하고 있다.점포에 진열된 상품들 대부분은 체인 본사로부터 공급받고 있다. 하지만 여중·고생이 좋아할 만한 액세서리, 소품들은 김사장이 직접 남대문 새벽시장에서 들여온다. 버스로 5분 거리인 숙명여대 입구나 남영동 번화가에 가지 않고 자신의 점포에 들르는 고객들을 위한 서비스다.◆ 10대 눈높이·감각으로 장사해야 성공이같은 노력에 힘입어 용산점의 매출은 길동 점포를 능가하고 있다. 방학 기간이라 어린 고객들의 발길이 줄긴 했지만 주변 주택가 어린이, 청소년들이 수시로 들락거린다. 복사, 팩스 서비스에 전산용품, 화방용품까지 취급해 성인 고객들도 제법 많다.창업 첫번째 달이자 방학이 시작된 7월의 용산점 매출은 1천3백만원 선. 월세와 물품 구입비 등을 제외한 순수익은 4백만원 선이다. 용산점 창업에 총 3천만원을 투자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수익이다.먼저 개업한 길동의 점포는 친척에게 맡겨 두고 수시로 들여다 본다. 두군데 점포에서 한달 평균 2천8백만원의 고매출이 일어나고 있는 만큼 허술하게 돌볼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뭔가를 판매하는 일이 적성에 맞아야 성공할 수 있는 사업입니다. 아이들에게 늘 웃는 모습을 보여주고 새로운 서비스 개발을 멈추지 않아야 하거든요. 활달한 성격에 아이들을 좋아하는 창업 희망자라면 적은 자본으로 도전해 볼 만하다고 생각해요.”문구·팬시 복합점은 기존 문구점의 단점을 보완한 틈새업종이다. 좁고 어두운 매장 대신 밝고 쾌적한 편의점식 매장으로 꾸며 신세대에게 어필하는 것이 특징. 다양하고 저렴한 상품 구색으로 자주 방문하도록 만든 점이 눈에 띈다. 간단한 스넥이나 청소년 대상 무가지를 진열하는 것도 매출 증대에 도움이 된다. 학교 근처에 자리잡은 기존 문구점, 화방, 잡화점 등에서는 업종 전환 대상으로 고려해볼 만하다. (02)432-0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