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 압축 핵심기술 ‘스트리밍’ 세계적 수준 … 공중파 방송사 등 제휴요청 쇄도

인터넷 방송국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다. 현재 국내에만 약 6백여개의 인터넷 방송이 송출되고 있다. 멀지않아 컴퓨터가 텔레비전을 대신할 것이란 얘기도 들린다. 콘텐츠 분야만 보더라도 인터넷 방송은 경쟁력이 있다. 제도권 방송에서는 쉽게 내보낼 수 없는 내용도 인터넷방송으로는 어느 정도 허용되기 때문이다. 시청자도 불특정 다수가 아닌 마니아들을 대상으로 한다. 그만큼 고정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는 얘기다.그러나 인터넷 방송 때문에 텔레비전 시청률이 현격히 떨어질 것이란 기대는 시기상조다. 이들 업체들이 수익모델을 못 찾는 것도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다양한 콘텐츠로 네티즌을 사로잡을 법도 한 인터넷 방송이 예상만큼 확산되지 못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화질’ 때문이다. 전송속도가 떨어져 접속이 끊기거나 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은 통신선의 문제로 돌릴 수 있다. 그러나 동영상 창을 조금만 키워도 입자가 깨지면서 화질은 뚝 떨어진다. 영상압축과 전송 기술이 따라주지 못해서다.영화전문 인터넷 방송국 씨네웰컴(www.cinewel.com)에 접속하면 이런 화질 문제만큼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이 방송국을 운영하는 씨네웰컴(주)는 동아방송대 실험실벤처와 기술제휴로 지난 6월 설립됐다. “현재 국내에 개설된 20여개의 인터넷 영화 사이트 중 가장 선명한 화질을 제공한다”는 게 이 회사 제작팀 노현진 과장의 설명이다.이 영화전문 방송국에는 비디오나 텔레비전을 보는 것만큼 뛰어난 화질로 지나간 영화는 물론 최신 개봉작까지 망라돼 있다. 에로 호러 스릴러 코믹 등 장르별로 구색을 다 갖췄다. 입장료는 물론 무료다.이 때문에 개국한 지 한 달만에 무려 30만명(회사자체 집계)의 고정회원을 확보했다. 이중 영화를 끝까지 관람하는 관객은 10만여명에 달한다. 각 분야별 사이트 순위를 매주 업데이트해 발표하는 랭킹사이트 ‘100HOT(www.100hot.co.kr)’이 최근 집계한 영화사이트 접속 순위에서도 씨네웰컴은 3주 연속 1위를 달리고 있다.“하루에 1만5천여명 정도가 회원으로 가입하고 있어 이대로 간다면 올해안에 회원수가 1백만명을 돌파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노과장은 내다봤다. 이처럼 폭발적으로 회원확보를 가능케 한 동영상 압축기술의 핵심은 ‘스트리밍(Streaming)’이다. “동화상 데이터가 웹 서버로부터 네트워크를 통해 PC로 전송되는 순간 바로 바로 재생된다”는 게 노과장의 말이다.기존 멀티미디어 전송은 사용자가 이를 보기전에 전체 파일을 다운로드해야만 가능했다. 씨네웰컴이 제공하는 영화들은 다운로드 시간이 몇 초도 걸리지 않기 때문에 그만큼 실시간 전송이 가능한 것이다.이 회사가 보유한 스트리밍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란 게 업계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 때문에 타 인터넷 방송국은 물론 케이블 방송사 및 공중파 방송사들도 제휴를 위해 앞다퉈 손을 내밀고 있다. 현재 KBS의 미국내 자회사인 KTE에 기술을 지원하는 것을 비롯해 국방부 화상회의(POPCOM)에도 동화상압축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이 회사의 마케팅은 국내에 머무르지 않는다. ABC, CNN, CBS 등 해외 방송사들까지도 인터넷 방송에 필요한 기술 제휴를 요청해오고 있을 정도다. 이 회사는 10월부터 오프라인 극장에서 상영되는 영화를 인터넷으로 동시에 개봉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회원 증가 속도는 더욱 빨라지게 된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극장에서 보는 것과 비슷한 화질의 영화를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프라인 극장과 동시 개봉을 하게 되는 시점에 맞춰 현재 무료로 운영중인 사이트를 일부 유료로 전환할 계획이다.◆ CNN 등 해외방송사도 기술제휴 요청“회원확보 후 일부 사이트가 유료로 전환되면 1백만명의 회원중 30만명만 실제 관람객으로 잡아도 관람료 수익이 월 60억원은 족히 될 것”이란 게 노과장의 계산이다.1백만명의 회원이 확보되면 씨네웰컴은 인터넷상의 거대한 영화관으로 자리잡게 된다. 무명감독의 영화나 독립영화 등 극장상영의 기회를 얻지 못한 작품들도 씨네웰컴에 걸어 작품수준을 검증받을 수 있게 된다.다른 인터넷 업체들과는 달리 이 회사의 광고 유치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익모델이다. 영화에 쓰이는 동영상 기술을 광고에 그대로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그동안 인터넷 광고 역시 영화 등과 마찬가지로 화질 문제로 효과적이지 못했다”며 “TV CF만큼 실감나는 광고라면 씨네웰컴이야말로 광고주들을 사로잡을 훌륭한 매체가 될 것”이라고 경영지원팀 허영 과장은 밝혔다.실제 극장이나 케이블 영화방송과 마찬가지로 영화가 시작될 때나 방송중 사이사이에 동영상 광고를 삽입하는 방식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할 계획이다. 이밖에 이벤트 광고, 자막 광고, e-메일 광고 등도 효과적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월 14억원의 추가 수입이 발생할 것으로 허과장은 내다보고 있다.이 회사가 궁극적인 목표로 삼는 사업모델은 영화가 아니다. “영화가 씨네웰컴의 동화상압축기술을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효과적인 매체란 점에서 초기 사업아이템으로 삼았다”며 “영화를 보고 찾아오는 사업파트너가 계속 늘 것”이란게 허과장의 설명이다.결국 영화 상영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동영상압축 솔루션을 제공하는 사업으로 수익모델을 잡아간다는 전략이다.이 회사가 보유한 영상 압축·전송 기술은 인터넷 방송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최근 부상하는 디지털 보안 분야에도 효과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 즉 보안 설비 및 화상 감시 시스템의 성능을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그뿐이 아니다. 화상통신이 핵심인 모바일 인터넷에도 이 기술은 안성맞춤이다. “IMT-2000 이 상용화되려면 씨네웰컴이 보유한 화상기술이 절대적으로 필요할 것”이라며 “차세대 이동통신 시장에서 기대되는 수익은 가히 폭발적”이라고 허과장은 말했다.★ 인터뷰 / 한인규 기술연구소장도공이 도자기 빚듯 기술개발 ‘혼신’씨네웰컴의 브레인이라고 할 수 있는 한인규(39) 기술연구소장은 외국에 나가는 일이 잦다. 그러나 한번도 같은 경로를 거치는 법이 없다. 가는 곳마다 그 곳의 인터넷 화상 기술을 직접 눈으로 봐야만 직성이 풀리기 때문이다.“90년초 영국에 머무르면서 카센터에 간 적이 있었습니다. 우연히 보게 된 자동차 시뮬레이션에 무척 감탄했습니다.” 금방이라도 차가 뛰쳐나올 것만 같이 실감나는 화면을 접한 것이 한소장으로 하여금 영상 압축 기술 개발에 뛰어들게 한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중앙대 사진학과를 거쳐 현재 동아방송대 교수가 되기까지 한소장은 영상압축기술분야에서 세계 최고를 목표로 매진해왔다. 이런 야심찬 목표는 어느 정도 달성된 상태다.미국에서 가장 큰 정보통신기술 전시회 중 하나인 ‘LA 인터넷 월드’에서 시연할 때의 일이다. 전시회 관계자들은 “하드웨어에 저장된 데이터임에 틀림 없다”며 한소장의 동화상 압축기술력을 도무지 거들떠 보지 않았다. 인터넷으로 접속해 눈으로 확인한 후에야 그들은 ‘엑설런트’를 연발했다.한소장의 까다로운 성격은 제자들 사이에서 유명하다. 밤을 새워 만든 동화상이 맘에 안든다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겠다고 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도공이 도자기를 빚는 것만큼이나 끊임없는 시행착오를 거쳐야만 맘에 드는 화질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생생한 멀티미디어의 효과적인 전달이야말로 성공적인 인터넷 사업의 비결입니다.” 한소장은 화상의 선명도야 말로 인터넷 방송의 생존전략과 직결돼 있다고 거듭 강조하고 반드시 서울벤처밸리에서 성공스토리를 엮어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