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머신을 타고 2년반 전으로 돌아가보자. 98년6월에도 블랙먼데이가 있었다. 종합주가지수가 전날보다 4.8% 떨어지고 강력한 심리적 지지선이었던 300포인트를 하향돌파하면서 투매장이 벌어졌다. 엔화가치가 떨어지자 IMF탈출의 유일한 돌파구였던 수출전망이 흐려지면서 KOSPI는 11년 5개월만의 최저수준으로 주저앉았다. 그 다음날에도 종합주가지수는 기술적 반등도 못한 채 다시 떨어져 280.00포인트까지 내려갔다.주가지수선물은 이미 250포인트 수준이었고 200포인트대도 붕괴될 수 있다는 예견이 압도적이었다. 경제연구기관의 학자들이나 국내외 증권사의 전문가들이 한국경제가 회복되려면 향후 4, 5년은 필요하다고 전망했다.그런데 지나고 나서 보니 그때가 바닥이었다. 300포인트로 올라선 종합주가지수는 한달 후 두터운 매물대가 쌓였던 330포인트도 뚫어냈다. 그리고 인내를 시험하는 바닥다지기가 3개월간 지속됐다. 석달 후인 10월말 400포인트대로 올라섰고 연말까지는 562포인트로 저점대비 두배의 상승을 기록했다.물론 대부분 기업이 영업이익으로 금융비용을 감당할 수준도 안됐던 시절이지만 당시 증시여건이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전쟁이외에는 악재가 없다할 정도로 모든 악재가 다 노출되고 97년 이후 1년 가까이 증시의 하락이 지속된 상태였다. 반면 미국경제가 호황국면이었고 저금리 저유가 등 국제적 거시경제여건은 지금보다 우호적이었다. 내부적으로는 정부의 구조조정 추진일정과 벤처육성책에 대한 기대감이 시장에 존재했다. ‘BUY KOREA’를 하겠다는 기관투자가와 뮤추얼펀드도 있었다.지금의 증시여건은 이런 점에서는 IMF 때보다도 나쁘다. 외국인들은 구조조정을 질질 끌어온 한국정부를 의심하고있고 한국정치권과 정부의 수준을 익히 아는 일반투자자들은 정부도 기관투자가도 믿지 않는다. 은행권을 맴도는 시중유동성이 일반 국민의 불신을 대변한다. 고유가 미국의 고금리 등 국제여건은 그때보다 더 적대적이다.◆ 부실기업 퇴출 등 구조조정이 장세 좌우이 때문에 증권전문가들이 보는 한국증시는 현재 ‘예측이 거의 불가능’하다. 구조조정에 대한 의지와 성과에 금융시장 회복의 ‘알파부터 오메가까지’ 달려있기 때문이다.정태욱 현대증권 리서치센터 이사는 “실제 부실기업의 퇴출단계에서 정부가 어느 정도 적극적일지 알 수 없다”며 “부실기업의 적극적 퇴출여부에 따라 대상승도, 400포인트대 추락도 모두 가능하다”고 밝혔다.에드워드 켐벨 해리스 체이스 자딘 플레밍증권 서울지점장도 이 점을 지적한다. 그는 “한국정부와 한국시장은 예측하기가 힘들다”며 “만약 워크아웃플랜을 전면 재검토, 자생력없는 기업들을 대거 퇴출시킨다는 것이 확인된다면 1, 2주 사이에 200포인트의 폭등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부실기업퇴출에 시간이 걸리면 한국인 투자자는 물론 장기투자자인 외국인들마저 떠날 수 있다”는 것이다.국내의 거시경제지표가 과거 그 어느 때보다도 좋아졌다는 점은 분명하다. IMF당시 마이너스이던 외환보유고는 9백억달러 이상이고 상승압력은 있지만 회사채금리도 당분간 한자릿수를 유지할 전망이다.또 증시주변은 불안하지만 투자할만한 상장기업을 들여다보면 불안하지 않다. 상당수의 상장기업이나 등록기업이 전에 없이 양호한 현금흐름을 갖고 있다. 9월말 기준 PER(주가수익비율)가 3.9 수준이면 컨트리리스크를 고려해도 세계적으로 거의 최저수준이다. ROE(자기자본이익율)이 예금금리의 2배를 넘고 상장기업 주식의 기대수익률이 채권수익률보다 높아진 것도 한국증시 역사상 거의 처음이다. 실적이 좋은 우량기업들이 본질가치 대비 사상 최저가에 바겐세일중인 것은 분명하다.주식투자는 물론 돈을 버는 것보다도 돈을 크게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국가경제의 운명을 비관하지 않는 중장기투자자라면 지금은 본질가치가 뛰어난 우량주식을 사서 보유할 때이다. 물론 단기적 출렁거림을 인내하는 것은 필요하다. N자형 상승이라고 일컫는 바닥으로부터의 대상승보다는 폭락후 기나긴 횡보장을 거쳐 마지막 남은 사람들까지 절망하게 만들 때가 진짜바닥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인내가 필요한 것이다.이미 손절매 기회조차 놓친 주식보유자들은 단기투자자가 아니라면 이제 와서 던진다는 것은 무의미하다. 현금이 있고 위험부담을 인내할 수 있는 투자자라면 지금은 세일중인 우량주식을 사모을 때이다.★ 중기 투자자가 고려해야 할 체크포인트●부실기업 퇴출진행속도: 증시회복의 핵심관건. 퇴출 부실기업 숫자가 늘어나는지 확인할 것. 부실기업이 퇴출되면 금융구조조정은 훨씬 빠르고 자연스럽게 진행될 것임.●국제유가동향: 최근 전략비축유 방출과 미국정부의 압력으로 안정되는 추세. 그러나 두바이유 기준으로 30달러 이하에서 안정되는지 여부는 지속적으로 주시해야함.●반도체가격: 64메가D램 1백28메가D램 현물가격과 장기계약가격의 변화움직임 주시, 지수의 동향과 관련, 삼성전자의 주가추이도 관찰해야할 것.●시중 금리: 연말에 만기도래하는 회사채와 관련, 자금시장의 불안 및 물가불안심리와 관련 회사채 및 시중금리가 상승하는지 여부 주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