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사업 경험·마케팅·기술력 등 십분활용, 새시장 개척·경영효율화 실현 박차 가해야

이제는 디지털 혁명을 돌아볼 때가 된 것 같다. 디지털 혁명 초기, 소위 퓨어 클릭(pure click)이라는 온라인 기업이 출현하면서 기존의 경영 체제에 혁명적인 변화가 초래됐다. 인터넷 쇼핑몰의 경우 기존 유통업체들은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빠르고 편리한 쇼핑을 제공한다. 컴퓨터 앞에 앉아 마우스를 클릭하는 것으로 물건 구입이 끝날 정도이니 이보다 편리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런 장점을 앞세워 아마존닷컴, CD나우, E*트레이드 등 순수 인터넷기업은 초기 온라인 시장을 완전히 점령했다. 심지어 순수 인터넷기업의 기존시장 점령을 뜻하는 ‘아마존화된(Amazoned)’이란 신조어도 등장했다. 오프라인 상점은 전시장이나 오락을 위한 공간으로 남고 실제 구매행위는 인터넷에서 이뤄질 것이라는 예측이 강한 설득력을 얻었다.그런데 인터넷 시장에 뒤늦게 참여한 전통기업들이 98년 하반기부터 시장을 주도하기 시작했다. 미국 최대 서점망을 운영중인 반즈앤드노블이 성공적인 영업실적을 제시했고, e토이즈에 완패한 것으로 여겨졌던 토이즈러스가 회복세를 과시하고 있다.특히 토이즈러스의 케이스는 많은 시사점을 준다. 지난 99년5월 이 업체는 인터넷 사업에 진출했으나 실패했다. ‘카니발리제이션(살육적인 경쟁)에 대한 지나친 우려’, 인터넷 사업에 독립적인 경영권을 부여하지 않고 ‘오프라인의 종속적인 개념으로 간주’했던 것이 실패원인으로 꼽혔다. 실제 오프라인 사업까지도 혼선을 초래해 토이즈러스의 시장점유율은 급감했다.◆ ‘전통기업 온라인 우세’ 인식 선회그러나 올해 들어 이 업체는 온-오프라인 연계 효과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인터넷과 매장 사업의 재고유통 시스템을 통합했다. 온라인 구매에 대한 대대적인 가격할인과 홍보도 병행했다. 벤처캐피털회사의 지분을 출자받는 등 오프라인 사업으로부터 불필요한 간섭을 배제하기 위한 노력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그 결과 지난 4월 이후 e토이즈를 제치고 고객 접속빈도 1위에 떠올랐다. 토이즈마트닷컴, 레드로켓닷컴 등이 파산하고 e토이즈 주가가 60% 이상 떨어지는 가운데 75%의 주가 상승을 기록하기도 했다.이런 사례들이 나타나자 사람들의 인식은 방향을 선회했다. 전통기업들이 온라인에서도 우세를 거둘 것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팽배해진 것이다. 순수 인터넷기업은 생존할 수 없으며, 인터넷 비즈니스도 현실과의 접목없이 성공할 수 없음을 인식하기 시작했다.전통기업은 인터넷 비즈니스에 강한 장점을 많이 갖고 있다. 우선 오프라인에서 축적한 사업능력이다. 전통기업은 많은 사업경험을 통해 수익창출을 위한 각종 능력을 이미 보유하고 있다. 오프라인에서 축적한 마케팅, 사무 기획, 기술 등을 온라인사업에서도 십분 활용이 가능하다. 사업개시 비용을 최소화시킬 수 있는 것도 장점으로 작용한다. 기업을 신설할 때 필수적인 사무실 임대, 비품구입 등도 고민거리가 아니다. 기존의 법무, 인사, 총무, 경리 등 전문부서에서 원활하게 처리해 준다.모기업에서 사람, 아이디어, 자금을 지원받아 초기진입비용(Initial payment)을 극소화할 수 있다. 생산 및 물류인프라를 비롯하여, 이미 구축된 각종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다.개발상품의 판매채널 구축, 거래처 확대, 자금조달 등에 있어 조기에 사업기반을 확충할 수 있다. 오프라인에서 배양한 브랜드 파워는 온라인에서도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실제 닷컴기업들은 브랜드자산을 구축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매출액의 3분의2 정도를 광고비로 투자하면서도 ‘언제 사라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상존한다. 반면 전통기업들이 오프라인에서 얻은 신뢰는 안정적인 사업 정착에 도움을 준다. 고객들은 오프라인에서의 안전이 온라인에서도 지속될 것이라고 생각한다.이쯤해서 전통기업이 디지털 전략을 수행하는 목적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자. 첫째 신사업, 신제품, 신서비스를 도입하기 위해서다. 인터넷과 관련된 신제품 개발을 통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 가전제품에 인터넷 기능을 첨부한 인터넷 정보가전(Internet Appliance)이 미래 유망상품으로 부상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신상품을 개발하기도 한다. 신용 평가 기관인 스탠더드&푸어스는 재무관련 정보를 인터넷으로 제공한다. 고객은 적은 요금으로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평가하고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재구성할 수 있다.둘째는 고객밀착 마케팅을 실현하기 위해서다. 일대일 마케팅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두말할 필요가 없다. 아마존을 클릭하면 고객의 구매정보와 연결해 고객에게 새로 나온 책을 추천한다. 이는 구매로 연결되어 기업의 매출 증대에 기여한다.신한은행은 지난 99년말 신용조회 시스템을 인터넷 뱅킹과 연결했다. 도입한지 3개월만에 인터넷 대출이 기존 대출규모를 넘어설 정도로 각광을 받고 있다. 유피에스(UPS)는 고객이 인터넷을 통해 24시간 배달되고 있는 화물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추적(Tracking)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 덕분에 고객만족과 함께 연간 1백70만달러의 비용절감효과를 거두었다.◆ 비용최소화 효과도 가능셋째 조달원가를 하락시키는 등 비용을 감소하기 위해서다. 미연방 준비제도이사회와 보스턴 컨설팅은 B2B가 향후 5년 내 생산성을 9% 높여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유나이티드 테크놀로지(UT)사는 전자상거래로 연간 1백50억 달러에 이르는 구매예산을 절약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온라인 경매방식을 통하면 3년간 비용절감이 25%에 이르고, 이중 16%는 첫 해에 이뤄진다는 분석도 있다. 반면 전통적인 경쟁적 계약체결 방식을 적용했을 경우엔 3년간에 걸쳐 총 15%의 가격인하만을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90년대 중반에 시행했던 구조조정과 리엔지니어링을 용도가 다한 툴로 간주한다. 범그룹적 구매 풀을 통해 이룰 수 있는 경비절감은 이미 대부분 성취했기 때문이다.디지털 전략이란 사업영역과 기업구조를 모두 디지털화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단순히 온라인 사업을 전개하는 것에 국한되는 개념이 아님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기업 내부 및 외부접점과의 효율성을 증진시켜 기업가치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사실 일부 선도기업의 부작용으로 디지털 전략이 주춤했다. 인터넷에 대한 충분한 이해없이 성급하게 변화를 주도함으로써 실패를 경험하기도 했다. 기존의 유통망을 파괴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걸림돌로 작용했다.그렇지만 최근 들어 전통기업의 인터넷 활용 및 인터넷 사업진출이 가속화되는 추세다. 90년대 후반에는 벤처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전통기업은 인터넷 기술이 일정한 수준으로 성숙할 때까지 관망하는 자세를 견지했다. 인터넷 기술이 일용품(commodity)처럼 사용되면서 인터넷 벤처에서 기존 전통기업으로 권력이동(power shift)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전통기업의 실력도 벤처기업만큼 인터넷을 활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향상됐다. 게다가 벤처기업이 갖지 못한 브랜드 파워도 보유하고 있다.전통기업은 인터넷을 활용해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경영효율화를 실현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흐름을 이해하면서 전통기업은 디지털 전략을 적극 실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