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라주조는 일본의 술회사중 하나다. 술 중에서도 맥주보다는 소주, 매실주등 비교적 일본 소비자들의 구매빈도가 떨어지는 제품을 만들어 파는 업체다. 따라서 이웃나라인 한국의 소비자들에게 다카라주조는 기린, 아사히 등 초대형 맥주회사들보다 훨씬 지명도가 낮다.하지만 이해를 돕기 위해 조금 설명을 덧붙이자면 다카라주조는 한국의 진로와 닮은 점이 많은 회사로 보면 된다. 일본의 소주업계를 대표하는 회사이면서 제품별 브랜드에서 일본 시장점유율 1, 2위를 놓고 진로소주와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는 점이 우선 그렇다.일본 재계와 산업계에서 다카라의 사업구조와 경영전략은 최근 부쩍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매스컴이 21세기 황금산업의 하나로 꼽히는 게놈(유전자정보덩어리)비즈니스 등 바이오산업을 들먹일 때마다 다카라의 이름은 거의 예외없이 앞순서에 등장한다. 본업인 주류사업에서는 강자들과의 직접충돌을 피하는 틈새공략전법으로 히트상품을 잇달아 내놓으며 실리를 철저하게 챙기고 있다.다카라의 매출구성은 본업인 주류가 약 80%를 차지하는 반면 바이오 관련은 20% 정도 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그러나 증권분석가들은 다카라주조가 단순한 술회사라기 보다 첨단을 달리는 하이테크기업의 이미지를 투자자들에게 강하게 심어준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고 지적한다.이 회사의 99년 매출은 1천9백억엔대에 불과해 다른 대형 주류회사들에 비해 크게 뒤지지만 주식시장에서의 시가총액을 놓고 보면 상황이 달라진다. 8월 10일 현재의 다카라주조 시가총액은 4천7백32억엔으로 일본 전체 주류회사중 기린(1조2천1백96억엔), 아사히(5천1백59억엔)에 이어 3위를 달리고 있다. 삿포로, 산토리 등 맥주, 위스키 분야의 다른 대형회사들도 모두 뒤로 밀어냈다.다카라주조는 70년대 초반부터 바이오비즈니스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후 꾸준한 투자를 통해 외부인들에게 혁신과 변화의 이미지를 심어주는데 성공했다. 당장의 수익은 나지 않더라도 스피디한 일처리와 지속적인 뒷받침으로 바이오비즈니스를 흔들림 없이 밀고 나왔다.따라서 전문가들은 다카라가 주류와 식품부문에서 현재의 ‘안정’을 찾는 대신 내일의 ‘성장’은 바이오에 거는 양날개식 사업구조를 구축해 놓고 있다며 성과를 주목하고 있다.다카라의 바이오 비즈니스는 게놈 배열정보를 이용하거나 유전자변형기술을 사용해 의약품, 농약 등을 만들어 내는 다른 기업들과 기본전략에서부터 다르다. 다카라는 사업 초기단계서부터 초지일관으로 ‘바이오연구지원비즈니스’라는 고유영역을 지켜 왔다.미생물을 이용한 항생물질의 원료생산을 시험해 본적도 있지만 교토대학의 연구진들로부터 수시로 제한효소의 상품화를 의뢰받은 것이 계기가 돼 독자적 길을 걷게 됐다.제한효소는 게놈을 구성하는 DNA를 특정의 장소에서 잘라주는 기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유전자변형뿐 아니라 DNA 연구에는 반드시 필요한 시약이다.제한효소에는 몇가지 종류가 있지만 다카라가 일본내 판매를 시작한 79년에는 수입품뿐이었다. 연구인력들만을 대상으로 한 시약시장은 당연히 규모가 제한될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수입품이 워낙 고가였기 때문에 일본 연구진들은 앞다퉈 다카라의 제품을 찾았다.“항생물질이라면 불티나게 팔려 나갈텐데 왜 제한효소라는 특수상품을 고집해서 만드는지 모르겠다는 불평이 사내에 많았습니다.”당시 기술부장으로 일했던 오미야 히사오 현 다카라주조 사장은 이렇게 되돌아본 후 “하지만 이때의 첫걸음이 바이오연구지원 비즈니스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다카라는 88년 미국의 벤처기업 시더스가 개발한 폴리메라제연쇄반응(PCR)이라는 첨단기술을 도입해 관련기기와 시약의 판매를 시작했다. 이 기술은 이를 개발해 낸 사람이 훗날 노벨상을 받을 정도로 최첨단의 것이었으며 다카라의 바이오 비즈니스는 이때를 계기로 한 차례 점프업을 이루게 됐다.이 회사는 또 98년5월 미국 GMS사로부터 DNA작성장치와 해석장치의 아시아 판매권도 따냄으로써 유전자연구의 필수기술을 모두 확보, 최첨단 연구지원센터의 이미지 구축에 성공했다. 전문가들은 일본정부의 밀레니엄프로젝트 계획에 따라 바이오연구용 시약시장은 무한한 성장가능성을 갖고 있다며 다카라는 황금알을 품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다카라는 바이오비즈니스의 성공비결과 관련, 일찍부터 신사업에 눈을 뜬 것 외에 스피드를 중시한 점과 그리고 인재가 사내에 많았던 점을 들고 있다.다카라는 해외벤처기업이 개발한 신기술이 유망하다는 소식만 들리면 곧바로 상대와 접촉해 판매권을 획득하는 기민함을 발휘해 왔다. 또 일본, 미국의 명문대학을 뒤져 가며 관련 고급두뇌를 수시로 모셔오는 삼고초려의 전략을 동원한 덕에 해외시장 동향과 신기술 정보를 소상히 파악하고 있었다.주류사업에서 다카라가 갖고 있는 장점은 경쟁사와 다른 노선을 추구하는 상품개발 및 마케팅전략으로 압축된다. 다카라는 77년에 발매한 ‘쥰’소주를 앞세워 도시지역 젊은 소비자들을 집중적으로 파고들면서 그때까지 소주에 박혀 있던 싸구려 술 이미지를 뒤엎었다. 84년에는 캔에 담긴 ‘추-하이’(과즙을 넣어 순하게 만든 소주)를 일본 최초로 내놓아 대히트를 친 적도 있다. 주류 이외에도 맥주 맛을 내는 청량음료나 과일 조각이 들어 있는 주스를 일본 처음으로 선보이며 화제를 끌었던데서 알 수 있듯 경쟁업체들이 파악지 못한 미개척시장을 뚫는데 비상한 능력을 발휘해 왔다.일본 주류업계에서는 다카라의 차별화전략 배경에 맥주에서 대형업체들과 맞붙어 참패를 당했던 60년대의 쓰라린 경험이 자리잡고 있다는 관측이 일반적이다.“신상품을 내놓을 때는 우선 얼마나 경쟁사들의 기존제품과 차별화할 수 있는가부터 봅니다.”회사차원에서 차별화전략을 드러내놓고 밝히려하지 않지만 오가사하라 마케팅부장은 틈새시장을 노리는 독자적 상품, 판매전략이 체질화되었음을 인정하고 있다.다카라는 작년 3월 장수상품이면서 시장에서 톱브랜드 자리를 누려온 캔 ‘추-하이’가 산토리사의 ‘슈퍼 추하이’로부터 저가공세에 밀리자 가격과 유통방식을 바꾼 신제품을 즉시 투입했다. 새로 나온 제품은 유통기한을 단축하고 저온유통방식을 택해 신선도를 대폭 높인 고가격의 한정상품이었다.바꿔 말하면 이 제품은 경쟁사의 유사제품이 쏟아질 경우 이미지와 품질, 판매방식을 바꿔 안전한 곳으로 달아난다는 다카라측의 대응방식을 정확히 보여준 본보기였다.오가사하라 부장은 ‘가격파괴로 소모전이 계속되는 시장상황하에서는 고부가가치의 남과 다른 상품을 만들어내는 수밖에 없다”고 밝혀 차별화가 앞으로도 다카라 주류, 식품사업의 핵심 전략이 될 것임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