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명품 유치 등 '큰 손'위한 매장 확대... 회원제 잡지 등 통해 '그들만의 문화' 마케팅도 펼쳐

‘명품관을 들어서는 순간 당신은 이미 상류사회의 일원입니다’.서울 갤러리아 백화점 명품관이 광고에서 내걸고 있는 캐치프레이즈다. 물건을 사는 고객들에게 VIP대우를 해주면서, 귀족적인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백화점을 비롯한 유통업계 VIP마케팅의 핵심이다. 고객들이 지불하는 돈은 단순히 물건값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VIP대우’ 또는 ‘귀족같은 느낌’을 갖기 위한 대가이기도 하다.따라서 물건값을 많이 낸(구매실적이 높은) ‘큰 손’고객일수록 대접이 융숭해 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만큼 ‘돈 값’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구매실적이 높은 고객일수록 단골고객일 가능성이 높다. 이들 단골고객에겐 1회성 ‘뜨내기’ 고객과는 차별화된 서비스전략이 필수적이다. 그래서 백화점마다 이들 큰손고객들을 단골고객으로 붙잡아 두기 위한 마케팅전략이 치열하다. 특히 최근 유통업계의 생존구조가 크게 할인점과 고급백화점이란 두줄기로 나누어지면서, 백화점의 고급화 전략 및 VIP마케팅도 더욱 불을 뿜고 있다.백화점 가운데 VIP마케팅에 가장 적극적이고 조직적인 곳은 신세계다. 신세계 백화점 판촉팀 이호석과장은 “‘20%의 고객이 80%의 매출을 올린다’는 2대8의 원칙에 따라 구매 충성도가 높은 20%의 고객을 VIP고객으로 분류해 특별히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20%의 로열고객을 단골고객으로 붙잡아 두기 위한 VIP마케팅의 역점은 고객에게 지속적인 보살핌과 특별대우를 받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데 있다.◆ VIP고객잡기 위해 특별대우 신경신세계 백화점의 고객층은 우선 자사카드이용 실적에 따라 VIP로열과 VIP골드, 일반 골드와 일반 등 크게 4단계로 나눠진다. 수도권에 거주하는 전체 VIP고객은 5천명 수준. 이중 최우수 고객인 VIP로열고객은 5백~8백명 수준으로, 기준은 2년 연속 연간 1천만원 이상씩의 구매실적과 연체가 없었던 우수고객이다.이들 VIP고객들을 예우하기 위한 서비스로는 하루 3시간씩 최소 3개월에서 최장 1년까지 유효한 주차스티커를 제공하는 것과 기념일 관리가 가장 기본적이다. 주차스티커의 경우, 일반 고객에게 제공하는 무료주차 티켓과는 달리 차량 앞쪽에 부착해 백화점에 들어오는 순간 VIP고객임을 알아보게 하는 것은 물론, VIP전용지역 주차혜택 등을 받게 된다. 또 생일이나 결혼기념일에는 꽃, 카드와 함께 케이크무료 교환권 등을 제공한다. 이밖에 회원제 고급잡지인 ‘오뜨’(HAUTE)를 3천명의 고객에게, 고급 리빙전문지인 ‘까사리빙’을 1천명의 고객에게 무료로 발송하고, 세일기간과 관계없이 연중 5~10%의 할인혜택을 주고 있다. 해외명품 프로모션이나 패션쇼를 비롯한 각종 이벤트에 우선적으로 초청되기도 한다.최근에는 고급 문화이벤트를 마케팅에 연계시킨 VIP문화마케팅도 인기다. 예술의 전당 등 각종 문화시설에서 공연중인 뮤지컬, 연극, 음악회 등에 VIP고객을 초청해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켜주자는 취지에서다.신세계가 보다 야심적으로 VIP마케팅을 추진중인 곳이 바로 지난 10월5일 개점한 서울 강남점이다. 반포 센트럴시티안에 위치한 강남점은 고품격 유럽풍백화점을 지향한다. 매장면적만 9천8백여평으로 강남지역에서 최대규모다. 영국 최대의 고품격 백화점인 헤롯백화점을 벤치마킹해 백화점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유럽의 고성스타일로 꾸몄다. 따라서 쇼핑고객들이 마치 귀족이 된 듯한 느낌을 주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8층에는 VIP 로열고객만을 위한 20평 규모의 멤버십 라운지를 마련해 두었다. 로열고객들이 쇼핑을 하다가 피곤하면 차와 다과를 들며 쉴 수 있도록 2명의 직원을 배치해 놓고 있는데, 공항의 VIP라운지와 비슷한 개념이다.백화점의 VIP마케팅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세계적인 명품브랜드의 유치다. 어떤 백화점에 어떤 고급 브랜드가 있느냐에 따라 백화점의 가치까지 결정되기 때문이다.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은 이름 그대로 세계적인 수입명품들로만 가득찬 백화점이다. 현재 샤넬, 루이비통, 에르메스, 까르띠에, 티파니를 포함한 1백30여개 명품브랜드가 입점돼 있다. 한국인에게 인기 있는 고급브랜드는 거의 모두 망라돼 있다고 보면 된다. 그만큼 고급 또는 고품격 백화점으로 정평이 나 있다는 얘기다.이 때문에 갤러리아 명품관은 IMF시절과 같이 경제가 어려울 때는 호화·사치의 표본처럼 거론돼 일반인들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기도 하지만, 불황에 관계없이 높은 매출을 올리는 곳으로 유명하다. 국내 다른 백화점의 객단가(고객 1인당 평균 매출실적)가 평균 7만원대인데 비해, 갤러리아 명품관의 객단가는 23만~24만원으로 다른 백화점의 3배가 넘는 수준이다. 그만큼 해외명품을 선호하는 ‘큰손’들, 즉 VIP고객들이 많다는 증거다. 심지어 ‘귀족(상류층)이 된 듯한 느낌을 맛보기 위해 명품관을 찾는다’는 사람들도 생겨날 정도다.◆ 명품 브랜드 유치 혈안 … 고급화 경쟁그렇다고 갤러리아 명품관이 VIP고객들을 위해 특별한 마케팅 활동을 펼치는 것은 아니다. 기념일에 카드와 케이크, 꽃바구니를 보내거나 쿠킹클래스 등 취미모임을 운영하고, 연간 1~2회 정도 명품패션쇼에 초청하는 것 등이 거의 전부다. 갤러리아 관계자는 “고객층을 특별히 VIP로 분류하거나 집중 관리하는 시스템은 없다”고 말했다. 명품관을 찾는 고객들이 전부 VIP고객이며, 특별히 관리하지 않아도 명품에 대한 선호도 때문에 단골고객이 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결국 해외 명품의 유치 및 고급스러운 이미지 자체가 VIP마케팅의 핵심이라고나 할까.이에 따라 백화점들은 보다 많은 명품 브랜드 유치를 위해 혈안이 돼 있다. 일반적으로 입점 희망업체들에 대해 고압적이기 짝이 없는 백화점이지만, 명품브랜드에 대해선 오히려 저자세다. 심하게 표현하면, ‘제발 와주십사’라는 심정으로 목좋은 장소를 내주거나 수수료를 깎아주기도 한다. 때때로 경쟁백화점끼리 유명브랜드를 둘러싼 지나친 유치경쟁으로 제살을 깎아먹는 사례도 적지 않다.최근의 추세를 보면, 신세계 강남점의 경우 지상 2층매장 전체를 아르마니 베르사체 캘빈클라인 등 30여개의 수입브랜드로 구성된 명품 전용관으로 운영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본점 1층에 있는 루이비통 매장을 37평에서 70평으로, 무역센터점 1층의 까르띠에 매장도 23평에서 42평으로 거의 2배씩 확대하기로 했다. 강남지역 백화점의 경쟁은 사실상 수입 명품중심의 고급화 경쟁인 셈이다.그렇다면 이같이 선호도가 높은 수입명품 업체들은 자신들의 고객들을 위해 어떤 마케팅을 펼치고 있을까. 명품업체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특별한 마케팅 전략이 없다”고 밝힌다. 굳이 꼽자면 본사 차원의 이미지 관리에 치중하는 것 정도다. 여기에는 굳이 브랜드 인지도 향상을 위한 마케팅을 하지 않아도 잘 팔린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이런 속성상 홍보 및 광고에 소극적인데다 매체선정에 까다롭고, 이로 인해 ‘오만하다’ ‘폐쇄적이다’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국내 35개 백화점에 들어가 있는 샤넬의 경우 백화점 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쪽에, 가장 큰 매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샤넬 관계자는 “본사의 이미지관리 방침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일정 규모 이상의 매장에 똑같은 디스플레이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매장의 숍마스터(판매책임자)들이 개별적으로 고객관리를 하지만, 회사차원의 특별한 고객관리 시스템은 없다. 다시 말해 해외 명품의 경우 이미지관리가 곧 가장 큰 마케팅전략이며, 상품 판매는 곧 이미지판매라는 설명이다. 그런데도 샤넬코리아 화장품라인은 올 상반기 국내 여성용 화장품 국가고객만족도(NCSI)에서 1위를 차지했다. 샤넬 이미지를 선호하는 한국여성들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아르마니, 조직적 VIP마케팅 펼쳐해외 명품가운데 비교적 조직적인 고객관리 및 VIP마케팅을 하는 업체가 아르마니다. 고급 신사복 브랜드의 대명사처럼 불리고 있는 아르마니는 ‘세일리지카드’라는 일종의 보너스카드제를 운영하고 있다. 항공사의 마일리지 카드처럼 상품구매 액수에 따라 일정 포인트를 제공하고, 포인트가 일정액에 달하면 할인 및 상품 무료제공 등의 혜택을 주고 있다. 구체적인 고객관리는 개별 매장의 숍마스터들이 고객카드를 기반으로 일대일 마케팅을 펼치는데 역점을 두는 식이다.이밖에 이들 해외명품 업체들이 한결같이 선호하는 마케팅방법은 회원제 고급잡지에 광고를 싣는 것이다. 현재 ‘회원제 고품격’을 표방한 고급잡지는 오뜨, 노블리스, 네이버, 노블리안, 더퍼스트, 트레블앤드컬쳐(T&C) 등 줄잡아 6개 정도. 노블리안, 더퍼스트, T&C 등이 최근 1~2년 사이에 생긴데서 보듯 상류층을 겨냥한 VIP마케팅이 점차 활성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94년 창간한 오뜨의 경우 30여개의 회원업체의 VIP마케팅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매달 5만2천여부의 잡지를 발행한다.이들 업체는 신세계, 굿모닝증권 등 회원업체들이 자사 VIP회원들에게 발송하기도 하고, 각 호텔의 휘트니스센터 회원들에게 발송되기도 한다. 오뜨의 김기설 차장은 “해외 명품업체들은 주로 광고를 싣는 편인데, 높은 광고효과 덕분에 대중적인 신문이나 잡지보다는 회원제 잡지를 선호하고 있다”고 밝혔다.한편, 해외 명품업체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호화, 사치품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비판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지난 9월말 루이비통은 청담동 단독매장 개장식을 5억원 상당의 초호화판으로 치렀다는 이유로 언론의 집중공격을 받기도 했다.★ VIP전용 웹사이트“상류층만 클릭하세요”VIP고객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움직임은 인터넷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가장 흔한 것은 해외명품전문 쇼핑몰이지만, 최근에는 단순한 명품판매를 넘어 ‘있는 사람’ 또는 ‘VIP’ 만의 커뮤니티 형성에 중점을 둔 고급지향 웹사이트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대표적인 사례가 신라호텔이 올해 6월 온라인비즈니스 진출의 첫 신호탄으로 선보인 노블리안닷컴(www.noblian.com)이다. 신라호텔은 애초부터 호텔을 이용하는 상류층 인사(high class people)들을 대상으로 한 효과적인 마케팅 차원에서 이 웹사이트를 열었다. 따라서 노블리안닷컴은 일단 콘텐츠와 커뮤니티, 커머스(전자상거래) 등 3C가 어우러진 고품격 포털사이트를 지향한다. 그러나 핵심은 커뮤니티다. 그들만의 모임을 활성화시키겠다는 것이다.노블리안닷컴에는 경제 문화 여행 스포츠 등 10여개 분야에 걸쳐 동호회(커뮤니티)가 활동중이지만, 노블리안닷컴이 보다 중점을 두고 있는 커뮤니티는 사실상 유료로 운영되는 클럽이다. 현재 리더스클럽, 컬쳐클럽, 영노블리안클럽 등 3가지가 있다. 이중 리더스는 40~50대의 기업체 중역급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연회비가 30만원이다.영노블리안클럽은 차세대 오피니언 리더들을 위한 클럽인데, 가입조건이 미혼남녀인 만큼 젊은이들의 사교클럽 역할을 한다. 연회비 30만원에 현재 회원은 80명. 노블리안측은 클럽 활성화를 위해 와인시음회, 테이블매너강좌, 공연관람, 댄스강연 및 실습 등 오프라인상의 이벤트를 매달 2회씩 주선하고 있다.회원제잡지 오뜨가 운영하고 있는 오뜨멤버스닷컴(www.hautemembers.com)도 회원제 럭셔리 포털사이트를 지향한다. 오뜨멤버스닷컴은 우선 회원가입부터 까다롭다. 회원가입 조건은 오뜨회원 및 가족중 인터넷을 사용하는 ‘엄선된’ 골드칼라, 서초가든스위트, 아크로빌 등 럭셔리 아파트거주자, 탑브랜드의 VIP고객들이다. 웬만한 대졸 직장인이라면 회원가입조차 어려운 실정이다.명품 판매사이트로는 패션플러스(www.fashionplus.co.kr), 지엔느(www.sienne.com), 럭셔리구즈(www.luxurygoods.co.kr),브랜드나라(www.brandnara.co.kr),브랜드몰(www.brandmall.co.kr), 패션지아(www.fashionzia.com) 등이 대표적이다. 아이럭셔리(www.iluxury.co.kr)는 명품경매 전문 사이트로, 최근 네띠앙과 제휴를 맺었다. 이들 명품판매 및 경매사이트가 인기를 끌면서 최근에는 한솔CS CLUB등 일반 쇼핑몰에서도 명품판매코너를 마련하는등 인터넷에서의 명품판매 사이트가 늘어나는 추세다. 그러나 샤넬 등 해외명품 업체들은 기본적으로 본사차원에서 인터넷판매를 금지하고 있어 품목이 다양하지 않은 데다, 진품여부를 가리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