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모제 시장점유율 30% 육박 … 모발영양·멋내기 등 차별화상품 선봬며 업체 ‘불꽃 경쟁’

섹시 스타 ‘마돈나’는 틈만 나면 머리색을 바꾸는 것으로 유명하다. 오죽하면 자신조차도 진짜 머리색을 알 수 없을 정도라고 말할까. 요즘 텔레비전을 보면 ‘검은’ 머리보다 ‘색깔있는’ 머리를 한 사람들이 훨씬 더 많이 눈에 띈다. 그러나 머리색을 바꾸는게 연예인들만의 특권은 아니다.LG홈쇼핑 e-커머스팀에 근무하는 소연아(24)씨는 “모발이 상할까봐 이제껏 미뤄왔지만 주위에서 다들 염색을 하는 분위기라 오히려 검은 머리가 더 어색하단 생각에 얼마전 염색을 했다”고 말했다.여성들은 말할 것도 없고 남성들이 머리에 물들이는 것도 이젠 더이상 ‘흉’도 아니고 ‘이상한 일’도 아니다. 더구나 새치때문에 고민하는 남성이라면 염모제야말로 단점을 보완하고 동시에 멋도 낼 수 있는 효과적인 해결책이 아닐 수 없다.◆ ‘검은’ 머리보다 ‘색깔있는’ 머리 더 많아직장인들도 예외는 아니다. 기아자동차 마포지점에서 영업사원으로 일하는 이은우(34) 대리는 “평소 워낙 개성적인 성격이라 뭔가 변화를 주고 싶어서 얼마전 오렌지색 ‘블릿지’를 넣었다”며 “영업할 때 오히려 젊은층 고객에겐 친근감을 주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중·고생들이 방학을 이용해 ‘몰래’ 머리색을 바꾸는 것을 톡톡 튀고 싶은 자기표현욕구를 실현하는 것이라면 초등학생들까지 속속 염색머리 대열에 참여하고 있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일례로 서울 목동에 있는 목원초등학교의 경우 전교생 1천56명중 약 21%에 해당하는 2백17명이 블릿지 등 부분염색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학교 김진향(47) 교사는 “아직까진 대부분 몇 가닥씩 물을 들이는 정도지만 머리를 염색하는 학생들이 점차 늘고 있다”며 “학부모가 자가염모제를 사다가 직접 염색해주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이쯤되면 염색은 머리에 핀을 꽂거나 머리띠를 하는 것만큼이나 흔한 일이 돼 버린 셈이다.지난해 봄 (주)태평양이 여성고객들을 대상으로 염색 경험 실태를 조사한 결과는 국내 염색인구 증가가 가히 폭발적임을 보여준다. 우선 전체 응답자의 79% 정도가 염색을 해본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연령별로는 10대 후반과 20대, 직업별로는 학생과 직장인의 경우 대부분 염색한 경험이 있었다. 박준미장 강해선 헤어디자이너는 “염색하는 손님이 하루 80여명이 넘는다”며 “지난해에 비해 50% 이상 늘어난 수치”라고 말했다.이처럼 머리를 물들이는 사람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돈을 버는 곳은 따로 있다. 바로 ‘염모제’제조업체들이다. 실제로 염모제 시장은 지난 2년 사이에 엄청나게 팽창했다. 주로 화장품 전문점에서 팔리는 자가염모제 시장만도 지난해 1천1백억원에서 올해는 18%나 성장한 1천3백억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업계에선 내다보고 있다.이 수치만으로도 염모제는 샴푸·린스 같은 세발제, 무스·헤어젤 등의 정발제와 트리트먼트 같은 약모제 등을 포함한 전체 두발시장에서 약 30%를 육박하는 비중있는 부문으로 자리잡은 셈이다. 여기에 미용실 등에 공급되는 전문가용 물량까지 합하면 전체 염모제 시장은 매출기준 2천억원을 훨씬 웃돌 것이란게 관련 업체들의 공통된 전망이다.◆ “염색안하고 못배길 걸”… 튀는 색깔로 유혹염모제 시장의 성수기인 여름 휴가 시즌에 대격돌을 벌였던 각 업체들이 가을·겨울 시즌을 겨냥해 새상품을 내놓고 불꽃 튀는 경쟁에 나섰다. 특히 화장품 전문점 시장의 경우 태평양, 동성제약, 소망화장품 등 국내업체와 웰라, 로레알 등 수입브랜드들을 중심으로 다시 한번 시장선점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기능성 헤어컬러로 윤기있고 촉촉하게(주)태평양은 에센스 기능의 헤어컬러 화장품 ‘미쟝센(mise en scene)’으로 차별화 전략을 세웠다. 염모와 트리트먼트 기능을 동시에 갖춘 트리트먼트 헤어컬러로 화장품 전문점 시장을 선점한다는 전략이다. “CCC(Ceramide- Enhancing Color Complex)기술로 헤어 컬러에 아쿠아에센스 성분을 결합시켜 모발이 푸석거리는 것을 방지하고 염색 후에도 모발을 윤기있고 촉촉하게 유지시켜 준다”는게 회사측의 설명이다.지난 7월부터 이동 헤어 서비스 센터 ‘미쟝센 무빙 헤어 숍’을 운영, 무료로 즉석에서 제공하는 염색 서비스도 더욱 활성화시킬 방안이다. 또 전문가들이 모발상태 점검과 적합한 제품 관리법을 조언해주는 등 차별화된 판촉전략으로 올해 3백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일찍부터 국내에 진출한 외국업체들도 이미 시장을 상당부분 장악했다. 세계 화장품 시장에서 5백여개의 브랜드를 보유한 프랑스의 로레알은 지난 97년 한국에 ‘엑셀랑스’라는 염모제로 첫선을 보인후 2년만에 시장을 30% 장악했다. 로레알은 그동안 ‘패션칼라링’, ‘홈칼라링’이라는 전략으로 염색시장을 개척, 선점해왔다. 엑셀랑스는 모발을 손상없이 보호해주는 염색제로 20대를 위한 멋내기용 염색제는 물론 30, 40대까지 사용할 수 있는 새치 커버용 염색제까지 다양한 색상과 기능을 갖췄다.11월엔 빛의 각도와 방향을 이용해 반사시키는 기술로 입체적인 컬러를 표현해주는 제품도 선보인다. ‘당신은 소중하니까?’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여전히 ‘비싸더라도 고급품질의 제품을 찾는’ 소비자를 겨냥하고 있다.로레알 파리는 화장품 전문점과 대형 할인 마트를 중심으로 마케팅을 추진중이다. 다이아 칼라, 마지렐과 뉴앙셀 아하 등에 이어 최근엔 ‘로레알 훼리아 컨트라스트’를 출시, 10~20대 젊은층을 공략하고 있다. 모발 전체를 염색하지 않고 색상의 미묘한 차이를 만들어준다는 점을 차별화 전략으로 내세웠다.소망화장품도 ‘꽃을 든 남자 크리닉 칼라’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이와 함께 ‘꽃을 든 남자 싸이키 컬러’도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23가지 다양한 색상으로 소비자의 선택폭을 넓힐 계획이다. 또 염색 후 건조해지기 쉬운 모발에 수분과 케라틴 단백질이 있다는 점을 들어 염색과 동시에 손상된 모발을 건강 모발로 만들어준다는 점을 강조한다는 전략이다.이 회사는 모델 김혜수를 모델로 한 TV CF를 계속 강화하는 동시에 전문점 확장에도 주력할 방침이다. 철저한 유통관리를 통해 전문점의 수익성을 보장하고 본사 주도의 현장밀착영업을 펼칠 계획이다. 올해안에 5백만개의 염모제를 출시해 1백21억원의 매출을 올린다는게 회사측의 목표다.코리아나화장품은 지난 94년 독일 슈바츠코프사와 기술제휴한 이래 전문점을 중심으로 염모제를 판매하고 있다. ‘이고라 로얄 칼라크림을 비롯해 이고라 펑키 칼라’, 제드 등이 주력 제품이다. 이밖에 동양화장품, 샤몽화장품 등도 팽팽한 경쟁에 나섰다.◆ 제약업체들 움직임도 활발화장품업계뿐 아니라 제약업체들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동성제약은 지난 68년 국내 최초의 염모제인 ‘양귀비’를 출시한 이래 ‘훼미닌’, 염색약인 ‘세븐베스트’, 저자극성 염모제 ‘벳츠룩’을 차례로 출시해 성공적으로 ‘멋내기’ 염모제 시장에 진출했다.지난 1월 출시한 ‘리케아 센세이션’ 브랜드의 ‘선셋 오렌지’를 여름색상으로 선정,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을 공격하기도 했다. 세븐에이트, 파온크림 등 백모염색약은 기존의 약국유통망을 통해 부동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현재 시장 차별화를 위해 화장품 코너 및 할인마트 등을 통해 젊은층을 상대로 시장을 확장중이다. 올해 염모제부문 영업목표인 4백억원 달성은 무난할 것이란게 회사측의 전망이다.현대약품은 암모니아를 제거한 ‘파시낭크린 컬러’를 출시해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인터넷 회원들을 대상으로 ‘무료염색’ 이벤트도 벌이고 있다. 매월 5백명 정도의 회원에게 무료로 염색을 해준다. 종근당도 염모제 브랜드 ‘아트벨 헤어칼라’로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염모제시장 왜 뜨나‘무슨 옷을 입을까?’ ‘화장을 어떻게 할까?’ 같은 젊은이들의 패션에 대한 고민 중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어떤 색으로 머리를 물들일까?’ 하는 ‘컬러링’이다. 신세대들 사이에선 ‘컬러링을 안하면 인기가 없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이 컬러링은 이미 신세대들의 중요한 문화코드로 자리잡은 것이다. 이같은 염색문화를 선도하는 건 뭐니뭐니 해도 역시 연예인들이다.◆ 인터넷에도 컬러링 커뮤니티 등장지난해 흥행한 영화 <주유소습격사건 designtimesp=20340>에 출연한 유지태는 이 영화 덕분에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신세대 남성들 사이에선 그를 흉내내 한때 ‘화이트 컬러링’이 유행하기도 했다.얼마전 서태지가 컴백했을 때는 빨강색 머리가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요즘은 인기그룹 ‘God’ 멤버의 노랑 머리, 탤런트 차태현의 갈색 머리까지 다양한 색상의 컬러링이 유행하고 있다. 최근 인기연예인들은 예전과는 달리 자신의 캐릭터를 머리색으로 만들어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들 ‘스타’의 팬들이 우선 ‘따라하기’를 시작하기 마련이다.인터넷이나 컴퓨터통신을 통한 컬러링 커뮤니티도 속속 생기고 있다. ‘염사모(염색을 사랑하는 모임)’란 동호회를 운영하는 대학 2학년생 최준호(23)씨는 “동호회 회원이 벌써 40명을 넘었다”며 “어느 회사 제품이 좋은지, 혹은 어느 미용실이 요금이 저렴한지 등 다양한 정보를 주고받는다”고 말했다. 자가염모제를 사용해 효과적으로 염모하는 방법 등을 서로 알려주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친해지면 직접 만나 염색을 해주는 경우도 있다.염색 열풍이 불고 있는 이유가 반드시 연예인들 때문만은 아니다. 로레알코리아 곽은일 본부장은 “소득수준이 향상되면서 자기 표현에 대한 투자심리와 함께 염모제 제조업체, 미용실 등의 판촉 및 서비스 전략이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설명했다. 업체마다 독특한 이벤트와 CF를 내걸고 염색고객 확보에 나서는 것이나 미용실에서 컬러링이 파마 만큼이나 수입이 짭짤한 헤어 메뉴로 등장한 게 사실이다.이와 함께 고객들의 요구가 갈수록 다양해지는 것도 염모제 시장을 팽창시키는 요인이 된다. “2년전과 비교해 색상수만도 4배 이상 늘었다”며 “패션과 함께 모발손상 등을 감소시킬 수 있는 제품을 찾는 고객들을 만족시키려면 다양한 제품이 계속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게 소망화장품 마케팅부 조광섭 차장의 얘기다.어쨌든 미용전문가들은 헤어컬러링이 단순한 유행이 아닌 하나의 ‘생활필수’로 정착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결국 멀지않아 염모제가 생필품으로 자리잡는다는 얘기다.★ 인터뷰 / 김수연 (주)태평양 BM6팀 과장“색상보다 품질로 경쟁해야 성공”“2년전만 해도 국내 염색시장은 새치머리를 염색하는 정도로 작았지만 지금은 규모면에서 3배 이상 급속히 성장했다”며 “이같은 염모제 시장의 팽창은 앞으로 계속될 것”이란게 태평양 BM6팀의 김수연 과장의 설명이다.규모뿐만 아니라 소비행태도 변하고 있다는게 김과장의 얘기다. “약국보다는 화장품 전문점의 이용률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고 백화점보다는 대형할인마트로 점점 소비자가 이동하고 있다” 는게 김과장의 말이다. 김과장은 앞으로 더많은 업체들이 앞다투어 염색시장에 뛰어 들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염모제 수요가 늘면서 모발 보호용 트리트먼트시장도 함께 커지고 있다”며 “이는 소비자들의 요구가 컬러와 함께 안전성까지 확대된 것” 이란 게 김과장의 지적이다. 이와 함게 “연구개발을 통한 국제경쟁력을 확보하는 것도 시급한 문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