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IT산업 냉각도 대세상승 걸림돌 … 연말까지 박스권 혼조세 보일듯

지난해초부터 유가가 가파르게 상승했다. 99년1월 약 12달러에 불과하던 유가가 22개월이 지난 지금 30달러를 넘어설 정도로 강한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이번 유가상승은 상승폭 면에서도 매우 큰 편이다. 상승기간 측면에서 차이가 있으나, 유가상승률이 1차 오일쇼크 2백13%, 2차 오일쇼크 1백67%와 비슷한 수준인 1백80%에 이르고 있다.유가상승은 70년대 이후 세계 경기를 하강시키는 요인중의 하나였다. 유가상승과 G7국가의 GDP성장률 평균을 나타낸 그림을 보면 유가가 가파르게 상승한 기간마다 선진국의 GDP성장률이 큰 폭으로 하락했던 것을 알 수 있다. 1, 2차 오일쇼크 당시에는 성장률이 음수로 전환될 정도로 실물경기에 큰 충격을 주었고, 걸프전으로 인한 유가폭등시에도 경기가 급락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95년이후 유가와 경기와의 상반된 관계는 약화되고 있다. 이는 각국의 GDP규모대비 유류소비액 비중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즉, 유가상승이 생산과 소비를 위축시키는 정도가 과거에 비해 감소했다는 의미이다. 이는 미국이 주장하는 ‘IT산업을 바탕으로한 신경제’의 일면을 보여주는 실례이다. OECD도 이번 유가상승에도 불구하고 내년도 G7국가의 평균 GDP증가율을 3% 내외로 예측하고 있는데, 유가상승이 큰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았던 올해초전망과 유사한 수준이다.그러나 최근의 유가상승폭은 유가상승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증가하던 미국의 민간부문 소비를 감소세로 전환시키기에 충분한 정도라고 판단된다. 이런 우려감을 반영하여 9월이후 미국증시는 유가등락에 큰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특히 올해 구경제 기업이 중심이 되는 다우존스지수가 유가와 뚜렷한 역관계를 나타내고 있는데, 이는 유가상승기에 구경제기업의 자기자본이익률이 하락하기 때문이다.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의 소비감소는 한국 수출시장에 큰 악재로 작용해 왔다. 선진국에 주로 내구성 소비재를 수출하는 한국으로서는 주 소비처인 선진국의 소비감소가 수출증가율의 하락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기간에 한국 증시는 대체적으로 하락세를 보여왔다. 특히 수출단가지수가 낮아지고 있는 현 상황에서 수입 원재료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유가의 상승은 매우 치명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시장을 억누르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미국과 한국에서 최근 4년간 경기를 주도해 온 산업은 IT산업이다. 양국의 전기전자부문 산업생산증가율이 전산업생산증가율보다 96년이후 항상 높게 나타난 점에서 이를 알 수 있다. IT산업은 유가상승과는 무관한 듯 타산업 대비 지속적인 호황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최근 미국에서 IT관련 상품의 신규주문 증가율이 급감했다. 이는 경기하강 속도가 유가상승으로 인해 가속화되고 이에 따라 고가소비재인 IT상품의 소비감소가 현실로 나타난 것이라는 우려감을 갖게 했다. 이는 바로 미국 증시에서 반도체와 컴퓨터 등 IT기업의 주가폭락으로 이어졌다.한국 IT산업은 미국의 IT 불황에 가장 큰 타격을 입는 나라이기 때문에 더 큰 주가하락이 발생할 위험성을 갖고 있다. 실제로 96년에 미국의 IT경기가 급속도로 냉각되었을 때 삼성전자를 비롯한 반도체 기업의 주가가 폭락했고 이는 당시 종합주가지수를 50% 이상 하락시켰다. 물론 당시에도 유가는 상승세였고 미국 IT경기를 하락시키는 요인중의 하나였다. 따라서 유가가 하향안정세로 반전되지 않는 이상 종합주가지수의 대세 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결론이다. 계절적으로 유류소비가 많은 동절기를 앞둔 상황이기 때문에 유가는 단기간에 하락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연말까지 주식시장이 박스권에서 혼조세를 나타낼 가능성을 높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