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잘 나갔던 교리츠 대학 스모부. 하지만 지금은 3부 리그에서도 꼴찌인데다 부원도 없어 이번 단체전에 나가지 못하면 팀이 해체될 위기에 처했다. 대학 졸업반인 슈헤이는 학점을 준다는 교수의 말에 스모부에 들어간다.슈헤이의 동생 약골 하루오, 뚱보 하다나카, 스모부를 지키기 위해 4년 동안 계속 유급을 하고 있는 아오키 등 오합지졸 네 사람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스모부원이 돼 단체전에 출전한다. 하지만 결과는 당연히 참패다. 선배들에게 인간적 수모를 당한 슈헤이는 우승해보이겠다고 큰소리를 친다.초등학교 선수에게조차 맥없이 내던져지던 이들은 천신만고 끝에 3부 리그전에서 우승을 거머쥔다.이 영화의 감독은 수오 마사유키. 96년 일본을 뒤흔들고 이듬해 미국에 진출해 역대 미국에서 개봉한 일본영화 중 최고의 흥행 성적을 기록했으며, 국내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었던 영화 <쉘 위 댄스 designtimesp=20263>의 바로 그 사람이다. 관객을 행복하게 하는 영화를 만드는 수오의 작품답게 <으랏차차 스모부 designtimesp=20264>도 잔잔한 미소와 알싸한 감동을 준다.여기에는 NHK 위성TV에서 볼 수 있는 스모는 없다. 와카노 하나처럼 덩치가 태산같은 선수도, 심판이 도효(경기장) 앞에서 치르는 종교적인 의례도 찾아 볼 수 없다. 실제 스모경기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여성 스모선수도 나오고, 선수들이 입는 마와시(샅바)도 분홍, 초록, 검정색 등 알록달록 색깔도 갖가지다. 게다가 스포츠 영화에 으레 있기 마련인 불굴의 인간승리 드라마도, 피나는 연습의 다큐멘터리도 없으며 짜릿한 승리의 감동도 없다.제대로 된 스모를 보여주는 것이 수오 감독의 목적은 아닌 것 같다. 대신 그는 열정에 대해 얘기한다. <쉘 위 댄스 designtimesp=20269>가 한 중년 사내가 잃어버린 열정을 되찾아 가는 과정을 그렸다면, <으랏차차 스모부 designtimesp=20270>는 열정을 바치고 싶지만 그 대상을 찾지 못한 젊은이들이 이를 찾아가는 과정을 담아냈다. 누구에게도 주목받아 본 적 없는 뚱보 하다나카가 ‘스모를 하면서 행복해졌다’고 말하는 장면에서처럼 그들은 스모를 통해 자신 안에 있는지조차 몰랐던 열정을 발견한다.원제는 <시코, 밟아버렸다 designtimesp=20273>. 우연히 시작한 스모에서 주인공들은 ‘소가 뒷걸음 치듯’ 인생을 배운 것이다. 수오는 댄스 교습소나 스모판 같은 비일상적인 장소에서 시시콜콜한 갈등, 눈물과 웃음 등 일상의 이야기를 발견하는데 특별한 재능을 보여준다.<으랏차차 스모부 designtimesp=20276>는 명랑만화같은 단순한 캐릭터와 뻔한 스토리에도 불구하고 발랄한 감독의 연출력 덕분에 생기를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