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단양에서 경북 영주로 가자면 죽령 고개를 넘어야 한다. 경북 내륙 지방으로 가을 여행을 떠날 경우 죽령에서는 아직도 터널을 뚫는 공사가 한창이라 이화령 고개를 넘는 것보다 시간이 조금 더 걸리긴 하지만 죽령 고개를 넘는 맛을 생각한다면 즐겁게 떠날 일이다. 고갯길 양편으로 펼쳐지는 단풍지대를 유감없이 감상할 수 있으니 말이다.마침내 해발 6백97m의 죽령을 넘어 또 한차례 구절양장을 4.7km 가량 내려가면 희방사 입구가 나온다. 많은 사람들이 ‘영주’ 하면 부석사와 소수서원만 우선 떠올리고 그쪽으로 발걸음을 옮길 때에도 희방사는 시기하는 법 없이 그 자리를 조용히 지켜오고 있다. 바로 그 희방사가 가을이면 화려하게 옷을 갈아입고 혼자만의 단풍잔치를 펼친다.소백산 희방사라 했다. 매표소를 지나고 음식점 몇개가 들어선 시설지구를 지나면 우선 희방폭포가 반긴다. 폭포의 높이는 28m. 여름철마냥 물줄기가 시원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폭포라는 이름에 걸맞게 물줄기를 쏟아낸다. 단풍잎이 파르르 떨리도록 폭포는 물바람을 일으킨다. 단풍과 폭포의 조화. 희방사 답사의 매력이 바로 이런 점에 숨어 있다.폭포를 감상하고 희방사 경내로 오르면 몇개의 전각들이 가을 햇살을 받아 조용히 빛나고 있다. 해발 8백50m 고지대에 들어선 희방사는 신라 선덕여왕 12년(643)에 두운대사가 세웠다고 전해진다. 희방사 동종은 경북 유형문화재 제226호로 지정된 유물. 이 동종은 원래 조선 영조 18년(1742)에 주조된 충북 단양 대흥사 종이라고 한다.희방사 주변은 자연림이 울창해서 단풍 또한 각양각색의 빛깔을 뽐낸다. 10월말이 절정이며 11월초를 넘겨도 낙엽이 그 자리를 대신하므로 강한 인상을 심어준다. 희방사 경내를 두루두루 답사하고 나오는 길은 처음 올라왔던 폭포 길 대신 스님들이 자동차로 다니는 옆길을 택해본다. 거리는 좀더 멀지만 관광객이 거의 다니지 않는 그 길 역시 양편으로 단풍 풍경이 멋지다. 중간쯤 고갯마루에 이르러 문득 왼쪽으로 바라보면 단풍의 바다에 무인도처럼 고요히 떠있는 희방사 전경이 눈에 들어온다.희방사 답사 뒤에 소백산을 등산하거나 부석사, 소수서원까지 연계해 다닌다면 훌륭한 가을 여로이다. 소수서원의 전신은 백운동서원. 후에 퇴계 이황선생이 풍기군수로 부임하면서 명종 5년인 1550년에 소수서원이라는 현판을 하사받아 지금까지 이르고 있다. 소수서원은 대원군의 서원 철폐 때 살아남은 47개소에 들었고 사적 제55호이다. 부석사는 신라 문무왕 16년(676)에 의상대사가 왕명으로 창건한 사찰이다. 무량수전 앞마당에 서서 황혼 무렵 단풍과 함께 붉게 물들어가는 소백산 줄기를 바라보는 맛은 부석사만이 안겨주는 훈향이다. 현존하는 당우로는 국보 제18호인 무량수전과 제19호인 조사당을 비롯, 조선 후기의 건물인 범종루, 원각전, 안양루, 선묘각, 응진전 등이 있다.◆ 여행메모 : 충북 단양이나 영주, 풍기 등에서 희방사행 버스가 수시로 다닌다. 풍기의 서부냉면집(054-636-2457)은 유명한 평양냉면전문집이다. 영주소백산관광호텔(0572-634-3300)은 1백70m 지하 암반에서 솟구치는 질 좋은 물을 쓰고 있다.이번주부터 여행작가 유연태씨의 <가볼만한 국내 여행지 designtimesp=20294>를 격주로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