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지균 감독이 돌아왔다. 불혹을 넘긴 나이에 스무 살 젊은이의 이야기를 들고.<청춘 designtimesp=20282>은 곽 감독이 97년 <깊은 슬픔 designtimesp=20283> 이후 3년만에 선뵈는 작품이다. 그는 <겨울 나그네 designtimesp=20284>} <그 후로도 오랫동안 designtimesp=20285> <젊은 날의 초상 designtimesp=20286> 등에서 멜로 드라마를 빚어내는데 탁월한 재능을 보였고 <청춘 designtimesp=20287> 역시 그간의 영화 궤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내신성적 때문에 경남 하동으로 전학 온 자효(김래원)와 세심한 성격의 짝 수인(김정현)은 대학 입시를 앞둔 고 3 학생이다. 자신을 유혹하던 같은 반 하라(윤지혜)와 엉겁결에 첫경험을 한 자효는 당혹감을 느껴 하라를 피하고, 그의 냉담함에 상처 입은 하라는 자살을 한다. 한편 수인은 새로 부임한 국어 교사 정혜(진희경)에게 첫눈에 반해 사랑에 빠지지만 교사와 학생이라는 신분이 버겁기만 하다.하라의 자살로 인한 충격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한 자효는 대학생이 된 뒤 섹스에만 몰두하다 자효의 정신적 상처를 치유해주는 참사랑 남옥(배두나)을 만나고, 정혜에 대한 애틋한 감정을 지우지 못하던 수인은 결국 자살로써 시작하지도 못한 사랑의 끝을 맺는다.<청춘 designtimesp=20294>은 어떤 점에서 쥴 베르너의 소설과 비슷하다. <해저 이만리 designtimesp=20295> <달 세계로의 여행 designtimesp=20296> 등 19세기에 나온 그의 SF소설은 지금 현실과 딱 들어맞아 공감을 자아내는 한편, 동떨어진 상상력으로 거부감을 느끼게 하는 부분이 있다. 마찬가지로 <청춘 designtimesp=20297>은 20대 초입의 젊은이들이 겪을 법한 방황을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는 공감을 자아낸다. 그러나 그 방황을 사랑과 섹스라는 단일한 코드로 풀어나가는 화술은 시대의 결을 너무 얄팍하게 이해하고 있는 것이 아닐지.<청춘 designtimesp=20300>에서 가장 빛나는 것은 공들여 찍은 것이 역력한 화면들이다. 매화꽃이 흐드러지게 흩날리는 시골길, 신록으로 가득찬 들판, 시원스레 떨어지는 폭포수, 눈송이가 꽃잎보다 더 아름답게 떨어지는 겨울 밤 등 자연의 아름다움을 탐미적으로 잡아낸 장면들이 영화 사이사이에서 반짝인다.<겨울 나그네 designtimesp=20303>에서의 은영(이혜영)의 캐릭터처럼 강한 여성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데 재능을 보였던 곽지균 감독의 솜씨는 <청춘 designtimesp=20304>에서 자효의 상처를 치유하는 남옥이나 능동적으로 자신이 남성을 선택하는 하라 같은 여성 캐릭터에서 여전히 녹슬지 않은 채 발휘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