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터 드러커 외 지음/한근태 옮김/한국경제신문/454쪽/2000년/1만5천원

좋은 리더를 가졌다는 것은 조직에 매우 큰 축복이다. 리더가 역할을 잘 수행해 내고 있을 때 그 사람의 중요성은 상대적으로 덜 부각될지도 모르지만, 일단 그가 일을 망치기 시작하면 모든 조직구성원들은 한 사람이 조직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그리고 사람들은 생각한다. 지금 리더가 아닌 이들은 ‘내가 리더가 되면 저렇게 하지 말고 이렇게 해야지’, 현재 리더의 위치에 있는 사람은 ‘내가 잘 하고 있는 것일까? 무엇이 문제일까? 좋은 리더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 라고. 그러나 ‘좋은’ 리더가 되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피터 드러커 재단의 분기별 경영 책자 <21세기 리더의 선택(원제:리더가 리더에게)>은 어쩌면 정답이 없고 영원한 고민거리일지도 모르는 리더십에 대한 분석을 시도하고 있다. 현재 리더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짧은 기고문이나 인터뷰 등 저널 형식으로 모았다.시대가 급격히 변하고 있으니 이에 대처하기 위한 전략과 전술도 달라지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리더가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은 여전히 변치 않았다고 말한다. 즉 지식 사회를 이끄는 리더의 당면 과제는 그들이 몸담고 있는 조직을 위한 비전과 성취동기를 유발하는 것이다. 드러커는 앞으로 기업은 비영리단체처럼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유니세프, 그린피스 같은데서 일하는 사람은 돈 때문이 아니라 사명감 때문에 일을 한다. 리더가 할 일은, 그들이 가진 사명을 찾아내고 그것과 회사 사명을 연결시키고 불을 붙이라는 것이다.또 조직 구성원과 리더의 관계는 명령을 주고 받는 것이 아니라 동반자의 관계가 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는 드러커의 주장일 뿐 아니라 이 책에 참여한 30여명의 오피니언 리더(또는 조직의 실제 리더)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사항이기도 하다.리더십에 대해 얘기할 때마다 제기되는 보편적인 의문에 대해서도 이 책은 말하고 있다. 리더십이란 길러질 수 있는 것인가? 배울 수 있는 것인가? 타고나는 것이 아닌가? 필자 중 한 사람인 제임스 쿠지스는 선천적인 요인에 교육 및 노력에 의한 습득이 더해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거의 모든 세미나에서 리더십은 배울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받지만 경영기법은 익힐 수 있는 것인가 하는 질문은 받은 적이 없다. 왜 배울 수 없다고 생각하는가? 그렇지만 경영 책자와 리더십 책자를 가득 채우고 있는 모든 기술적 지식과 도구는 당신이 어떤 사람인가라는 문제를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하라.’이 책에는 리더십에 대한 훌륭한 명제들이 많이 제시되어 있다. 하지만 결국 관건인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에 대한 직접적인 해답은 스스로 찾을 수밖에 없다. 곳곳에서 좋은 강의가 진행되고 있는 세미나장을 둘러보듯, 필자로 참여한 저명인들의 아이디어를 가볍게 엿보는 마음으로 읽어도 좋을 만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