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득이 보장된 편안한 일터를 불확실한 미래와 바꾼 사람’.일본의 대표적 인터넷 경매 사이트 ‘비더스’를 운영하는 DeNA(www.dena.ne..jp)의 남바 토모코(南場 智子) 사장(38)은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다.세계적 컨설팅 전문업체 맥킨지의 일본법인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한 그는 맥킨지를 그만둔 후 미국에 건너가 하버드대에서 MBA를 따냈다. 그리고 다시 맥킨지에 몸 담아 34살에 파트너(공동경영자)의 자리에 오를 만큼 뛰어난 역량을 인정받았다. 누구나 다 부러워할 만큼 학업과 사회 생활에서 초고속 출세가도를 달린 셈이었다.“빈털터리의 심정을 처음으로 경험했습니다. 갖고 있던 돈을 창업 자금으로 다 털어 넣었는데도 들어오는 수입은 맥킨지에서 받던 것의 10분의 1도 안 되더라구요.”남바 사장은 지난해 3월 DeNA를 차린 후 처음에 다른 동료에게 경영을 맡겼다가 4개월이 지나 사장을 맡으며 합류했다.◆ 인터넷 경매사이트 ‘비더스’ 회원수 30만명 육박그런데 회사를 차린 배경이 특이했다. 그는 맥킨지에서 일할 때 정보통신, 하이테크 부문의 컨설팅 업무를 많이 다뤘다. 지난해 1월 그는 거래선인 소니 커뮤니케이션 네트웍(SCN)에 SCN이 운영하는 소넷(so-net)에 경매사이트를 개설하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던졌다. 그러나 SCN으로부터는 “당신이 회사를 하나 차려 운영하면 어떻겠느냐? 소니도 자금을 대주겠다”는 예상치 못한 답이 돌아왔다. 이 일이 남바 사장이 인터넷 벤처 세계에 몸담게 된 가장 큰 계기가 됐다. 그는 자신의 사업에 도전해 보고 싶은 오기가 발동했고 그 때부터 창업준비를 서둘렀다.DeNA에는 현재 SCN 외에도 리쿠르트, 스미토모, 미쓰비시상사 등 일본의 초일류 대기업들이 업무, 자본 등에서 직·간접으로 참여하고 있어 든든한 안정 경영체제가 구축된 상태다. 하지만 남바 사장의 지난 1년 반은 24시간 일 속에 파묻혀 살면서 일본 사회의 기존제도와 관념과 싸우는 전투의 연속이었다.“주류취급 면허가 없다는 이유로 와인을 경매에 내놓지 말라는 겁니다. 고객들에게 사은품을 주려해도 곳곳에 규제가 잔뜩 버티고 있고요.” 그는 “드릴로 벽에 구멍을 뚫고 나면 다음날 또 다른 벽이 생기는 것 같은 생활을 반복했다”고 지나온 과정을 회고하고 있다.남바 사장은 최근에도 새벽 1시가 돼야 사무실 문을 나선다. 얼마 전까지는 침대를 갖다 놓고 회사에서 새우잠을 청하는 일이 비일비재했었다. 오로지 일에 대한 열정 때문이었다.지난해 11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비더스의 회원수는 9월 말 현재 28만명을 넘어섰다. DeNA에 대한 외부 평가가 급상승하면서 제휴관계를 맺은 파트너들도 크게 늘어 라이코스, 인포시크, 마이크로소프트 등 거대 인터넷 기업들이 동반자 대열에 참가해 있다.남바 사장은 한국 사정에도 꽤 밝은 편이다. 맥킨지의 파트너 한국 정보통신업체들의 업무 컨설팅을 위해 서울을 찾은 경험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외를 겨냥한 그의 꿈은 원대하다. 해외 무대로 진출할 경우 서울뿐 아니라 아시아 전체를 타깃으로 삼고 싶다고 밝힐 만큼 넓은 시야를 갖고 있다.취미는 스쿠버 다이빙. 맥킨지 시절에 맛들이기 시작해 매년 오키나와 주변의 바다 밑을 탐험했지만 올해는 사장 자리가 주는 중압감과 스트레스 때문에 도쿄에서만 긴 여름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