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반등 여지 있지만 부실기업 솎아낼 때까지 보수적 투자 견지

증권회사의 객장에 투자자들의 한숨소리만 가득차 있다. 정부의 구조조정 의지와 양호한 실물경제 지표에 의지한 주가반등기대는 배신감과 한탄으로 바뀌어진지 오래이다. 거래소 및 코스닥시장의 시가총액은 99년말 456조원에서 10월 중순 현재 2백48조원으로 줄어들어 208조원의 돈이 사라졌다. 99년말 1,028포인트이던 종합주가지수는 10월19일 현재 515포인트를 기록하여 반토막난지 오래이다.그러면 무엇이 주가를 이렇게 하락시켰는가?과거에는 물가와 금리가 급등하고 경상수지 적자가 확대되는 등 실물경제가 불안해지면서 주가가 하락했다. 그러나 물가는 국제유가의 앙등에도 불구하고 연간 2.5% 수준에서 안정되고 있고, 시장금리도 한자릿수에 머물고 있다. 경상수지는 작년에 비해 흑자규모가 절반으로 축소되기는 했으나 연간 1백억달러 수준의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돼 실물경제 지표의 악화가 주가하락의 원인이라 보기는 어렵다.주식시장 침체의 원인은 외환위기 이후 정부가 주도한 1단계 구조조정이 실패로 끝났고 10월 들어 다시 추진하고 있는 2단계 구조조정도 성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데 있다. 정부가 외환위기 이후 총 1백59조원 규모의 공적자금을 투입해 금융기관의 구조조정을 추진했다. 그러나 부실기업들은 부채규모를 축소하지 않고, 98년에는 채권발행, 99년에는 주식발행이라는 수단을 통해 여전히 생존함에 따라 기업구조조정이 이루어지지 못한 것이다.여기에 대우사태를 겪은 투자자들은 현대유동성 위기문제가 발생하자 서둘러 제2금융권에서 은행예금으로 자금을 이동시켰으며, 이는 금년말과 내년에 걸쳐 대규모로 만기가 돌아오는 부실기업의 회사채 차환발행을 어렵게 하여 부실기업의 추가도산과 금융기관의 부실채권 재발이라는 금융불안의 원인이 되고 있다.◆ 부실기업 퇴출 등 구조조정 속도 주시해야부실기업이 시장에서 퇴출되지 않는 한 2000년 중 주식시장의 발목을 잡은 금융불안의 문제는 높은 리스크 프리미엄을 통해 주가결정요인인 할인율을 상승시켜 내년에도 주식시장의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주식시장은 이처럼 금융불안이라는 내환에다 9월 들어서는 세계경기 침체라는 외우마저 가세해 사면초가에 둘러싸여 있다. 국제유가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고 국제반도체 가격이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외환위기 이후 세계경기의 회복으로 수출호황이 확대되어 가능했던 한국경기의 상승추세가 내년에는 침체국면으로 급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미 주식시장의 하락 및 세계경기의 침체는 한국이 대응할 수 없는 외생변수라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으며, 자칫 한국경제의 장기불황 가능성마저 증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부실기업의 퇴출 및 대외여건의 악화가 개선되지 않는 한 주식시장이 추세를 반전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다. 정부가 증시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고, 주가도 단기간에 급락했다는 점에서 단기적으로 주가가 반등할 여지는 충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10월말로 예정된 정부의 부실기업 퇴출 결과를 지켜볼 때까지는 적극적인 주식매수보다는 보수적인 투자자세를 견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