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3사 판도에 한국P&G가세... 톱스타 내세운 광고시장도 '열전'

올 가을 세제시장이 관심거리가 되는 것은 일대 세대교체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세제시장의 양대 축인 주방세제, 세탁세제 모두 기존 제품과 성분·개념이 다른 신상품들로 교체되고 있다. 게다가 토종업체들이 ‘사이좋게’ 나눠 가지던 시장에 ‘강적’ 한국P&G가 합세하면서 분할구도에 변화가 이는 중이다. 과연 주부들이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각 업체들의 촉각이 예민해진 상태다.◆ 주방세제시장1천억원 주방세제시장의 공통 화두는 ‘고농축’. 기존 사용량의 절반 혹은 4분의 1만 써도 잘 닦인다는 고농축 세제가 새로운 고급 주방세제시장을 형성하고 있다.그렇다고 고농축 세제가 올해 처음 등장한 신개발품인 것은 아니다. ‘원조’는 지난 96년 출시된 제일제당의 ‘콤팩트 2분의 1’. 95년 P&G가 일본에서 고농축 세제를 출시하면서 1년만에 점유율 15%를 차지하는 것을 보고 제일제당이 발빠르게 벤치마킹했었다. 그러나 ‘트리오’(애경) ‘퐁퐁’(LG)으로 대변되는 ‘전통’의 주방세제시장 벽이 두터웠고 상대적으로 시기상조였던 탓에 별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본격적인 경쟁은 지난 3월 LG생활건강이 ‘자연퐁 싹’이라는 농축세제를 내놓으면서 시작됐다. LG는 기존 ‘자연퐁’의 세정력을 강화해 같은 용량으로 2~3배의 식기를 씻을 수 있다는 점을 전면에 내세웠다.얼마 후 LG생활건강에 태클을 건 곳은 한국P&G. 일본의 ‘고농축 신화’를 한국에서 되살려보겠다는 투지로 지난 8월 ‘조이’를 출시했다. 화학 세정성분 MG(세척성분인 계면활성제를 서로 결합시켜주는 물질)가 함유된 ‘조이’는 개그맨 이경규가 일반 가정을 방문, 주부들로 하여금 직접 세정력을 확인하게 한다는 테스티모니얼(Testimonials) 광고기법으로 화제가 되고 있다.뒤이어 9월에는 애경산업이 비슷한 개념의 ‘한방울’을 내놓았고 제일제당은 이번 달부터 ‘콤팩트 2분의 1’을 리뉴얼한 ‘콤팩트 4분의 1’을 출시하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고농축 4파전이 시작된 것이다.고농축 세제는 프라이팬, 플라스틱통 등 기름때가 잘 지워지지 않는 용기까지 적은 양으로 말끔하게 닦는다는 게 핵심이다. ‘트리오’ ‘퐁퐁’이 1세대, ‘순샘’(애경) ‘자연퐁’(LG) ‘참그린’(제일제당) 등 손 보호 개념의 주방세제가 2세대라면 고농축 세제는 올 가을부터 태동한 3세대 세제인 셈이다. 일본과 유럽은 이미 수년 전부터 고농축 세제가 70% 이상의 시장을 점유하고 있다.국내 고농축 주방세제는 기존 제품에 비해 가격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3백g짜리 ‘조이’가 2천원 선이니 1㎏에 1천2백70원 하는 ‘트리오’에 비해 월등하게 높은 것. 그러나 업계에서는 같은 양으로 닦을 수 있는 그릇의 수를 비교하면 오히려 ‘경제적’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게다가 적은 양을 쓰게 돼 환경친화적이고 용기가 작아져 주방공간 활용이 쉽다는 장점도 내세운다.그러나 일각에서는 작은 시장을 두고 과당경쟁이 일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주방세제시장은 성장속도가 상당히 느리고 규모도 작은 편이기 때문. 또 40대 이상 중년주부들 중 상당수가 습관적으로 ‘트리오’나 ‘퐁퐁’같은 1세대 세제를 사용하고 있고 ‘적게 쓴다’는 환경친화적 개념이 아직 정착되지 않았다는 점도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인이다. 실제로 리서치기관 AC닐슨이 조사한 ‘8~9월 주방세제 시장점유율 현황’에 따르면 시장의 48%를 1세대 세제가 장악하고 있고 손보호 개념의 2세대 세제는 37%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반면 신제품 ‘조이’는 1.2%의 점유율을 기록, 일본에서와 같은 선풍적 인기에는 못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하지만 업계에서는 20~30대 젊은 주부들을 중심으로 농축세제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애경산업 마케팅부 정창환 부장은 “주부모니터를 동원, 시장조사를 해 보면 손보호 기능이 첨가된 2세대 세제를 써오던 수요층에게 농축세제가 크게 어필한다는 결과가 나온다. 단위당 가격은 높지만 결과적으로 이득이라는 점에 대해서도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P&G도 “전국 상점에 진열되는 시간을 2개월 상당으로 잡고 있어 초기 점유율 조사는 무의미하다. 자체 조사에서는 64%의 높은 인지도 결과가 나와 앞으로 시장성은 낙관한다”고 밝혔다. 또 나날이 서구화되는 식단으로 기름기 세정력이 우수한 세제를 찾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체들의 일관된 전망이다.◆ 세탁세제시장‘빨래, 이젠 삶지 마세요’.분말 세탁세제시장에선 요즘 ‘삶은효과’가 주인공이다. 팔팔 삶아 빠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내는 세탁세제가 나와 10년 동안 조용하던 시장에 세대교체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것. 지난 1월 LG생활건강이 ‘한스푼테크’를 내놓은데 이어 9월부터 애경산업이 ‘퍼펙트하나로’를 출시, 맹렬한 시장다툼을 벌이고 있다.삶은효과 세제는 60년대의 합성세제, 80년대의 효소세제, 90년대 농축세제에 이은 제4세대 세제 유형. ‘누가 더 적게 쓰고도 더 강력한 세척력을 갖느냐’라는 명제에서 나아가 ‘세척, 살균, 표백효과가 얼마나 완벽한가’가 초점이 되고 있다.삶은효과 세제는 세척성분에 산소계 표백제가 첨가돼 별도의 살균표백제를 사용하지 않고도 한번에 세탁을 마칠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삶아 빠는 번거로운 과정을 줄임으로써 시간과 노동력을 단축시키는 효과도 있다. 스피드시대의 특성을 반영한 일종의 ‘단축키’ 역할을 하는 셈.주부들의 일손을 던다는 점이 부각돼 삶은효과 세제의 반응은 좋은 편이다. LG생활건강의 ‘한스푼테크’는 출시후 8개월만에 시장 점유율 8.2%를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출시 초기 서울 강남지역 할인점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더니 탤런트 이영애의 이른바 ‘장마철 광고’로 여름철 판매율이 급격히 상승했다. 이는 ‘세탁세제 초유의 기록’이라는 게 LG생활건강측의 설명이다.이제 갓 출시 1개월이 지난 애경 ‘퍼펙트하나로’도 초기 판매성과가 좋아 담당부서에선 자축하는 분위기. 업계에서는 2천8백억원에 달하는 세탁세제시장이 삶은효과 세제의 등장으로 올해만 8% 이상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삶은효과 세제도 고농축 주방세제시장과 마찬가지로 기존 농축세제 보다 가격대가 높다. 하지만 업체들은 ‘단위당 가격은 높지만 실제로는 이득’이라는 같은 논리를 펴고 있다. LG생활건강의 오강국 대리는 “세척, 살균, 표백 과정을 한번에 해결해 산소계 표백제를 별도로 사용할 때보다 12% 이상 경제적인 효과가 난다”고 밝혔다. 애경 세탁세제팀 장우영 팀장도 “빨랫감을 삶지 않아도 된다는 정신적인 만족감에 별도의 보조세제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절약성까지 합하면 경제적인 효과가 상당하다”고 말했다.한편 ‘비트’를 대표상품으로 내세우고 있는 제일제당은 당분간 삶은효과 세제의 출시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10월말쯤 전혀 새로운 개념의 고급 세제 ‘비트 퀵 파우더팩’을 출시할 계획이다. 물에 녹는 비닐팩에 분말세제가 들어가 있는 이 상품은 정량으로 포장돼 세제 과용을 막고 기존 세제보다 40% 이상 강한 세척력을 가진 것이 특징. 제일제당측은 ‘맞벌이부부, 독신자 등 생활의 편리함을 추구하는 수요층에게 인기를 끌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주방세제 시장에 뛰어든 한국P&G는 아직 세탁세제 상품 출시 계획이 없는 상태다.★ 마케팅 전쟁도 후끈1% 시장점유율에 ‘울고 웃고’세제업체 마케팅부 직원들은 때로 영업사원이 되고 때로는 ‘적진’의 판촉 활동장에 침투하는 스파이가 되기도 한다. 연일 이어지는 브레인스토밍(Brain-storming·아이디어 창출 회의)에 긴장을 늦출 수도 없다. ‘하루 놀면 한달 매출이 뒤진다’는 말에서 치열한 마케팅 전쟁을 감지할 수 있다.지난 10월3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는 한국P&G가 주최하는 ‘알뜰가족 조이 페스티발’이 열렸다. 엘 라즈와니 대표, 하츠노리 기리야마 영업본부장 등 한국P&G의 외국인 임원들이 가족과 함께 총출동한 이 행사는 접시닦기를 중심으로 한 ‘조이’ 판촉 이벤트였다. 한국P&G는 이 행사에서 50ml 샘플팩으로 총 1천53개의 접시를 닦아 세계기네스기록을 수립하는 ‘쾌거’를 올리고 언론의 관심을 끄는 ‘본연의 목적’을 달성했다.공격적 마케팅으로 유명한 P&G의 공세를 토종 업체들이 경계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애경산업은 조이 페스티발 이후 ‘한방울’의 판촉 아이디어를 짜내느라 바쁘다. “경쟁사 마케팅부서에 한번 들어가 보는 것이 소원”이라는 직원도 있다. 이들은 경쟁업체가 어떤 판촉 아이디어를 마련하고 있는지, 어떤 신상품 개발을 검토하고 있는지를 세상에서 제일 궁금해한다.TV광고는 마케팅 전쟁의 최일선. 시장 선점경쟁이 얼마나 치열한지 보여주듯 업체들은 저마다 톱모델을 아낌없이 기용해 광고전을 벌이고 있다. LG생활건강이 탤런트 이영애를 ‘한스푼테크’ 모델로 등장시킨 한편 애경은 탤런트 박상원과 김원희를 내세워 ‘퍼펙트하나로’ 광고를 퍼붓고 있다. 주방세제시장은 더 치열하다. 한국P&G가 개그맨 이경규를 메인 모델로 기용, 일반 가정을 직접 찾아가는 광고기법을 선보이고 있는데 반해 애경은 개그맨 남희석을 내세워 ‘한방울’의 특성을 설명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자연퐁 싹’을 출시하면서 이미 개그맨 이홍렬과 탤런트 김희애를 모델로 쓴 적이 있다.“2개월에 한번씩 시장점유율 조사 결과가 나오는 날엔 모두들 긴장한다. 1% 증감에 울고 웃는 것이 마케팅 담당자의 팔자”라는게 LG생활건강 홍보실 오강국 대리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