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산업 “레디 액션!”

영화판이 ‘확’ 바뀌고 있다. 우리 영화에 관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으면서 흥행에서도 서울관객 1백만명을 넘는 ‘대박’을 터뜨리는 블록버스터가 이어지고 있다.흥행 성공은 영화가 돈을 벌 수 있는 사업이라는 인식을 넓혔으며, 다시 충무로로 자본이 몰리는데 방아쇠역할을 했다.지난 80년대 외화수입자유화와 비디오확산이란 ‘영상세례‘를 받은 인재들도 의욕적으로 영화에 뛰어들고 있다. 영화판에 새로 수혈된 이들은 주먹구구식의 영화사업에서 탈피, 흥행을 염두에 둔 치밀한 기획과 마케팅을 가장 중시하면서 충무로의 분위기를 바꾸고 있다. 게다가 멀티플렉스를 중심으로 한 영화스크린의 증가와 개봉영화수의 증가도 영화수요층을 두텁게 만들면서 배급망의 다변화에도 한몫을 하고 있다.이러한 현상들에 대해 영화전문가들은 “한국영화가 산업화단계에 진입했다”며 반기는 분위기다.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의 김혜준 정책연구실장은 “영화시장으로의 자본유입창구 다양화와 규모의 대형화, 제작과 전국적인 배급을 담당하는 전문기업·대기업의 등장, 방송과 영화의 융합에 따른 영화콘텐츠에 대한 수요증가 등 영화산업화에 들어선 모습들이 뚜렷하다”고 말했다. 예전의 오락이나 문화상품으로 편중됐던 영화에 대한 인식에서 벗어나 비로소 영화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는 것이다.영화제작·배급업체인 미라신코리아의 안병주사장은 “예전에는 문화적인 접근이 주류였지만 요즘은 산업적으로 접근한다. 그런 점에서 한국영화의 산업화는 이미 진행되고 있으며 영화제작 현장에서도 충분히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블록버스터의 등장, 급작스런 영화산업화에 따른 코스트의 상승과 인력수급 상의 문제 등이 안사장이 영화산업화를 느끼는 실마리들이다.‘한국영화 산업화 진행’ 진단이처럼 영화전문가들이 한국영화의 산업화를 반기며 비중있게 거론하는 것은 영화산업이 갖는 영향력에 바탕을 두고 있다. 영진위 김실장은 영화산업화의 의미를 “극장에서 보는 영화가 전부가 아니다”라는 말로 설명했다. 영화가 다양한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상품이라는 것이다. 김태경 하나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이를 영화산업이 갖는 ‘가치사슬’로 설명하고 있다. 한편의 영화가 제작되면 수평적으로는 비디오 CD LD DVD TV CATV로, 수직적으로는 비디오 음반 게임 애니메이션 캐릭터 등으로 연결되는 가치사슬을 만든다는 것이다.‘원소스 멀티유즈(one source, multi use)’나 ‘배가게임의 법칙(snowball’s chance game)’도 이러한 영화의 부가가치창출을 설명하는 말들이다. 산 정상에서 눈덩이를 굴리면 내려가면서 눈덩이가 점차 커지듯 영화가 다른 쪽으로 꾸준하게 가치를 확대·재생산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눈덩이나 원소스는 물론 영화를 말한다.좁은 국내시장과 영화수출입의 격차도 영화산업화의 필요성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원인이다. 지난 8월에 나온 영진위의 ‘1999년 한국영화산업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영화관을 찾은 우리나라 사람은 모두 4천6백86만명으로 1인당 연간 영화관람 횟수는 약 1. 2편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한국영화를 본 사람은 모두 2천1백72만명으로 지난해 제작된 우리 영화가 모두 49편임을 감안하면 편당 관람객수는 54만명선.그러나 지난해 <쉬리 designtimesp=20348>가 전국적으로 5백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것을 감안하면 편당 관객수가 30만명을 넘는 영화는 그리 많지 않으며, 그나마 이도 턱없이 얇은 관객층이라는게 영화인들의 지적이다. 영화 수출입실적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한국영화가 외국에 많이 알려지면서 수출이 전례없는 호조를 보이며 75편 5백97만달러어치를 수출했다지만, 2백97편 2천6백66만여달러어치에 이르는 지난해 외화수입실적과 비교하면 상대가 안된다.영화산업화, 부가가치창출의 젖줄결국 영화산업화를 이뤄야 다양하고 우수한 영화제작과 그에 따른 국내외에서의 흥행성공이 가능하며, 그런 연후에 영화를 통한 문화수출도 가능해진다는 것이다.한편 영화산업화로 한국 영화가 거듭날 수 있다는 기대가 팽배한 가운데 다른 한편에서는 극복해야 할 과제도 만만찮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동국대 영화영상학과 민병록교수는 “아직 한국영화산업의 자생력은 약하다”며 “제작 배급 상영 등을 일괄 관리할 수 있는 할리우드식 메이저의 등장이 필요하며, 해외영화제에서의 수상 등이 있어야 한국영화가 업그레이드된다”고 주장했다.우수한 인력과 시나리오의 확보도 시급하다. CJ엔터테인먼트의 이강복대표는 “좋은 영화는 좋은 시나리오에서 시작될 정도로 시나리오가 중요하지만 아직 산업화를 받쳐줄 정도는 안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