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위험 고수익’ 매력, 부동산투자펀드 매진사례 … 분양률 고려한 투자안목 필요

최소 8.7%에서 최고 12.3%의 목표수익률을 제시하는 은행 부동산 투자 신탁이 인기를 끌고있다.상품을 내놓은지 3분이 채 지나지 않아 7백80억원어치나 팔렸다. 3백여명은 돈이 있어도 살 수가 없어서 아쉬워하며 발길을 돌렸다.은행 ‘부동산투자신탁’이 화제의 주인공이다. 7월 국민은행이 처음 선을 보인 이후 9월까지 하나, 조흥은행 등에서 판매한 부동산투자신탁 상품은 예외없이 모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미처 모르고 있다가’ 또는 ‘알고도 경쟁에서 밀려’사지 못했던 이들은 지금 투자기회를 엿보고 있다.부동산투자신탁이 이처럼 인기를 끈 것은 물론 높은 수익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비교적 안전성이 높다고 알려진데다 최소 8.7%에서 최고 12.3%의 연이율을 올리는 금융상품은 요즘 어디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굴릴 곳 없어 ‘돈이 골치’인 이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인 것이다. 은행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신탁계정의 돈이 계속 빠져나가는 상황에서 발매 몇분, 혹은 몇시간만에 매진되는부동산 신탁은 ‘기특한 자식’이나 다름없다. 부동산투자신탁은 일반 소액투자자들로부터 일정 규모의 자금을 모집해 아파트, 상가, 택지 등 부동산관련 자산에 투자한 뒤 투자원금 및 수익을 회수, 가입자에게 이를 돌려주는 신탁상품이다. 내년 중 도입 예정인 리츠와 유사한 형태다.리츠가 주식발행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 회사형태로 운용하는데 비해 부동산투자신탁은 실적배당 신탁상품이라는 점에서 다르다. 또 일반 은행신탁상품과는 자산운용 대상이 주식이나 채권이 아니라 부동산 또는 부동산관련 유가증권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 투자기간은 12∼18개월로, 한번 가입하면 어떤 경우에도 중도해지가 불가능하고 추가도 할 수 없는 폐쇄형·단위형 신탁이라 유동성은 떨어진다. 다만 신탁금액의 80% 이내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다.빅맨투신, 1인당 평균금액 1억4천만원선가입가능 금액은 은행마다 다르다. 지난 9월4일 국민은행이 판매한 빅맨부동산투자신탁 4호의 경우 1인당 5백만원 이상 18억원 이내, 하나은행의 부동산투자신탁 1호의 경우 5백만원에서 13억원까지 가입할 수 있었다. 은행들은 상품 판매후 대부분의 고객이 1억 5천만원 이상 투자했다고 밝혔다.부동산투자신탁의 상품 구조는 비교적 간단하다. 국민은행 펀드의 예를 보면, 합해서 6백20억원 규모인 빅맨 2·3호는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의 현대아파트에 투자했다. 사업주체는 돈을 빌려주는 국민은행과 시행사인 고산공영, 시공사 현대건설 3자다. 은행은 프로젝트 파이낸싱 형태, 즉 15% 확정금리로 시행사에 공사비를 대출했다. 은행이 이렇게 부동산 개발사업에 참여하게 되면, 공사 전체 자금 관리 및 통제에 일정 권한을 갖는다. 시행사는 아파트 분양이 시작되면 들어오는 계약금과 중도금 등 분양수익금 예치 계좌를 해당 은행에 의무적으로 개설해야 한다.은행측 “분양률 낮아도 원금 손실가능성 희박”이 계좌에서 자금 집행 계획에 따라 차례차례 비용을 지출하고 펀드서 투자받은 금액을 상환한다. 이같은 과정으로 투자가 이뤄지면 설령 실제 분양률이 예상보다 낮다 해도 투자 원금 손실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이 국민은행측의 설명이다.원래 부동산투자신탁은 만기가 도래하면 운용실적에 따라 배당을 받는 실적배당형상품이다. 다시 말해 수익을 올릴 수도 있지만 주식과 마찬가지로 손해를 볼 수도 있다는 뜻이다.그러나 이제까지 세 은행에서 출시된 부동산투자신탁은 거의 확정금리상품처럼 판매됐다. 국민은행의 경우 은행측은 펀드가입자에게서 총운용자산의 연1.5%를 기본보수로, 수탁당시 1년제 정기예금금리를 초과하는 이익의 20%를 성과보수로 받는다. 정기예금금리를 8%로 잡으면 15% 확정금리로 아파트 공사 시행사에 대출했을 경우 7%가 정기예금금리를 초과하는 수익이다. 이 7%의 20%인 1.4%가 성과보수. 기본보수와 성과보수를 합쳐 2.9%를 은행이 가져가면, 고객은 12.1%의 수익(세전)을 가져갈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것이 실적배당상품인 부동산투자신탁이 확정금리상품처럼 팔리게 되는 메커니즘이다. ‘겉만 리츠’라는 조롱을 받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인데, 소비자들은 높은 수익을 보장하는 듯한 은행의 설명에 상품이 무엇이든 상관않는 모습이다.부동산투자신탁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은행이 선뜻 참여하거나 새 상품을 계속해서 내놓지 못하는 것은 고수익이 예상되면서도 안전한 투자 대상을 물색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이미 나온 상품들은 은행측의 설명대로 안전성이 어느 정도 검증되었다하더라도, 이것이 미래상품의 안정성까지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특히 부동산투자신탁시장이 활성화돼 참여하는 업체가 많아지고 투자대상도 아파트뿐만 아니라 주상복합상가 등으로 다양해지면, 위험천만한 상품과 비교적 안전한 상품이 뒤섞이게 된다. 또한 아파트 분양률은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시장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은행들은 일단 상품의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고려, 아파트에만 투자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전문상가 등 고위험-고수익 개발프로젝트도 투자 준비중이라고 말하고 있다. 따라서 ‘부동산신탁은 무조건 돈이 된다’는 인식을 버리고 ‘될 사업’에 투자하는 부동산투자신탁을 고르는 안목이 필요하다.이미 상품을 내놓은 경험이 있는 국민, 하나, 조흥은행은 당초 월별로 한 개 이상의 펀드를 새로 출시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최근 건설경기가 급속히 악화됨에 따라 일부 은행들은 예정했던 신상품 발매를 늦추고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올해안에 3개 펀드 추가발매 계획을 갖고 있고 하나은행도 올해 안에 2개를 내놓을 계획이다. 다른 은행은 아직 뚜렷한 계획 없이 대부분 검토중이며, 일부 은행은 부동산투자신탁 상품을 아예 취급하지 않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대부분 은행들은 상품판매시 지점서 관리하고 있는 단골고객 등 자산가들에게만 발매소식을 알려 청약을 받는다. 따라서 펀드 출시 소식을 듣고 가입하려고 하면 뒷북을 칠 수밖에 없다.따라서 부동산신탁에 관심이 있지만 이를 취급하는 은행과 거래가 없는 일반 투자자에게는 새 상품 소식이 나오기 전에 미리 해당 은행에 찾아가보는 적극성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