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업계 “안전장치 장담못해, 리츠도입 앞당겨야 ” … 경기흐름 읽어야 고수익 기쁨

부동산업계에서는 분양률이 예상을 믿돌거나 건설사가 부도라도 나는 경우엔 투자원금도 보장 못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사진은 9차 서울 동시분양을 통해 공급된 서울 문래동 현대 홈타운 모델하우스.‘무늬만 부동산투자신탁이다’‘원금보전 보장 못한다’‘왜 은행만 허용하나’순식간에 수백억원을 끌어 모은 은행권 부동산투자신탁 상품을 둘러싸고 말들이 많다. 특히 내년 7월 시행될 예정인 회사형 부동산투자신탁 리츠(REITs)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 부동산업계 등에서는 은행권 부동산투자신탁 상품에 대해 다양한 논평을 내놓고 있다.핵심은 크게 세 가지. 부동산에 투자, 운용수익을 배분하는 진정한 의미의 부동산투자신탁이 아니라는 것과 요즘처럼 건설경기가 불안한 상황에선 원금 보전조차 장담키 어렵다는 이야기다. 또 취급 기관을 늘리거나 리츠 시행 시기를 앞당겨 은행과 동일한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업계 지적대로 이미 발매된 상품들은 ‘부동산투자상품’이라 보기 어려운게 사실이다. 운용방법상으로는 은행이 아파트 건설사업에 자금을 빌려주고 일정 기간이 지난 후 이자와 함께 회수하는 단순 금전신탁 형태이다.대출이자 차익을 은행과 투자자가 나눠갖는 방식이니 오히려 ‘건설사 대출 상품’에 가깝다. 무담보 신용으로 대출한다는 점에서 프로젝트 파이낸싱 형태를 띠지만, 개발사업 완료 후 부동산 운용으로 발생할 수익과는 관련이 없기 때문에 온전한 프로젝트 파이낸싱이라고도 볼 수 없다.금감원에서도 은행 부동산투자신탁이 단순 대출 형태를 띠고 있는 점에 대해 규제할 뜻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시중 은행들이 준비중인 상품들이 대부분 건설사에 대한 대출이자로 수익을 내겠다는 구조여서 모두 승인하기가 어렵다.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건설업계 “자금가뭄 속 단비” 환영하지만 건설업체들은 은행 부동산투자신탁의 펀드 유치가 절실한 입장. 연 15%선의 고금리에도 불구하고 시행사들이 부동산투자신탁과 연계하려는 이유는 건설업계의 극심한 자금경색 때문이다.아파트 건설사업의 경우 IMF이전까지는 시공사가 시행사에 토지매입비용 등을 빌려주고 시공비를 올려 받는 등의 형태로 진행됐지만 건설사들의 자금력이 약해지면서 이러한 사업구조가 불가능하게 됐다. 이런 참에 출현한 부동산투자신탁은 영세한 시행사로선 ‘단비’ 같은 존재일 수밖에 없다. 사채보다 금리가 낮은데다 ‘OO은행펀드가 투자한 사업지’라는 마케팅 효과도 볼 수 있다. 실제로 국민은행, 조흥은행 등에는 시행사의 펀딩 요청이 잇달아 들어오고 있다.투자자로선 내용이야 어찌되었건 안전하고 고수익만 가져다주면 상관없지만, 문제는 안전을 확신할 수만은 없다는 데 있다. 분양률이 예상을 밑돌거나 건설사가 부도라도 나는 경우엔 투자원금도 보장 못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것. 동아건설의 퇴출 결정, 현대건설의 1차 부도 등 끝없이 이어지고 있는 ‘부도 도미노’를 감안하면 이는 현실화될 수도 있는 시나리오다.물론 아파트 사업의 경우 연대시공사가 반드시 따라붙고 대한주택보증이 뒤를 받치지만 시공사 부도 후 공사기간 연장, 원리금 상환 지연 등의 사태는 흔히 있는 일이다. 11월1일 현재 건설사 부도로 차질을 빚고 있는 주택건설현장은 전국 6백19곳에 24만여 가구에 이르고 있다. 이 가운데 절반 가량인 11만8천여 가구는 건설사가 공중분해된 상태. 부동산뱅크 김우희 편집장은 “운용 결과는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 경기가 민감할 때는 특히 더 신중히 투자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이에 대해 은행 입장은 다르다. 국민은행 부동산투자신탁팀 이경수 과장은 “분양계약률이 20%만 되면 약속한 투자원리금이 들어온다. 최근 서울시내 동시분양 아파트는 대부분 50% 이상의 계약률을 나타내고 있다. 따라서 원리금을 회수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국민은행 빅맨 4호가 펀딩한 용인 죽전 현대아파트의 경우 계약률이 ‘대단히’ 저조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그래도 ‘신탁의 원리금 회수는 충분하다’는 것이 국민은행측의 설명이다.모방상품 기승 … 투자자 요주의최근 아파트 청약 수요자 사이에선 은행 부동산투자신탁이 펀딩한 분양 물건을 ‘맹신’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국민은행 빅맨 2·3호가 투입된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현대홈타운의 경우 9차 서울 동시분양에서 34평형이 64대1의 경쟁률을 보일 정도로 인기였다.그러나 매달 동시분양 아파트의 투자순위를 매기는 부동산뱅크는 이 곳을 10개 사업지 가운데 4위로 평가했다. 아니나 다를까 이 아파트의 실제 계약률은 70%선, 분양권 프리미엄은 거의 붙지 않은 상태다. ‘은행이 사업성을 인정했다’고 판단, 기대에 부풀었던 투자 목적 청약자들은 다소 실망스런 결과를 얻은 셈이다.은행 부동산투자신탁 투자자나 아파트 청약 수요자 모두 사업지와 시공사 자체의 메리트를 투자기준으로 삼아야 실패를 줄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또 은행이 부동산투자신탁을 ‘독식’하는 것에 대해 기존 부동산신탁업계의 반발도 거세다. 한국토지신탁의 경우 은행권과 동일한 형태로 투자자를 모집, 각종 부동산에 투자해 운용수익을 배분하는 부동산투자신탁 상품을 준비하고 있으나 금감원 승인을 받지 못하고 있다.토지신탁이 부동산 투자를 위한 금전신탁을 취급하려면 당초 받았던 인가 조건을 변경해야 하기 때문. 토지신탁 금융사업팀 유시찬 과장은 “부동산 개발신탁에 풍부한 노하우와 전문성을 지녔음에도 인정을 못 받고 있다. 형평성 문제를 떠나 투자자 보호, 부동산투자신탁 상품의 정착을 위해 전문 기관이 맡아야 한다”고 말했다.코리츠 김우진 사장도 “은행 부동산투자신탁 상품은 일부 우량고객에게만 투자 기회를 제공, 부익부 빈익빈을 막는다는 부동산 간접투자 본연의 목적과 배치된다. 건전한 투자기회를 제공하고 투자자들이 투명하게 운용 수익을 나눠 갖기 위해서는 법제를 손질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이렇듯 ‘부동산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면하기 위해 일부 은행은 부동산업체에 투자자문을 구하기도 한다. 부동산114, 저스트R, 코리츠 등 국내업체와 아더앤더슨, 부즈앨런해밀턴, CB리처드앨리스 등 외국계 컨설팅회사들이 은행과 접촉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들 업체는 내년 리츠시장 선점을 위해 뛰고 있기도 하다.한편 부동산투자신탁의 인기를 증명하듯 이를 빙자한 투자클럽, 벌처펀드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부동산신탁 상품을 발행할 수 없는 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 등이 부실기업 주식 인수를 위해 투자자를 모으고 있는 것. ‘부동산신탁형’이라는 표현을 써 은행 부동산투자신탁 상품과 혼동하게 만든 것이 특징이다. 이들 모방 상품들은 금감원 승인을 거치지 않고 투자자 안전장치도 거의 없어 주의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