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급개선·미 증시 연말랠리 가능성 … 기업퇴출 따른 연쇄부도 우려 ‘악재’

지난해 상장된 종목들의 전체 시가총액은 3백49조원이었다. 98년12월말에 상장사들의 시가총액이 1백37조원이었으니 1년만에 상장사들의 가치는 2백50%나 불어났었다. 국가 신용등급의 회복과 함께 외국인의 매수세가 강하게 유입됐고 주식형 수익증권으로의 대규모 자금이 들어와 지수는 1년만에 1,000포인트를 기록하면서 희망으로 부풀었던 때가 있었다.현재는 어떤가. 지수는 500대에서 등락을 하고 있고 개인투자자들의 손실률은 평균 60~70%에 이르고 있다. 99년에 펀드 수익률이 무려 1백%를 상회했던 모 운용기관의 올 한해 수익률은 마이너스 20~30%에 이르고 있다.◆구조조정 발표 지수상승 기대 시기상조지금은 지난 98년과 마찬가지로 몇몇 재벌의 해제 등과 함께 기업구조조정과 은행권 구조조정이 진행중이다. 동아건설과 대우자동차가 부도가 났고 현대그룹의 모체인 현대건설은 일단 부도 유예를 얻어냈지만 앞길이 험난한 상황이다. 대기업 부도의 파장은 중소 협력업체의 연쇄 도산과 자금시장의 경색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국내경기의 침체는 피할 수 없는 것이다. 더군다나 채권은행들이 부담해야 할 손실액도 적지 않아 자칫하면 금융시스템 붕괴위기도 가져올 수 있다.하지만 정부와 채권단의 강력한 구조조정의지로 시장내에 잠재해있던 불확실성을 제거했다는 점에서 투자심리의 안정을 기대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 실제 주식시장에서는 부실기업의 퇴출이 장기적으로는 한국 경제의 질을 높이고 금융권의 수익개선도 기대할 수 있다는데 긍정적인 점수를 주고 있는 상황이다. 즉, 추가하락보다는 상승모멘텀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거래소 시장에서 외국인들은 8월 이후 3개월만에 9일 넘게 연속 순매수를 보여주고 있다. 지속적으로 감소하던 고객예탁금도 11월 들어 증가하는데다가 주식형 수익증권 규모도 크게 늘고 있어 시장의 양적 개선도 서서히 이루어지고 있는 모습이다.미국시장의 월평균 수익률을 봐도 흥미로운 결론이 나온다. 다우와 나스닥의 지난 10년간 월평균 수익률에 관한 통계를 내보면 12월 한달간 수익률이 그 어느 달보다도 높다. 즉 이른바 연말 랠리의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뜻이다. 이같은 점을 감안할 때 미국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어느 때보다도 높아진 국내시장으로서는 투자심리가 회복되는데 도움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림 참조)단, 기업구조조정과 금융권 구조조정 발표가 지수의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섣부른 판단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 IMF 당시 주변여건과 지금 주식시장을 둘러싼 시장환경은 동일하지 않다는게 그 이유다. 98년에는 20%에 가까운 회사채 금리의 급락과 국내경기의 회복세, 그리고 세계경기의 호전이 상승을 뒷받침하는 배경이 됐으나 지금은 세계경기의 둔화와 국내 경기의 둔화세가 이어지고 있다. 더군다나 저금리기조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어 특별히 주가 상승을 받쳐주는 요인이 되고 있지 못하다.따라서 시장의 풍부한 유동성을 기대한 종목 접근보다는 실적이 뒷받침되는 종목들에 대한 선별적 접근이 필요할 것이다. 국내의 악재가 시장에서 흡수되고 미국시장의 안정성이 더해지면 미국계 투자자본의 아시아 시장으로의 투자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다른 어느 시장보다도 주가하락폭이 큰 한국시장에 대한 저가 메리트가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 이같은 점을 고려해 하락폭이 큰 우량 제조업체 주식 중심으로 조정시마다 저가매수 전략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