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출쇼크’ 입주예정자 피해 불가피 … 아파트 시장 냉각, 분양권 가격하락 틈새 노릴만

서울 광진구 자양동 현대8차 아파트 신축현장.11개 건설업체의 ‘11·3 퇴출’에 이어 연말까지 8백개사에 이르는 부실 건설사 퇴출 계획이 발표되자 주택업계는 물론 신규 아파트 입주 예정자 사이에 2년전 악몽이 되살아나고 있다. 입주예정자들의 불안감이 해약 요구로 이어져 분양권 매물 증가, 가격 하락 기미가 보이고 있기 때문. 이는 IMF 위기가 심화되던 98년 상반기와 비슷한 현상이다.이 영향으로 서울·수도권 분양권 가격은 11월에 들어서면서 이미 하락세로 돌아선 상태다. 부도·퇴출대상 업체뿐 아니라 지명도가 낮은 중소 건설업체가 짓는 아파트의 분양권 가격도 덩달아 하락 중이다. 수도권 아파트 분양권 가운데는 분양가보다 매매가가 낮은 ‘마이너스 프리미엄’ 아파트까지 쏟아지고 있다.앞으로 주택건설사에 대한 추가 퇴출·부도가 이어질 전망인 만큼 부도 건설사의 처리, 입주자 보호장치 등이 ‘상식’으로 대두되고 있다. 분양권 매입이나 청약을 준비하는 내집마련 수요자 역시 이에 대해 잘 알아두어야 피해를 방지할 수 있다.현행 주택건설촉진법은 일반분양분이 20세대 이상인 아파트에 대해 대한주택보증과 분양보증 계약을 의무적으로 체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웬만한 아파트는 대부분 대한주택보증의 보증을 받는다고 보면 된다. 단 조합이 시행하는 아파트 사업은 따로 계약을 하지 않는한 대한주택보증의 보증을 받을 수 없다. 시공사가 부도에 처했을 때는 조합이 직접 새로운 시공사를 선정해야 한다. 주상복합아파트도 마찬가지다. 해당 아파트가 보증 대상인지 여부는 대한주택보증(02-3771-6267, www.khgc.co.kr)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대한주택보증의 역할은 계약을 맺은 건설업체가 부도·퇴출 등으로 사업을 진행할 수 없을 때 다른 시공사를 선정해 아파트 공사를 마무리해주는 분양보증과 분양대금을 환급해주는 환급보증으로 나눠진다. 대한주택보증으로 시공 책임이 넘어갈 경우 분양계약자가 납입한 중도금은 원칙적으로 보호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계약서상 정해진 중도금 납입일 보다 먼저 낸 선납 중도금에 대해서는 보호를 받지 못한다. 건설사가 법정관리 결정 등으로 공사를 계속 맡을 경우엔 선납 중도금도 효력이 있지만 새로운 시공사가 선정될 경우엔 중도금을 다시 납부해야 입주와 등기가 가능하다.◆ 조합·주상복합 주택 보증관계 확인 필수대한주택보증과 보증계약이 체결돼 있다면 일단 안심이지만 계약자가 피해를 완전히 면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보증절차가 빠르게 진행되지 않는다는데 있다.대한주택보증은 기업이 최종부도를 내거나 청산 작업에 착수해야 보증 이행에 들어간다. 부도후 기업의 처리방향이 결정되는 기간동안은 공사가 중단될 수밖에 없다. 또 분양보증과 환급보증 가운데 어떤 방법을 택할 것인지 결정하는 데만 3~6개월 정도 걸린다. 현장조사, 사업성 분석 등을 통해 이행 방안을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분양보증으로 결정, 공사를 재개하더라도 최소 6개월 정도의 입주일 지연은 예상해야 한다. 이 기간 동안의 이자비용 손실은 고스란히 분양계약자가 안아야 한다. 단 99년8월 이후에 분양된 아파트는 입주일이 지체되는 날짜만큼 분양대금의 0.05% 안팎의 지체보상금을 받을 수 있다. 환급보증으로 결정이 날 경우에도 납입원금만 지급되기 때문에 이자와 금융비용이 손실로 남게 된다.무엇보다 큰 문제는 대한주택보증 자체의 부실이다. 대한주택보증의 자본은 지난해 말 7천6백억원에서 6개월만에 2천4백억원으로 대폭 줄어든 상태. 연말에는 1조원 이상의 손실이 발생할 전망이어서 공적자금 투입이 절실한 상황이다. 국회 건설교통위원회도 지난 7일 대한주택보증에 공적자금 투입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하지만 재정경제부는 ‘공적자금을 투입하기 위해선 금융산업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개정해 대한주택보증을 금융기관에 편입시켜야 한다’며 난색을 표하는 입장이다.◆ “공정률 높은 분양권 주목”한편 부동산전문가들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격 하락기를 실속 분양권 매입 기회로 활용할 만하다고 충고한다. 부동산114 김희선 이사는 “아파트시장이 급속히 냉각되면서 ‘팔자’ 수요가 크게 늘고 가격이 안정·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분양권 가격 추이를 지켜보면서 매입을 검토할만한 시기”라고 밝혔다.실제로 퇴출기업 리스트에 건설사가 대거 포함된 후 분양권 시장은 크게 침체된 상황이다. 현대건설 분양권의 경우 1차 부도의 여파로 프리미엄 기세가 한풀 꺾였다. 서울 광진구 자양동의 현대 7~10차 아파트는 프리미엄 호가가 한달 전보다 5백만원 정도 내렸다. 부동산나라 김인숙 중개사는 “매도 희망자들이 호가를 낮춰 부르는 등 11월 들어 하락세가 뚜렷하다”고 말했다.하지만 앞으로 계속 이어질 부도 도미노를 감안, 어느 때보다 분양권 선택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반도컨설팅 문제능부장은 “재무구조가 우량한 건설사의 분양권은 급매물을 중심으로 매입을 적극 검토할 때지만 부도난 건설사는 처리 방향이 결정돼 공사가 재개될 때까지 거래를 하지 않는 것이 유리하다”고 밝혔다. 즉 동아건설처럼 아직 법정관리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건설사는 채권단과 법원의 명확한 처리 결정이 내려진 후 매입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입주예정일이 1년 이상 남았고 공정률이 낮은 아파트의 분양권은 피하는 게 낫다. 건설사 부도로 대한주택보증이 분양보증을 할 경우 공정률이 높은 사업장 중심으로 공사가 먼저 재개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