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 웰치가 이끄는 제너럴 일렉트릭(GE)은 하니웰을 인수 합병하기로 합의했다고 10월22일 발표했다. 이로써 특수화학, 플라스틱 등 산업설비와 우주항공 분야가 합쳐진 세계 굴지의 종합산업회사가 탄생하게 됐다. 우리에게 아직 두 회사의 M&A 홍보전략이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이들이 발표 전에 이미 전략적 홍보를 기획한 것은 분명한 것 같다. 내년 초까지 합병절차를 마무리할 예정인데 주주, 사원, 소비자, 언론 등으로부터 절대적 신임을 받고 있어 세계 최고의 경영자로 손꼽히는 GE의 CEO 잭 웰치의 퇴임을 내년 말까지 미룬다는 결정을 M&A와 동시에 발표한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우리에게 M&A가 큰 관심을 끈 것은 1996년에서 1997년 초까지 벌어진 미도파 경영권을 둘러싼 신동방과 대농의 분쟁, 한화종금과 항도종금의 대주주들끼리의 지분 다툼 등이 경제계의 뜨거운 화제를 불러일으킨 때부터이다.한 기업이 M&A의 과정을 거친다는 것은 그 기업을 둘러싼 공중에게 커다란 변화를 의미한다. 이 경우, 기업의 궁극적인 목표달성과 가치의 극대화를 위해서는 이들 공중과의 적절한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 기업 PR의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경우가 바로 기업의 M&A 상황인 것이다.비즈니스 구조가 진화할수록 의사결정과정에서 주주의 이익이라는 변수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M&A와 같이 기업 환경의 총체적 변화를 가져오는 경우, 사원, 소비자, 주주, 정부, 언론 등 모든 관계 공중과의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 특히 회사의 주인격인 주주들과의 커뮤니케이션에서 과오가 발생한다면 기업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가치를 실현할 수 없으며, 목표에 도달한다고 해도 그 의미가 퇴색된다.따라서 기업들의 M&A, 특히 적대적 인수합병은 호의적인 여론을 조성하는 PR전략의 성패에 달려 있다. 인수를 당할 입장에 있는 기업이라면, 상대회사가 M&A를 위한 구체적인 액션을 취하기 전에 방어자세를 구축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일단 방어를 위한 대응책에 돌입하면 이는 불안의 증대로 이어진다. 그러므로 IR전략으로 주가를 높여 상대의 의지를 꺾거나, 경영진이 합병에 대해 단호한 자세를 천명해야 한다. 노조가 현경영진을 강력히 지지하고 있음을 과시할 필요도 있다. 증권사나 금융가의 유력인사들 그리고 회사 주주들 사이에 회사에 대한 잘못된 정보나 그릇된 이해가 있는지를 조사해보고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 모든 조치들은 그러나 드러나지 않게 행해져야 한다. 회사가 상대방의 타깃이라는 인식을 광고하고 다닐 필요는 없다.다른 기업을 인수하고자 할 때에는 우선 각종 매체를 통해 기업인수가 감원이나 사업변경 등을 초래하지 않는다는 점을 역설해야 한다. 이 경우 언론이 호의적이기를 기대할 수 없기에 적의를 최소화하고 서로를 위한 윈-윈 전략에 기반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해시켜야 한다. 아메리칸 홈 프로덕트(American Home Products)는 아메리칸 사이나마이드(American Cyanamid)의 지분을 몽땅 사들였을 때, 두 거대 제약회사의 합병은 더 나은 회사를 창출하기 위함임을 알리는 전략을 펼쳤다. 연간 10억달러 이상을 신약개발연구비로 사용할 수 있어 소비자의 복지를 증진시킬 수 있음을 강조하고 치밀한 주장광고 및 대언론 퍼블리시티를 구사함으로써 새로운 1백20억달러짜리 AHP의 존재를 사람들에게 납득시킬 수 있었다.오늘도 지구촌의 기업들은 생존을 위해 M&A를 시도한다. 세계 유수의 컨설팅 그룹들은 M&A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재무회계팀, 커뮤니케이션(홍보)팀, 기획실행팀 등 3개의 팀을 운영하여 추진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그러나 우리 기업들은 M&A를 수행할 때 홍보 전략을 무시하는 편이다. 인수합병을 추진하면서 홍보책임자에게 그 사실을 알려주지도 않으며 또한 상의도 하지 않는 기업들도 있다. 그러다 보니 M&A에 따른 사원들의 화학적 결합, 대외 명성 유지, 주가 관리가 그렇게 성공적이지 않게 된다. 이제는 우리 기업도 M&A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도록 홍보 역할에 좀 더 관심을 두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