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했을 때 잇몸이 많이 나빠졌어요.”, “ 아이를 낳고 난 후에 이가 안 좋아져서 결국 빼고 말았어요.” 여성 환자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임신과 출산 후에 이가 안 좋아졌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또한 중고등학교 때 잇몸에서 피가 난 경험을 한 적이 있다는 얘기를 하기도 한다.이런 증상들은 모두 공통의 원인을 갖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성호르몬의 변화’ 때문이다. 여성의 경우 2차 성징이 나타나는 사춘기 때부터 임신과 출산, 폐경에 이르기까지 호르몬의 변화를 겪게 되는데, 이런 성호르몬의 변화는 신체의 각 조직들에 영향을 주게 된다. 잇몸 역시 예외가 아니어서 잇몸이 성호르몬의 변화에 따라 민감해지면 치주질환(잇몸병)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진다.사춘기가 되면 프로게스테론이나 에스트로겐과 같은 성호르몬이 증가하게 되고 이에 따라 잇몸에 혈액순환이 증가되는데 이렇게 되면 잇몸은 약간의 자극요인(치태세균, 음식물 찌꺼기)에도 민감해져서 쉽게 잇몸이 붓게 된다.어떤 환자들 경우에는 월경이 시작되기 3~4일 전에 입안이 화끈거리고 잇몸에서 피가 난다는 호소를 하기도 하는데 월경이 시작되면 증상이 사라진다. 이런 증상들 역시 월경시에 나타나는 성호르몬의 변화 때문이다.앞서 얘기한 바와 같이 임신과 출산을 경험하면서 많은 여성들이 치주질환을 앓게 되고 심한 경우 치아를 빼기도 한다. 임신 2~3개월 정도 되면 치은염(잇몸에 염증이 생기는 병)이 시작되고 8개월 째까지 정도가 심해지다가 9개월 째가 되면 다소 완화되는데 이를 ‘임신성 치은염’이라고 한다. 환자는 이 때 치은염의 일반적인 증상을 경험한다. 즉 잇몸이 붓고 이를 닦을 때 쉽게 피가 나고 잇몸이 붉게(정상 상태의 잇몸은 분홍색이다) 보인다. 그러나 임신성 치은염은 임신하기 전에 이미 잇몸에 염증이 있었던 부위에 영향을 주며 건강한 잇몸에는 영향을 주지 않으므로 임신하기 전에 자신이 치은염을 가지고 있는지 검사를 해보고 적절한 치료를 미리 받아두는 것이 좋다. 더욱이 최근에는 치주염을 가진 여성이 임신을 했을 경우 ‘저체중 조산아’를 출산할 확률이 치주염을 가지지 않은 산모에 비해 7배 가량 높다는 보고도 있다. 즉, 치은염을 일으키는 세균의 독소가 혈액을 따라 태반에 이르러 태아의 성장을 저해하고 증가된 염증성 중간매개물이 조산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임신 2기(임신 4~6개월)와 3기(임신 7~9개월)의 초반에는 증상이 심해지는 것을 막을 수 있을 정도의 치료가 가능하지만 그보다는 가임여성의 경우 미리 별다른 증상이 없더라도 치과에서 치은염이 있는지 검진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폐경기 여성이나 골다공증을 앓고 있는 여성에서 많은 수의 치아가 상실돼 있으며 낮은 골밀도의 치아가 관찰되는 것으로 보아 폐경과 골다공증이 치주염의 위험인자가 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성호르몬 양의 변화로 인해 치주질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증가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호르몬의 변화는 기여인자일 뿐, 직접적인 원인은 치태세균에 의한 감염이므로 이에 대한 적절한 치료를 먼저 받은 후 구강 청결 관리를 철저히 한다면 치주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 (02) 760-2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