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익거래 프로그램을 공짜로 맞춰 드립니다.”주가지수선물과 옵션 등 파생상품 중개를 전문으로 하는 신생 소형 증권사의 이색 마케팅이 눈길을 끈다. 비엔지증권 임철규(53) 사장은 돈으로 환산하기도 쉽지 않고, 환산하면 적어도 몇백 혹은 몇천만원까지의 가치를 지닌 프로그램을 공짜로 개발해 고객에게 맞춰주는 이유를 ‘한 분야에 특화한 전문증권사로 틈새 시장을 효과적으로 공략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이 회사는 올해 7월 문을 열었다. 현재 일반 주식과 파생상품에서 발생하는 중개수수료 매출이 총 매출의 절반씩을 차지하고 있다. 보통 주식 거래 비중이 압도적인 다른 증권사들과 비교하면 나름대로 차별화의 가능성을 성공적으로 시험해 보았다고 자평한다.비엔지증권이 차익거래를 통해 이익을 실현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고안해온 고객에게 프로그램을 무료로 짜주는 것은 소수의 우량 고객을 붙잡기 위한 방법이다. 프로그램은 차익거래를 할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하면 자동으로 이를 알려주고, 매매주문을 내주기도 한다. 직접 차익거래 프로그램을 만들어온 고객에게는 전용선도 이어준다. 이 프로그램은 초당 6차례 주문이 가능한데, 초를 다투는 차익거래에서 이는 큰 장점이다.“주식성패는 리스크 관리에 달렸다”임사장은 “고학력에, 직간접으로 금융계에 종사한 경험이 있거나, 또는 독학으로라도 금융공학 공부를 꽤 한 사람들이 주요 고객”이라고 말했다. 기본적인 전산에 대한 이해도 필수 요건이다. 이런 수준의 고객 숫자는 얼마 되지 않지만 파생상품은 레버리지 효과가 크기 때문에 이 소수의 고객들이 거래하는 금액은 무시할 수준이 못된다. 앞다퉈 사이버 거래 수수료를 낮추는 대형 증권사들의 ‘박리다매’방식과 정반대의 전략을 택한 것이다.지금은 없어진 삼보, 고려증권과 동양 동원증권 등을 거치면서 30년 가까이 증권계에 몸담아온 임사장이 파생상품 전문 증권사를 설립하게 된 것은 그 동안의 경험에서 주식투자의 성패가 다름아닌 리스크 관리에 달려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돌이켜보면 좋은 시절은 매우 드물었고 또 아주 짧았습니다. 한번 1년의 활황장세가 오고 나면 3, 4년은 어려운 시기가 오는 것이 주식시장입니다. 상승장에서는 누구나 돈을 벌 수 있지만 하락장에서는 어떻게 투자하느냐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옵니다. 그러므로 주식투자에서 정작 중요한 것은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방법’을 개발해내는게 아니더군요.”임사장은 “차익거래 고객들은 수수료를 제외하고 월평균 5, 6%의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면서 증시가 불안정한 양상을 보일수록 우수한 프로그램을 보유한 고객들이 이익을 거두는 기회는 늘어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