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쓰러져 가는 이동통신 회사를 8년만에 일본 최대의 통신업체로 키워낸 NTT도코모 오보시 코지(大星公二, 68) 회장이 최근 한국을 방문했다. 고희를 바라보는 나이답지 않게 그는 주름 하나 없는 건강한 모습이었다. (영진Biz.com 출간)의 한국판을 낸 출판기념회와 강연을 하기 위한 것이 이번 방한 목적이다. 그러나 NTT도코모는 SK텔레콤에 투자를 계획하고 있어 기자들의 질문은 이 문제에 집중됐다. 이에 그는 “SK텔레콤과 기술제휴 계획은 있지만 이번 방문 목적은 강연”이라고 예봉을 피해갔다.오보시 코지 회장이 밝힌 NTT도코모 급성장의 비밀은 역설적으로 ‘망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에서 시작된다. 직원 25만명의 일본 거대 통신회사인 NTT는 지난 92년 이동통신 부분만 따로 떼어내 분사시켰고, NTT도코모는 오보지 코지 NTT 본부장을 선장으로 직원 1천8백명의 단촐한 회사로 출발한다. 사업초기, 그나마 유지하던 매출이 떨어져 30억엔의 막대한 적자를 볼 정도로 앞날이 우울했다. 오보시 코지 회장 자신조차 “실패하면 책임지고 물러나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그러나 직원들이 앞날에 대해 불안해하며 볼품없는 회사에 대한 자괴감으로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자 그는 태도를 바꾸었다. “반드시 흑자회사를 만들어 사원들이 자부심을 느끼는 회사로 만들겠다”는 각오로 우선 고객들의 불만사항부터 꼼꼼하게 점검하기 시작했다. 불만 사항 1위는 통화중 신호가 자주 끊긴다는 것. 그때부터 일본 전역에 통신 인프라를 설치, 통화불능지역을 줄여갔다. 이것과 병행해 휴대폰의 신규 가입비를 없애고 이용료를 대폭 낮추면서 소비자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서려고 노력했다. 그 결과 NTT도코모는 독립한지 2년만에 월평균 가입자가 1만여명에서 5만여명으로 폭증했으며, 재정상태도 흑자로 돌아섰다.“실력따른 인재 등용이 성장 원동력”오보시 코지 회장은 “기업이 계속 발전하려면 어느 정도의 이익을 필요로 한다. 기업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서는 ‘우리 기업이 흑자를 낸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때 여론은 NTT도코모가 ‘무조건 팔고 보자’는 식으로 가격인하 경쟁을 부채질했다고 비난했지만 이 전략을 그대로 밀어붙였다. 끊임없이 시장 개척에 주력한 결과 현재 일본엔 6조5천억엔의 이동통신 시장이 형성됐고, 50만명의 고용을 창출했다.오보시 코지 회장은 이와 함께 “성차별, 학력차별을 없애고 실력에 따라 인재를 등용한 것이 성장의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NTT도코모의 인터넷 서비스인 i모드를 디자인한 마리 마쓰나가는 직업관련 잡지의 여성 편집장 출신이었고, 히트상품을 기획한 인재들은 대부분 오보시 코지 회장이 발탁한 무명의 인물들이다.NTT도코모 급성장의 또다른 비밀은 가입자 7백만명이 넘어선 i모드의 소스를 공개했다는 점이다. 그 결과 1만6천여개의 콘텐츠가 자유롭게 i모드에 연결될 수 있었고, 음성통신 중심의 휴대폰이 비음성 통신으로 바뀌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세계적인 IT전문기업의 수장인 오보시 코지 회장은 “IT만 부르짖어선 기업 경영의 채산성은 좋아지겠지만 인력 구조조정이 수반된다. 따라서 기업 정보화의 핵심은 새로운 마켓을 창조하면서 진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