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인 주주들과 함께 인터넷 영화사이트를 출범시킨 강제규감독이달 11일부터 전국개봉에 들어가는 강제규필름의 45억원짜리 대작 <단적비연수 designtimesp=20332>는 서울에서만 43개 극장에서 개봉된다. 이는 <공동경비구역 JSA designtimesp=20333>의 43개관 동시 개봉보다 훨씬 많은 기록이다. 임권택감독의 <서편제 designtimesp=20334>가 단성사에서 단관개봉돼 그해 최고흥행기록을 세웠던 전례에 비춰보면, 우리나라의 영화개봉시스템이 이미 미국처럼 철저한 마케팅전략의 이벤트성을 띠고 있음을 알 수 있다.이처럼 규모가 큰 영화가 만들어지고 많은 극장에서 일제히 개봉될 수 있는 것은 그만큼 우리나라 영화산업이 대형화, 시스템화돼 있다는 증거다. 그 바탕에는 안정되고 넉넉한 자본이 자리잡고 있다.지난 상반기까지 한국영화는 모두 30여편이 상영됐고, 7월까지 시장점유율은 25%선이다. 지난해 <쉬리 designtimesp=20339> 한편의 성공으로 약 40%의 점유율을 보였던 한국영화는 올해 하반기에 개봉된 <공동경비구역 JSA designtimesp=20340>와 <단적비연수 designtimesp=20341> 때문에 40%는 무난히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할리우드영화에 대한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지는 세계 영화판도에서 볼 때 이렇게 자국영화가 선전하는 것은 무척 보기 드문 케이스이다.토착 자본 빠진 자리 ‘금융 자본’ 대체현재 문화관광부에 정식 등록된 영화제작업체는 5백개사에 이른다. 하지만 실제로 영화 제작을 하는 업체는 그리 많지 않다. 지난해 49편의 영화가 제작됐고, 올해 50편 정도의 영화가 제작되고 있는 것을 놓고 볼 때 실제 영화제작을 하고 있는 업체는 20곳 내외일 뿐이다. 수입영화가 2백편 이상을 상회하고 있는데 반해 국산영화 상영편수는 이에 턱없이 모자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산영화 점유율은 40%에 육박하고 있다. 이런 성과를 올리게 된데는 다름아닌 충무로에 금융자본이 유입됐기 때문이다.지난 상반기 까지 한국영화는 모두 30여편이 상영됐고, 7월까지 시장점유율 25%선을 기록하며 선전하고 있다.충무로의 큰손으로 부상했던 삼부가 IMF로 낙마한 후, 한국영화산업에 있어서 금융자본의 유입이 잠시 주춤거리는 양상을 보였다. 그러나 몇편의 영화가 대박을 터뜨리면서 충무로에 금융자본의 유입은 더욱 가속화됐고 최근 들어서는 대형화 추세를 보이고 있다.현재 충무로 제작스타일은 그 투자주체에 따라 몇 가지로 나눠 볼 수 있다. 충무로 중심의 기존영화사가 제작의 전과정을 책임지는 토착 영화산업자본, 최근 급격히 위세를 떨치는 국내금융자본, 조금씩 맹아를 보이는 해외합작 등이다. 토착영화산업자본은 이미 오래 전에 그 위세를 잃어버렸다. 간간이 극장배급 라인과 연계돼 영화가 제작되고 있지만, 그 편수는 가뭄에 콩나기 수준이다.이들의 바통을 이어받아 지금 영화제작의 축은 대기업과 금융권으로 이동했다. 현재 창투사를 중심으로 충무로에 투자된 영화자금은 1천5백억원 규모. 주로 벤처자본과 영화사, 외국자본과 영화사의 결합형태를 보여주고 있다. 대표적인 영화사가 강제규필름과 강우석의 시네마서비스다.지난 93년 <투캅스 designtimesp=20362> 이후 <마누라 죽이기 designtimesp=20363> <넘버3 designtimesp=20364> <인정사정 볼것없다 designtimesp=20365> <반칙왕 designtimesp=20366> <비천무 designtimesp=20367> 등 흥행대작을 줄줄이 제작·배급·투자해온 시네마서비스는 현재로선 국내 최강의 진용을 자랑하는 메이저 영화제작사다.시네마서비스는 지난 4월, 미국의 벤처투자전문회사인 워버그 핀커스그룹으로부터 2백억원 이상의 자본유치를 받았다. 영화와 관련된 ‘돈’이란 것이 항상 회전성을 띠고 있기에 2백억원 규모면 해마다 10편 이상을 충분히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시네마서비스측의 주장이다. 이를 통해 영화제작과 동시에 비디오, TV·케이블, 인터넷, DVD 등 다양한 판권 판매가 가능하고, 이들 사전판권비만으로도 제작비의 상당부분을 개봉 전에 회수할 수도 있다.시네마서비스·강제규필름 메이저로 부상<쉬리 designtimesp=20379>의 강제규필름도 간과할 수 없는 메이저영화사로 부상했다. 강제규필름은 <쉬리 designtimesp=20380>에서 보여준 것처럼 콘텐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면, 강제규필름이 전략적 제휴를 맺은 한국종합기술금융(KTB)은 한국영화산업에 참여한 금융자본의 성격을 여실히 보여준다.강제규필름은 57억5천만원의 자금을 유치했고, KTB는 강제규필름의 지분 20%를 확보하고 있다. 이전의 창투사나 벤처캐피털이 투기성 영화투자였던 것에 반해 훨씬 유연한 자세로 영화투자에 뛰어들었다는 점이 KTB 영화투자의 특징이다. KTB의 면면은 이미 충무로의 제작 노하우와 선진적인 제작기법에 익숙한 인력으로 채워졌기에 한국영화투자의 수준을 한단계 높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 KTB가 투자한 한국영화는 <무사 designtimesp=20383> 등 10여편에 이르며, 올해 투자 규모는 3백40억원에 달한다.또한 벤처기업 로커스와 손잡고 싸이더스를 출범시킨 우노필름도 네댓 작품을 동시에 제작할 만큼 자금력이 남아돌고 있는 형편이다. 이들 메이저 영화사 말고도, 벤처캐피털을 끌어들인 영화는 다수 있다. 부산영상진흥위원회의 제작지원을 받고 있는 쥬니파워픽쳐스의 <천사몽 designtimesp=20386>은 ‘토러스 벤처캐피털’의 자금을 끌어들였다. 이 회사는 이미 하이테크분야에서 엔터테인먼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인큐베이팅을 진행중이다.시네마서비스외에도 외국자본의 충무로진출은 자본투자, 지사설립, 합작제작 등 다양한 방법으로 활기를 띠고 있다. 98년 한국에 지사를 설립했던 AFDF코리아, 5월에 한국에 진출한 아뮤즈코리아, 오메가 프로젝트에 매각된 스타맥스 등은 일본의 자본이 충무로에 들어온 케이스이다. 이들은 한국 파트너와의 합작을 추진중에 있다. 이외에도 현재 몇몇 영화사들이 일본영화사와 합작하여 영화를 만들고 있다. 시네마서비스의 <순애보 designtimesp=20389>는 일본 쇼치쿠(松竹)와 합작형태로 제작되고 있다. 우노의 <봄날은 간다 designtimesp=20390>의 경우, 일본이 총 제작비의 40%, 홍콩이 15%를 투자하였다. 이외에도 메이저영화사는 아니지만 최근에는 일본의 키네마도쿄와 키네마서울이 8:2의 비율로 <미션 바라바 designtimesp=20391>라는 영화를 찍고 있다. 이러한 해외 합작은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선보인 PPP 등 영향으로 갈수록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이처럼 최근 창투사 등의 영화투자자본이 급속하게 충무로로 밀려오면서 제작방식 배급구조 등도 변화를 보이고 있다. 물론 이러한 금융자본의 충무로 지배구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상업성 경제성 위주의 단기적 접근이 문화로서의 영화가 갖는 위상을 위축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당연히 감독의 목소리와 작품성보다는 개봉시기에 맞춘 마케팅전략이 우선하는 공산품이 되어버릴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들 풍요로운 자금의 충무로 유입은 이제 하나의 정형이 되어갈 것으로 보인다.‘영화’는 그 어떤 투자대상보다 빠른 자금 회수와 수익성을 보장하는 산업으로 영화에 대한 금융자본의 유입은 더욱 정교해지고 과학적이며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국영화는 이제 질적 진화를 눈앞에 둔 폭발적 산업화의 정중앙에 위치해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