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형 팽창보다 체질개선 통한 내실 다지기 최우선 … 구조조정은 시장 신뢰회복 계기로 활용

국내 최장인 서해대교가 최근 완전개통됐다.최근 2차 기업구조조정 과정에서 중소형 건설업체들의 부도가 이어지는 가운데 동아와 현대까지 법정관리되거나 유동성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그동안 건설업체의 부도는 1998년 2천1백3건으로 피크를 기록했다가 진정세를 보였지만, 지속적인 건설경기 침체에 따라 대형 및 중견업체의 부도가 다시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건설시장 악화는 건설수주 급감과 부동산경기 침체로 인해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기 때문에 위기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중대형 건설업체의 부도는 구조의 특성상 하도급 및 협력업체의 연쇄부도를 유발하고 대량실업을 발생시킬 수 있다. 문제는 이로 인한 사회·경제적 파장이 크다는데 있다. 또한 건설업의 위기가 장기화될 경우 건설 관련분야에서 비건설 분야로, 나아가 경제 전반으로 그 파장이 확산될 가능성이 있기도 하다.건설업의 위기는 고도성장 속에서 업체들이 외형 불리기에만 관심을 가져온 것과 무관하지 않다. 수십년간 누적된 구조적 문제에서 기인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건설업계의 ‘구조적 문제’는 크게 다섯가지로 요약된다.첫번째는 업체 스스로 기술 개발 보다는 수주 확대에만 역점을 두어 IMF충격에 따른 급격한 시장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내실 경영보다는 외형 팽창에만 치중해 온 것이 지금과 같은 불황기에 무기력한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건설업체들은 인력·경비 삭감과 같은 단편적 방법 외에는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두번째, 건설업체의 급증으로 업체간 과당 경쟁과 이에 따른 저가수주가 이뤄지고 있다. 건설업체당 평균 수주액은 1997년 2백5억원 규모였으나 올해 9월 현재 63억원으로 급감했다. 업체수를 살펴보면 1997년에 3천9백개였던 일반 건설업체가 올해말 경에는 약 8천개로 예상될 정도로 늘었다. 이는 작년 4월 건설업 면허제도가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바뀌고, 10억원 미만공사의 입찰시 실적 증빙을 할 의무가 없어져 페이퍼 컴퍼니와 같은 무자격 업체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세번째, 발주자로부터 공사를 딴 건설업체(원도급자)가 하청업체에 하도급을 주는 과정에서 불공정 거래가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시장질서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셈이다. 이같은 원인은 1백억원 미만 공사의 감리 및 감독이 허술하고, 부적격 업체들이 급증하면서 10억원 미만 도급공사를 전매수단으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하도급 대금 지급과정에서 원도급자가 하도급업자에게 대금을 제대로 주지 않는 등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네번째, 건설금융이 타산업에 비해 취약하고 업체들의 신용도가 낮아 자금조달이 어렵다는 것이다. 올해 상반기 건설업의 직접 금융실적은 8천4백66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약 80% 감소율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같은 규모는 전체산업이 직접 금융을 통해 조달한 34조원의 2.4%에 불과한 수준이다. 또한 업체들의 신용도가 거의 BBB등급 이하에 해당될 정도로 낮아 금융기관들이 대출을 기피하거나 자금을 조기에 회수해가는 경우가 빈번한 실정이다.다섯번째, 대형 붕괴 사고와 재해사고가 빈발해 부실시공의 오명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상 우리 나라 건설업체들은 해외에서는 성실시공으로 표창장을 많이 받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성수대교, 삼풍백화점 붕괴와 같은 부실시공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 이는 근본적으로 과당 경쟁에 따른 저가 수주, 안전 및 품질 불감증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칸막이식 업역 구분으로 설계와 시공의 연계성이 부족하고 감리능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점 때문이기도 하다.이제 건설업은 앞으로가 더 문제이다. 누적된 구조적 문제의 해결이 단기간내 곤란하기 때문이다. 또한 건설시장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적응력도 필요한 상황이다. 이런 맥락에서 정부나 건설업계 모두 이번 구조조정 과정을 고진감래의 시기로 받아들여야 한다. 정부는 시장의 관리자로서 제도 개혁 등을 통해 간접적인 지원을 해야 할 것이고 업계는 자발적으로 체질 개선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정부는 건설업의 구조조정을 이번 기회에 신속히 추진하되 업무 특성상 파생되는 사회·경제적 파장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병행해야 할 것이다. 특히 무자격 업체들의 시장 퇴출을 유도할 수 있도록 입찰제도를 개선하고 건설금융을 활성화시켜야 한다. 또한 다단계 불공정 하도급 문제를 제도적으로 해결해 시장질서의 ‘룰’을 다시 한번 정립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조급한 경기부양성 대책은 가급적 지양해야 할 것이고 건설업이 자생력을 가질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하겠다.업계는 향후 경기회복시에도 70∼80년대와 같은 고도성장기의 건설수요는 없을 것이란 점을 유념해야 한다. 외형보다는 체질 개선을 통해 내실 경영에 정진해야만 한다. 구조조정이 더이상 ‘선택사양’이 아니라는 사실을 재인식해 철저한 자구 노력으로 시장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경영전략, 사업구조, 경영방식 등을 근본적으로 전환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특히 건설업계의 CEO들은 백화점식 사업전개 보다는 전문영역과 엔지니어링 능력 등을 제고시킬 수 있도록 기술개발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과거처럼 수주만을 위한 영업맨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진정한 경영자로서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는 의미이다.이같은 일련의 노력이 결실을 맺을 때 비로소 우리 건설업은 과거의 명예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해외시장에서 선진기업들과 대등한 경쟁을 하기 위해서도 꼭 거쳐야 할 절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