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부족 심화되면서 아마추어 난립 ‘막가파 홍보’ … 위기관리 능력 부재도 문제

PR회사, 즉 홍보대행사들이 단순한 언론 홍보에서 벗어나 기업의 종합커뮤니케이션 활성화를 위한 PR컨설팅 업체로 발돋움하고 있는 추세라고는 하지만, 언론에 비친 대부분의 PR회사 직원들은 전문성은 고사하고 기본조차 안돼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우선 언론에 비친 PR회사 직원들의 전문가답지 않은 몇몇 모습을 보자. 하루 수십통의 전화 중 반드시 한두건은 담당 기자를 묻는 전화다. 정보통신 담당기자가 누구냐, 인터넷 담당이 누구냐, 금융업계 출입기자가 누구냐 등이다.담당기자 본인이 해당전화를 받을 수도 있지만, 아닐 경우라도 담당기자가 누구인지를 알려주는 것은 어렵지 않다. 물론 좀더 전문적이고, 센스있는 PR담당자라면 해당신문 또는 잡지를 펼쳐보고 누가 무슨 기사를 썼는지 확인한 뒤 담당기자 이름을 확인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PR대행사 직원들은 그런 수고를 절대로 하지 않는다.더 심한 경우는 담당기자 이름과 직통 전화번호를 가르쳐 줬는데도 곧바로 e-메일 주소를 묻는 것이다. 보도자료를 보내려면 담당기자와 통화를 하는 것이 기본순서인데도 지금 담당기자가 자리에 있는지조차 묻지도 않고 말이다. 조금이라도 귀찮은 것은 되도록 피하고 한 큐에 모든 것을 끝내 버리려는 뿌리 박힌 무성의가 바로 PR회사 직원들의 대체적인 모습이 아닐까 한다.매체분석 뒷전, 무작정 홍보에만 열올려전화를 걸어 담당기자를 묻는 경우는 그래도 나은 편이다. 일주일에 한두건은 6개월전, 심지어 1년전에 그만둔 기자를 찾는 전화다. 이런 PR대행사 직원들은 6개월 또는 1년 동안 담당기자와 한번도 연락을 하지 않은 것은 물론, 해당 매체조차 제대로 읽지 않았다는 것을 스스로 고백하고 있는 셈이다. 가치 없는 자료를 남발하는데 이어, 기사를 부탁할 때는 그렇게 적극적이던 PR담당자들이 일단 기사가 나가고 나면 완전히 ‘나몰라라’ 하는 것도 문제다. 물론 기사가치는 기자가 판단하고, 기사를 쓰는 것은 기자의 기본업무다. 그렇기는 해도 기사 좀 실어달라고 득달같이 부탁하던 담당자들이 막상 기사가 나가고 나면 ‘잘봤다’는 간단한 전화나 e-메일조차 안하는 것은 PR인의 기본 에티켓을 의심케 하는 태도다.기자들에게 있어 최악의 경우는 어느 매체의 기자라고 신분을 밝혔을 때, 해당매체를 전혀 알아보지 못하는 경우일 것이다. 물론 생긴지 채 1년이 안된 신생지라면 그런 설움은 ‘약’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기본이 돼 있는 홍보담당자라면 비록 해당 매체를 잘 알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모른다’는 사실을 내세우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PR회사가 직원들에게 가장 먼저 가르치는 것이 국내 매체현황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모른다고 했을 때 해당 홍보대행사는 물론 고객회사에까지 손해를 끼칠 수 있다.이런 사례들을 보고 ‘그럴 수도 있지’라고 너그럽게 받아들일 수도 있다. 그러나 PR회사들이 고객유치를 위해 내세우는 홍보서비스 영역을 보면 그렇게 쉽게 고개가 끄덕여지지 않는다. 대부분의 PR회사들은 고객사에 대한 기본적인 언론 관련 서비스로 매체분석, 담당기자 명단작성, 기자명단 업데이트, 기자와 지속적인(친밀한) 관계유지, 보도자료 작성 및 배포, 해당기사 후속관리, 경쟁사분석, 업계동향 파악 등을 내세운다. 이 말대로라면 홍보대행사 직원들은 매일 또는 매주, 고객사가 타깃으로 하는 각종 매체를 보고 담당기자는 물론 매체특성, 고객사 관련기사, 관련 업계동향 등을 파악해 이를 홍보전략의 기초자료로 삼는다는 얘기다. 그렇지만 언론사에 비친 사례를 볼 때 가장 단순하고도 기본적인-종합커뮤니케이션 업체를 지향하는 PR회사들이 ‘가장 좁은 개념의 PR업무’로 부르는-언론홍보조차 제대로 하고 있는 업체가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열악한 근무여건 전문성 쌓기 역부족이런 의문은 현재 PR회사의 탄생배경이나 인력수급구조를 보면 비전문성이 오히려 당연하게 여겨질 정도다. 최근 들어 홍보대행사를 차리는 주체들은 대개 대기업 홍보담당 출신이나 광고업계 종사자, 기자출신들이 많다. 그러나 보다 흔한 경우는 홍보대행사에서 일하다가 자신이 담당하던 몇몇 고객(클라이언트)들을 이끌고 나가 직원 3~4명으로 대행사를 차리는 경우다.특히 최근 들어 인터넷벤처 붐을 타고 홍보수요가 많아지면서 PR업체들은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이에 따라 필연적으로 생겨난 문제가 인력수급 문제. 업체들은 실무직원(AE)의 자격요건으로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하면서 업계 동향을 알고, 언론사정에도 밝은 사람을 선호해 왔다.그러나 인력부족 현상이 심해지면서 그야말로 ‘자격미달’의 인력까지 총동원돼 홍보는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처럼 돼버렸다. 여기에는 PR전문 인력을 양성할만한 기관이나 프로그램이 없다는 것도 한 이유다. 외국에서 PR를 전문적으로 공부하고, 현장에서 실무진으로 뛰고 있는 전문인력은 국내에서 10명 안팎에 불과할 뿐이다.또 일반적으로 홍보대행사의 근무여건이 열악하고 주먹구구식 경영으로 인력이동이 잦다는 점도 전문성을 쌓기 힘든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홍보대행사 직원들의 평균 근속연수는 1~2년에 불과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의견. 심지어 2~3개월에 한번씩 절반 이상의 직원이 물갈이되는 사례도 있다. 이 때문에 한국에 진출한 외국업체 중에는 한국 홍보대행사를 일컬어 극히 비전문적인 집단으로 매도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이런 저런 상황에 비추어 국내에서 단순한 언론홍보 중심의 대행사가 아니라 전략컨설팅이나 위기관리를 겸한 종합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갖춘 PR업체는 채 10개가 못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무늬만 그럴듯한 PR업체가 대다수라는 지적이자 한국 PR업계로선 그만큼 갈길이 멀다는 질타이다.★ 한국PR기업 협회 창립‘페어플레이!’ 전문성 강화 나섰다최근 급증하고 있는 PR회사와 이로 인한 전문성 부족 및 자격미달, 일부 PR업체의 비윤리적 행동 등의 문제는 해당 업계에서조차 문제가 되고 있다. 이에 따라 10여개의 대형 PR업체가 주축이 돼 한국PR기업 협회를 창립하기로 했다.12월1일 롯데호텔에서 발족될 한국PR기업협회는 일단 PR기업인들이 주축이 된 단체로선 처음인데다, PR인 스스로가 자체 윤리강령 선포 등을 통해 PR업의 위상 및 PR인의 전문성 강화에 나선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현재까지 참여가 확정된 업체는 커뮤니케이션스코리아, 메리트버슨마스텔라, KPR, 씨제이스월드, CPR, 링크인터내셔널, 인컴기획, 커뮤니케이션신화, 써니릴레이션즈, 코콤포터노벨리(전 코콤피알), 인트넷, 드림커뮤니케이션즈, 퓨쳐커뮤니케이션즈 등 13개 업체다.메리트버슨마스텔라 브라이언 매튜스 대표와 함께 공동회장을 맡게 될 커뮤니케이션즈코리아 김경해 사장은 “IT벤처 붐과 함께 PR업체들이 급증하면서 PR업계의 이미지를 훼손하는 많은 문제가 있어 왔다”며 “더 이상 물이 흐려지기 전에 자정능력을 갖추자는 의미에서 협회를 창립하게 됐다”고 밝혔다.이들 PR인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기사에 대한 ‘개런티’ 문제. 즉, 어느 신문에 얼마만한 크기로 기사를 내주겠다는 ‘보장’은 절대로 할 수 없는 것이 선진국 PR업계의 기본윤리이자 불문율인데도 최근 벤처붐과 더불어 이런 사례가 적지 않게 있어왔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고객유치를 위한 서비스 수수료 덤핑, 비정상적인 직원 스카웃 등 과열 경쟁도 개선점으로 대두됐다.이에 따라 PR기업협회는 ‘노개런티’를 비롯한 PR기업의 윤리강령 채택과 회원사간 부당 인력스카우트 방지협약, 과당·부정경쟁 예방 등 PR업계 자율정화를 위한 각종 규범을 마련하고 PR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사업, 전문서적 출판, PR업계 위상강화를 위한 각종 사업 등을 펼쳐나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