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탄한 자금력·수익중심 사업 전개 ‘새 강자’ 부상 … 부동의 1위 현대, 사업력 크게 약화될 듯

서울 은평구 수색동 대림APT 'e-편한세상'건설업계 부도가 도미노처럼 번지는 가운데 주택시장 판도도 대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시공능력평가 1위 현대건설의 부실화로 삼성물산 대림산업 현대산업개발 LG건설 등이 약진 기회를 잡은 것. 30여년간 부동의 1위를 지켜온 현대건설은 이번 위기로 적지않은 상처를 입어 국내외 사업력이 크게 약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업계에서는 ‘알짜 사업으로 내실을 다진 업체 한 두 군데가 이 기회에 고지를 점령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도 ‘건설업 총체적 위기 속에서 반사이익을 얻는 쪽은 후발 주택업체들’이라는 의견이다. 이들 기업은 비교적 탄탄한 재무구조와 수익 중심의 사업 전개로 몇 년 사이 주택업계의 ‘새 강자’로 떠올랐다.지난해 ‘사이버아파트’ 개념을 처음으로 도입, 브랜드 호감도를 크게 높인 삼성물산 주택부문은 패권 확보 경쟁에서 가장 유리한 입장. 95년 이후 ‘한국형 아파트’라는 모토로 주택사업을 본격화한 후 서울 마포구 일대 재개발 공사를 싹쓸이하면서 단숨에 본궤도에 진입했다. 원래 동아, 한신공영 등이 수주했던 이 지역 재개발공사를 IMF위기를 전후해 재인수, 마포를 ‘삼성타운화’하는 수완을 발휘했다. 주로 서울·수도권 인기지역의 재개발·재건축 수주전에 뛰어들어 ‘실익’을 추구한 것이 이 회사의 특징이자 내실 비결이다. 올들어 서울 강남 개포주공2단지, 경기 과천주공3단지 재건축 수주를 따냈고 서울 전농3-2지구와 종암4지구 재개발도 맡았다.서울 마포구 공덕동 삼성APT '래미안'대림산업도 IMF위기 때 단행한 구조조정이 성공으로 이어져 탄탄한 자금력을 자랑하고 있다. 98년 3백23%였던 부채비율을 올해 1백18%로 낮추고 주력부문도 석유화학에서 건설분야로 조정했다. 2년전에는 이준용 회장이 사재 3백33억원을 회사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내놓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서울 서초구 삼풍백화점 부지에 초고층아파트를 건설하기로 대상과 도급계약을 맺었다. 24~37층 3개동에 50평 이상 대형 아파트 7백여가구를 짓는다는 계획이다. 이를 포함, 대림의 올해 예상 수주액은 3조2천14억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1조원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현대그룹에서 계열분리, 재무구조가 크게 개선되고 있다. 98년 1백50억원이었던 당기순이익이 1년만에 7백99억원으로 5배 이상 늘었다. 하지만 11월초 분양한 서울 삼성동의 초고층 아파트 ‘I-파크’는 대부분의 평형이 청약 미달되는 부진을 보였다. 경기가 악화된데다 현대그룹의 계열사로 오해하는 수요자가 적지 않았던 데 원인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LG건설 역시 IMF위기를 발판으로 성장한 기업이다. 97년부터 주택사업을 확대하기 시작, ‘LG빌리지’를 인기 아파트 브랜드로 키웠다. 지난해부터는 수익성 위주 사업에 집중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초기 자금투입이 많은 자체사업 비중을 줄이고 있다. 대신 지주공동, 재건축 사업에 매진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부산 용호동의 7천7백세대 매머드급 단지 ‘LG메트로시티’ 분양이 저조한데다 연말 구조조정에 대한 소문도 돌고 있어 ‘두고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사업구조 혁신’ 바람이들 주택건설기업들의 최대 과제는 사업구조의 혁신이다. 과거와 같은 ‘무작정 공급’방식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데 인식을 같이하기 때문. 올해 말이면 전국 주택보급률이 95%에 육박하는데다 ‘양’보다 ‘질’을 우선시하는 시장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점도 변화를 다그치는 요인이다. ‘공급자 시장에서 수요자 시장으로의 변화’가 구호만이 아니라는게 분양시장에서 여실히 증명되고 있기도 하다.주택건설업의 혁신 주제는 크게 세가지로 나눠진다. 시공 중심 사업구조의 다단계·분리화, 프로젝트 파이낸싱의 활용, 리츠시장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 등이다. 특히 설계부터 시공, 사후관리까지 체계적인 시스템에 의해 관리하고 아웃소싱을 이용해 질을 높이는 건설관리(CM)회사로의 변신은 요즘들어 더욱 강조되고 있다. LG건설 김격수 과장은 “대형건설사마다 사업 단계를 분리, 부가가치화하는 방안이 숙제”라고 밝히고 “내부적으로 이에 대한 준비를 진행중이며 시장 경쟁력을 충분히 탐구한 후 전환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림산업은 최근 엔지니어링, 자재조달, 건설분야를 통합 관리하는 EPC체제를 완성하고 설계부터 시공까지 일괄 관리하는 시스템을 가동중이다.프로젝트 파이낸싱 활용은 이미 시작된 상태다. 현대건설, 대우건설, 태영, 삼성물산 주택부문 등이 은행권 부동산투자신탁상품을 통해 초기 사업자금을 조달한 바 있다. 부동산투자신탁 상품과 연계하면 원활한 현금흐름에 도움이 되고 홍보효과도 탁월해 여러모로 이득이라는 게 업계 입장이다.내년 개장할 리츠시장에 거는 기대도 크다. 개발자금을 자본시장에서 조달할 수 있고, 신규 건설수요도 7조~9조원 규모로 발생할 전망이라 여러모로 플러스 요인이 된다는 분석이다. 이미 현대건설이 리츠전담팀을 만들었고 삼성물산도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특히 삼성물산은 아파트단지 리모델링 시장 진출을 위해 주택공사가 전액출자한 ‘뉴하우징’과 최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공동주택의 관리 및 유지보수 분야에서 전문화를 주도한다는 계획이다.‘시장 잘 아는 안전한 건설사’ 최고이미 국내 주택시장은 IMF위기를 거치면서 한차례 구조조정된 바 있다. 동아 청구 우방 등 90년대 들어 활발하게 아파트를 공급했던 업체들이 무더기 부도사태를 맞으면서 수요자들은 ‘안전한 건설사’를 최우선 조건으로 선택하기 시작했다. 천금같은 분양대금을 지키기 위해 ‘재무구조’를 첫번째 선택기준으로 삼는 수요자가 늘어난 셈이다.이같은 현상은 대형업체와 중소업체간의 선호도 차이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주택산업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98년을 기점으로 대형업체와 중소업체간 청약 경쟁률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해 작년에는 대형업체가 평균 10.6 대 1, 중소업체가 평균 3.6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즉 신용있는 대형업체와 그렇지 못한 중소업체간 양극화 현상이 ‘대세’로 자리잡았다는 것이다. 11월 동시분양에서는 단 한명의 청약자도 없는 ‘무명’ 아파트까지 등장, 양극화 현상이 심화됐음을 단적으로 드러냈다.이런 상황에서 후발 대형주택건설사들은 현재의 위기를 잘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물망에 오른 건설사들은 모두 브랜드 이미지 면에서 성공적인 성과를 거두었다. 문제는 ‘급속하게 변화하는 주택시장을 얼마나 잘 읽느냐’ 하는 것. 주택산업연구원 장성수 박사는 “동일한 주택시장 여건에서 서로 비슷한 전략을 쓸 수는 없다”며 “청약 수요 다양화, 지역 격차 심화, 건설사간 양극화 등을 감안한 건설사 고유의 시장전략만이 효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주택건설산업에서 일반해법은 없다’는 이야기다.★ 건설업계 2세 경영인 행보 ‘활발’“선진국형 건설업 구상중”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정몽규 현대산업개발회장, 이웅렬 코오롱회장 등 차세대 건설업계 주역으로 떠오른 젊은 2세 경영인들의 ‘선진국형 건설사업’ 구상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이들은 해외유학을 통해 세계경제 흐름에 대한 안목과 실력을 갖췄고 외국어와 정보기술 마인드로 무장했으며 공격적인 비즈니스에 관심이 많다는게 재계의 평. 특히 선진국형 건설업 형태인 ‘CM’이나 리츠시장에도 큰 관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정몽규 회장은 ‘e-아파트’ 건설과 인터넷기반의 건설자재 거래 등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지난해 3월 취임 후 곧바로 국내외 인텔리전트 빌딩과 관련한 첨단 시스템을 개발, 공급하는 ‘I-콘트롤스’를 설립한 바 있다. 또 주택전문 업체에서 벗어나 사회간접자본 분야에 진출, 종합 건설업체로 변신한다는 계획이다. ‘혁신적으로 사고하라’는 뜻의 사시 ‘싱크 이노베이션(Think Innovation)’을 실행이라도 하듯 평균 22억원에 달하는 국내 최고가 아파트 ‘I-파크’ 세일즈에 직접 나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이웅렬 코오롱 회장이웅렬 회장은 최근 전경련내에 신설된 ‘e-비즈니스위원회’ 초대 회장을 맡을 정도로 온라인 사업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업 관련 e-비즈니스 분야에도 투자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아파트 전용 인터넷 솔루션업체 ‘테크게이트’에 대주주로 참여하고 있고 현대산업개발 정몽규 회장도 이 회사 지분을 갖고 있다. 특히 정회장과 이회장은 고려대 선후배 관계로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코오롱건설은 앞으로 사업성이 검증된 주택사업 중심으로 분양에 나서고 시공 위주 사업구조에서 탈피, 건물 리모델링 분야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코오롱건설과 엔지니어링을 10월1일자로 합병, 건설업 사업구조 슬림화에도 나섰다.한편 대림산업 이준용 회장의 장남 이해욱 상무는 현재로선 석유화학분야에 몸담고 있지만 그룹의 주축인 건설업에도 큰 관심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대림산업이 석유화학분야를 축소하고 건설사업분야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 만큼, 곧 이상무의 활동이 표면으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림은 올초 아파트 인터넷 커뮤니티 서비스업체 ‘아이씨티로’를 설립, 올해 10만가구를 회원으로 확보한다는 계획을 세워 추진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