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블록버스터’라는 표현은 불과 2년전부터 쓰이기 시작했다. 98년 한국 영화로는 처음으로 30억원이라는 거금을 들여 제작한 <퇴마록 designtimesp=20374>의 등장과 함께 널리 퍼졌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 한국형 블록버스터는 한국 영화계의 주류를 이끌어가는 대세로 확실히 자리잡은 듯 보인다. <쉬리 designtimesp=20375>와 <공동경비구역JSA designtimesp=20376>의 성공은 영화란 잠재력을 지닌 인적 인프라와 대규모 자본이 결합할 때 무한한 수익을 창출해 낼 수 있는 상품이라는 사실을 증명한 셈이다. 덕분에 근 2년간 한국 영화계는 전에는 꿈도 꾸지 못한 거대 자본의 세례를 받았고 덕택에 한국 영화는 할리우드 영화에 버금갈 정도의 정교한 완성도를 꿈꿀 수 있게 됐다. 물론, 거품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영화 <리베라 메 designtimesp=20379> 역시 자본의 수혜를 톡톡히 입은 작품이다. 총 제작비 45억원이라는 막대한 자본이 투입된 <리베라 메 designtimesp=20380>는 흠잡을 데 없이 정교하게 포착된 화면들에서 블록버스터 영화가 가진 최대한의 미덕을 발휘한다. 특수효과에 의존하지 않고 직접 불을 지펴서 연출해 낸 화재 장면은 어설픈 느낌이 없으며, 각 장면들은 빠른 편집을 통해 긴박감을 준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제공해 주던 그럴 듯한 볼거리를 제시해 주는데 성공한 셈이다.게다가 <리베라 메 designtimesp=20383>는 정교한 시나리오와 풍부한 캐릭터들을 곳곳에 심어둠으로써, 영화 자체를 하나의 단순한 불구경으로 전락시키는 오류도 피하고 있다. 어린 시절 폭행으로 정신질환을 앓다가 방화범이 되어버린 희수(차승원)와, 파트너 인수(허준호)를 사고로 보내고 죄책감에 시달리는 소방대원 상우(최민수)의 대결 구도는 진부할 정도로 전형적인 선악 구도다. 하지만 이렇게 두 사람을 중심으로 한 갈등에 새로운 파트너 현태(유지태)와 인수의 연인이자 상우가 연모하고 있는 여인 민성(김규리) 같은 캐릭터들이 개입하면서 <리베라 메 designtimesp=20384>는 보다 풍성한 이야기를 전개시켜 나간다.특히 비번임에도 불구하고 화재 현장으로 침투했다가 죽고 마는 한무(박상면)는 영화 중에서 가장 빛난다. 박상면은 감정을 조절하는 탁월한 연기를 통해 조연임에도 불구하고 가장 감동적인 캐릭터를 만들어 내고 있다. 반면 다소 싱거운 최민수와 차승원의 연기 때문에 상우와 희수는 중심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흡인력을 상실하고 있다.흔히 돈이 많이 들어간 영화들이 화려한 화면들의 향연으로 구성의 허술함을 감추어 버리려는 것과는 달리, <리베라 메 designtimesp=20389>는 돈이 아니라 영화로 승부를 내려는 정직한 태도를 보여준다. 여전히 미숙하긴 하지만 땀이 배어 있는 시나리오와 풍부하게 살아있는 캐릭터들을 바탕으로 볼거리를 한껏 살려내고 있는 이 영화는 사람 냄새를 물씬 풍긴다. 조금은 어른스러워진 블록버스터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