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물쓰레기 퇴비화 성공 등 ‘울트라파워’ 기술력 뽐내 … 대조적 인생 조화시켜 신화 이룩

서울 방배동 카페골목에서 언덕길을 따라 5백m쯤 올라가면 오른쪽에 공원이 나온다. 이 공원 부근에 이앤테크라는 벤처기업이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가정집이다. 벽돌로 된 아담한 2층집. 봄이면 화사한 목련이 자태를 뽐내고 가을이면 황금빛 은행이 눈부신 곳이다.이 회사는 두가지 측면에서 특이한 기업이다. 우선 대조적인 인생을 살아온 두 사람이 이끌고 있다. 두명의 사장중 한명은 초등학교 출신의 발명가이고 또 한명은 서울대 법대와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다.박세준(52·사진 오른쪽) 사장은 충북 영동 출신으로 초등학교 졸업 후 가정형편이 어려워 학업을 그만뒀다. 계룡산에 들어가 한학과 그림을 배운 뒤 하산, 수없이 많은 직업을 전전했다. 길거리에서 그림그려팔기, 도자기 판매 등. 이 과정에서 다섯번 망했다 여섯번 일어났다. 단칸 월셋방에서 네식구가 어렵게 지내기도 했다.발명특허 수두룩 … 최대 영예 세종대왕상 수상또 한명의 사장은 이재철(52·사진 왼쪽) 변호사. 나주 출신의 이 변호사 역시 가정형편이 어려워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곧바로 검정고시로 서울대 법대에 진학했다. 3학년 때 고등고시에 합격하고 판사로서 20년간 재직했다. 95년 수원지방법원 부장판사를 끝으로 변호사의 길을 걸어왔다. 그는 부도가 나 어려움을 겪던 신원골프장을 회생시켜 명문골프장으로 탈바꿈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골프장 경영인이기도 하다.이들이 쌍두마차로 벤처기업을 이끌게 된 것은 박사장의 권유 때문. 오랫동안 박사장과 알고 지내던 이변호사는 함께 일하자는 권유를 받고 쾌히 승낙했다.또 하나 특이한 점은 자그마한 기업인데 기술력은 대기업 못지않게 뛰어나다는 점이다. 이 회사의 박사장은 무려 60여건의 발명특허를 갖고 있는 기업인. 발명가 최대의 영예인 세종대왕상을 받기도 했다.이 회사가 만드는 제품은 음식물쓰레기 퇴비화시스템, 자동공압펌프, 용존산소증가장치 등. 대부분 발명특허를 받은 제품이다. 대표적인 것은 음식물쓰레기 퇴비화시스템. 함수율을 낮춰 부피를 줄이고 퇴비로 만드는 시스템이다. 중국 중앙정부 관계자들이 내한해 가동상황을 둘러볼 정도로 외국의 관심도 높다.이 설비는 시흥시 오이도 부근에 설치돼 굉음을 내며 돌아가기 시작했다. 너비 12m, 길이 52m, 높이 5m에 이르는 거대 설비다. 펌프 컨베이어 절단기 분쇄기 희석조 등 50여종의 설비로 이뤄져 있다. 몇달 동안 시운전을 거쳐 지난 10월 준공식을 가진 이 설비는 음식물쓰레기와 분뇨를 합쳐 하루 1백t의 쓰레기를 처리한다. 그러면 8t가량의 퇴비가 나온다. 비닐과 병을 거른뒤 잘게 부수고 발효시킨다. 쓰레기는 양질의 퇴비로 만들어진다. 부피를 91.6% 감량시키고 투입량의 8.2%를 비료로 생성시키며 염도도 낮춘다. 자동공압펌프를 사용해 음식물쓰레기를 케이크로 만들며 그속에 공기를 불어넣어 음식물쓰레기를 다시 유기질비료로 만든다.박사장은 “음식물쓰레기는 염분과 불순물때문에 처리하기가 힘든 대표적인 생활쓰레기”라며 “하지만 이를 깔끔하게 처리하고 퇴비로 쓸 수 있어 지방자치단체와 기업체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박사장은 97년 우성환경기계로 창업했다가 올해를 재도약의 원년으로 삼으며 1월에 사명을 이앤테크로 바꿨다. 환경과 기술(Environment&Technology)을 뜻하는 영문의 앞글자를 딴 것. 그동안 개발에 주력한 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매출을 올리기 시작했다. 올들어 지난 10월까지 매출은 60억원에 이른다. 올 매출목표는 1백억원으로 잡고 있다.용존 산소량 늘리는 설비, 미·일 수출 추진또 다른 생산제품인 세준디오백은 하천이나 폐수의 용존산소량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설비. 고정체 안에 강력한 회전체를 설치한 뒤 물과 공기를 섞어 물속 산소를 늘리는 장치다. 폐수처리장 하수종말처리장 양어장 연못 등에서 쓸 수 있다. 내수판매와 함께 미국 일본 중국 등지로 수출할 계획이다.자동공압펌프는 피스톤 없이 압축공기만으로 고압을 발생시키는 제품이다. 구동모터나 동력전달장치가 없어 소음과 고장이 적은게 특징이다. 용도는 폐수처리장, 화학 식품 제지 염색 도금공장과 도시하수처리장 등이다. LG전자 조양화학 대덕전자 밀양도자기 등에 납품했으며 올해 1천대 이상 판매를 목표로 잡고 있다.박사장은 직관에 의해 발명을 하는 특기를 갖고 있다. 이에 따라 주문형 발명사업도 구상하고 있다. 먼저 개발한 제품을 기업에 이전해주는게 아니라 기업의 주문에 의해 발명을 해주는 독특한 사업이다.“어린 시절 영산강에서 멱을 감고 메뚜기를 잡으며 자랐다”는 이사장은 “대도시 생활을 통해 환경보호가 얼마나 중요한지 절감했다”며 이를 위해 여생을 바치겠다고 말한다. 그는 난마처럼 얽힌 골프장을 회생시키면서 경영이 무엇인지도 톡톡히 배운 상태. 여기서 배운 경영노하우를 환경사업에 접목시켜 소명의식을 갖고 도전해보겠다고 밝힌다. 그는 환경제품은 비단 한국뿐 아니라 일본 중국 동남아 등지로의 수출 가능성도 무궁무진하다며 해외시장 개척에도 적극 나설 생각이라고 덧붙인다.발명과 법, 직관과 논리라는 서로 다른 인생을 살아온 이들 두 사람이 환경분야에서 어떤 멋진 작품을 만들어낼지 관심을 모은다. (02)534-1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