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과컴퓨터(www.haansoft.com) 전하진(42) 사장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생존을 위한 구조조정의 몸놀림을 발빠르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사장은 한컴의 주가가 올해초 5만원대에서 최근 4천원대로 곤두박질한데다 인터넷 기업으로 변신하려는 한컴의 미래 그림이 여러 가지 이유로 잘 맞춰지지 않자 ‘선택과 집중’이라는 과감한 구조조정 결단을 내렸다.전사장은 먼저 국내 최대 e마켓플레이스를 지향, 지난 3월 출범한 예카 사업을 8개월만에 접었다. 그는 “서비스의 질을 무시하고 규모를 늘리는데만 치중한 결과”라고 사업정리의 이유를 밝혔다. 그는 이어 “정보보호법이나 2백여개의 회원 사이트가 보유한 콘텐츠가 생각보다 미흡했던 원인도 있었다”고 덧붙였다.세계 100대 기술 선도기업에 선정전사장은 예카 서비스는 중단했지만 사업팀은 존속시켰다. e마켓플레이스가 성장하려면 예카가 주력해 개발한 CRM(고객관계관리) 솔루션이 필요하기 때문. 전사장은 앞으로 한컴이 추진하는 정보통신업체와 콘텐츠 제휴에도 이 솔루션을 적용할 계획이다.이와 함께 한컴의 자회사인 하늘사랑과 네띠앙의 합병을 보류했다. 전사장은 “홈쇼핑몰, 넷피스 등에 예카 프로젝트를 적용하면서 내실을 쌓은 뒤 네띠앙에 연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전사장은 메디슨이 보유하고 있는 한컴 지분 5.53%를 싱가포르 비커스발라스 증권사에 매각한 것에 대해 꿈쩍도 하지 않는다. 그는 “외국회사가 될지 한국회사가 될지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나와 한컴 이사진은 한컴의 발전이라는 목표를 두고 경영할 뿐이다. 한컴의 발전과 주주의 이익을 위해 경영하는 것이 나의 역할”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글로벌 스탠더드를 논하면서 누가 주인이 되느냐가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얘기.이같은 전사장의 노력에 꽃이 핀 것일까. 최근 한컴은 세계경제회의(World Economic Forum)에서 ‘2001년 1백대 기술 선도기업’으로 선정됐다. 그는 “세계경제회의가 한글 오피스를 웹버전으로 개발한 넷피스의 기술력을 인정해줘 기쁘다”면서 “1백대 기업 리스트를 파악하는 대로 한컴과 제휴할 수 있는 글로벌 파트너를 찾을 계획”이라고 말했다.다만 전사장은 테헤란밸리에 불었던 창업열기와 일할 의욕 등이 최근 상당히 감소하고 있는 점에 대해서는 우려하고 있다.“지식산업에 기반한 벤처기업이 발전하려면 다양한 생각이 자유롭게 펼쳐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하는데 지금은 벤처기업 붕괴다, 모럴해저드다 하면서 일할 의욕을 꺾어 놓고 있습니다. 정당한 룰을 통한 게임은 계속돼야 합니다. 범법행위를 한 벤처기업가는 벌하고 잘한 기업은 성장할 수 있도록 분위기가 조성돼야죠. 그래야 패자는 불만 없이 퇴장하고 새로운 도전자가 등장할 것 아닙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