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타> <명성황후> 등 수백억원대 부가가치 창출 … 세계인 감성 지배할 ‘전통의 현대화’ 서둘러야

일본 소니가 워크맨을 개발, 미국에 진출하기 전에 가부키극단을 지원한 일은 유명하다. 입장권을 전부 구입, 매진사례로 언론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덕분에 일본전통공연물인 <가부키 designtimesp=20433>에 대한 미국인의 관심은 높아졌고 일본문화와 이미지도 새롭게 형성됐다. 이는 진주만을 폭격한 적국이라는 이미지의 장벽을 누그러뜨리는 한편 소니제품의 구매로 이어졌다. 미국시장에서의 성공을 발판으로 워크맨은 휴대용 카세트플레이어의 고유명사가 됐다. 스페인은 프랑코총통 사후에도 장기간 독재가 만들어낸 어두운 이미지를 벗지 못했다.후앙 미로의 밝고 화사한 그림을 국가홍보에 활용했다. 미로의 그림은 스페인을 밝고 젊고 낙천적인 국가로 되살려냈다. 주요 수입원인 관광객이 늘어났으며 지금은 유럽내에서도 견실한 경제성장을 하는 나라로 꼽힌다.문화상품 수출, 외화획득과 직결모두 예술이나 상품에 내재된 이미지를 성공적으로 활용한 사례들이다. 이런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 바로 문화상품이다. ‘문화적 요소가 체화되어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유·무형의 재화와 서비스 및 이들의 복합체’(문화산업진흥기본법)다. 쉽게 말하자면 전통공예품부터 고급예술작품까지 문화산업의 영역에서 만들어지는 모든 것들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문화적 요소의 체화’다. 바로 문화 가치 역사 등을 상품으로 ‘포장’해 판매하는 것이다.이런 문화상품은 ‘문화의 세기’라는 새천년에 들어서면서 그 중요성이 더욱 크게 부각되고 있다. 정보화사회의 생산요소인 콘텐츠가 갖는 문화적 속성 때문이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바로 문화상품이 갖는 속성이다. 이원태 한국문화정책개발원 책임연구원은 “문화상품은 단순한 상품이 아닌 이미지상품으로 이미지형성을 통한 정체성과 부가가치를 창출한다”고 말했다.문화상품이 형성하는 이미지는 소비자의 구매라는 활동과 연결된다. 영국디자인진흥원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세계 2백대 기업중 72%가 구매결정 과정에서 국가이미지를 중요하게 고려하고 있다. 지난해 국가경영전략연구원의 국가이미지 조사에서도 한국에 대해 올림픽 경제발전 등 긍정적 이미지의 보유자들이 분단 전쟁 등 부정적 이미지를 가진 사람들보다 한국산제품의 구매경험이 많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이미지가 ‘보이지 않는 손’의 역할을 하는 셈이다.문화상품의 중요성을 부각시키는 또 다른 요인은 부가가치를 만든다는 점이다. 김휴종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문화상품은 관련 문화산업의 여러 영역에서 가치를 재창출한다”며 “이는 문화상품의 본질적인 가치가 콘텐츠에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처럼 문화상품이 창출하는 부가가치는 하류로 갈수록 커지는 윈도효과를 갖는다는 것이 김연구원이 덧붙인 설명이다. 영화가 방송 비디오 캐릭터 등으로 다양한 파생상품이나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며 그런 부가가치가 확대될수록 규모가 커지는 것이다.게다가 문화상품은 경험재다. “경험하지 않고는 가치를 알 수 없으며 경험이 부가가치창출의 원천”이라는 것이 구문모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의 설명이다. 조셉 파인2세와 제임스 길모어는 <경험경제(Experience Economy) designtimesp=20453>에서 ‘(경험경제시대에는)전략·타깃·셰어 등이 아닌 시나리오·관객·감동 등이 더욱 중요해진다’며 ‘지금 현재 느끼는 신체·정신적 또는 미적인 쾌락·감동을 의미하는 경험이 가장 중요한 경제적 요소가 된다’고 지적했다. 정보사회로 이행하고 소득향상에 따라 소비욕구가 높아지면서 물질적 기능적 상품소비가 상징적 또는 의미화된 선택소비로 바뀌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문화상품이 갖는 이러한 경험재라는 특성은 “소비자들에게 정보비용을 줄여 효용을 증가시킨다”는게 삼성경제연구소 김연구원의 말이다. 한 영화의 흥행정도가 뒤이어 나오는 비디오나 캐릭터 등 윈도효과에 따른 파생상품의 가치를 판단하게 도와주는 것이 그 예다.한국문화 산업화 걸음마 단계하지만 이처럼 중요한 문화상품이지만 우리 현실은 그런 중요성만큼 질이나 규모면에서 따라가지 못하는 걸음마 수준이다. “이제 막 산업화에 접어들기 위한 단계”라는게 문화관광부 한 관계자의 우리나라 문화상품 수준에 대한 평가다. 문화산업에 종사하는 전문가들이나 외국의 시각도 마찬가지다. 프랑스의 석학 기 소르망은 ‘한국제품=싼 제품’으로 인식되고 있다며 이를 깨기 위해 상품에 문화라는 부가가치를 부여해야 한다고 꼬집었다.그러나 이런 와중에도 우리만의 소재 문화 가치 등을 담은 문화상품으로 외국에서 ‘선전’하는 제품들이 있다. 영화 <쉬리 designtimesp=20463>, 비언어연극 <난타 designtimesp=20464>, 뮤지컬 <명성황후 designtimesp=20465>, 축제 <부산국제영화제 designtimesp=20466> 등이다. 국내외에서 호평을 받으면서 전쟁 분단 사물놀이 태권도 김치 등으로 상징되는 단편적인 한국이미지를 업그레이드시키고 부수적인 경제적 효과를 창출하는 ‘공신’들이다. 비언어극인 <난타 designtimesp=20467>나 영화 <쉬리 designtimesp=20468>의 경우 관람이나 촬영지를 찾으려는 일본관광객이 발을 잇고 있으며, 뮤지컬 <명성황후 designtimesp=20469>는 영화와 게임으로 만드는 작업이 진행중이다. 모두 ‘문화전쟁의 시대’에 우리나라가 어떤 ‘무기’로, 어떻게 무장해야 하는지를 시사하는 것들이다.